책 이야기 36

[대기업의 성장과 노동의 불안정화 - 한국 자동차산업의 가치사슬, 생산방식, 고용관계 분석]을 읽고서 …

한때 [도요타의 어둠]이라는 책이 관심을 받은 적이 있다.( [도요타의 어둠], 도요타만의 어둠일까?) 당시 많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관심은 당연히 "그럼 현대차는?"이었다. 잇따른 법적 판결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철탑 고공농성과 여론의 질책과 압박에도 불구하고, 더구나 막대한 순익과 현금 보유고를 자랑하고 있음에도, 왜 현대차는 불법 파견 노동자들-'사내 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지 않는가? 왜 현대차를 비롯한 대기업들, '경영여건이 좋은 기업들'에서도 그렇게 많은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있는 걸까? 재벌 산하 대기업들과 계열사들은 잘 나가는데, 그 중 일부는 이른바 'Global Player'가 되었는데, 왜 중소기업과 노동자들, 다수 국민의 삶은 팍팍해지는걸까? '원하청 ..

책 이야기 2013.03.27

[제도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 독일•영국•미국•일본에서의 숙련의 정치경제]

[How Institutions Evolve], Kathleen Thelen, 2004 캐쓸린 씰렌 지음, 신원철 옮김 제도의 발생, ‘존재와 형태’에 대한 가장 통속적인 설명은 ‘제도가 ‘시스템’ 혹은 어떤 ‘집단’을 위해서 수행하는 기능이나, 그 제도의 작동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권력을 지닌 행위자를 위해서 수행하는 기능 탓으로 돌리는 설명’(58) 즉, 기능주의적인 설명이다. 그러나,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기는 쉽지만, 기능주의적 설명은 치명적인 결함을 지닌다. 우선 특정 제도가 현재 수행하고 있는 역할/기능이 애초에 의도된 것인가 하는 점이다. 많은 제도들이 애초 의도와 다른 기능을 수행하기도 하고, 본래 수행하던 기능을 더 이상 수행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특정 제도의 발생은 필연적인..

책 이야기 2013.01.02

[한국노동운동사 100년의 기록(이원보)]를 읽고서

책을 읽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 뭐 이런 책이 그렇게 많이 팔렸지? - 왜 이런 책이 많이 안 팔렸을까? 이런 생각을 할 때는 책 내용 못지 않게 어떤 책이 대중의 호응 혹은 외면을 받게 된 이유에 대해 궁금해진다. 사실 난 전자 같은 질문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책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나름 충분히 검증된 책 위주로 읽고, 세칭 ‘베스트셀러’라는 이유로 책을 읽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아주 드물게 후자 같은 질문을 하는 경우는 있다. 이원보 선생의 [한국노동운동사 100년의 기록]은 바로 그 아주 드문 경우이다. 같이 독서모임을 하는 후배가 노동운동사를 읽고 싶다면서 어렵게 찾아 낸 책이었다. 사실 난 이런 책이 있는지도 몰랐고, 이제는 절판되어 몇 권 구하기도 ..

책 이야기 2012.10.21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남한산성

새삼스러운 이야기이지만, 김훈은 글을 참 잘 쓴다. 짧고 강한 문체, 인간의 심리와 이를 나타내는 배경에 대한 세밀한 묘사 … 이야기꾼의 글재주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본질을 꿰뚫는 힘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칼의 노래]를 읽으면서 느꼈던 또 하나의 기쁨은 이순신에 대한 재발견이다. [칼의 노래]에 등장하는 이순신은 임금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종속적인 인물이 아니다. 자신이 주체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나아갈 길과 자기 자리를 결정하는, 진정한 주인공이다. 임금 선조와 다른 신하들은 주변 인물일 뿐이다. 자기 입장에서 상황을 판단하고 스스로 행할 바를 결정하면서도 대의를 거스르지 않는 모습은 탁월한 정치인의 면모이다. 이런 면에서도 요새 보기 드문, 제발 나타났으면 싶은 인물이기도 하다. 흔히..

책 이야기 2012.07.26

전체주의는 폭력을 휘두르고 민주주의는 선전을 휘두른다.

[프로파간다 – 대중 심리를 조종하는 선전 전략]이라는, 이 심상치 않은 제목의 책은 노엄 촘스키가 추천하는 책이라는 이유로 읽어 싶어 했던 지인 덕에 같이 읽게 되었다. 책의 속표지를 넘기면 나오는 노엄 촘스키의 말은 현대 사회에서 선전의 본질을 꿰뚫는다. “전체주의는 폭력을 휘두르고 민주주의는 선전을 휘두른다.” 무시무시한 권력의 도구라는 느낌이 팍 오지 않는가? 한 장 더 넘기면 노엄 촘스키가 쓴 “추천의 글”이 이어진다. 반전 공약을 내세워, 반전 세력에 힘입어 당선된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이 전쟁에 참가하기로 결정하고, “전쟁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어떻게 광적인 반독일 미치광이로 만들어 모든 독일인을 죽이러 가고 싶어 하도록 만드느냐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 바로 ‘선전(prop..

책 이야기 2012.03.24

헨리 포드의 자서전 [My Life and Work]을 읽고 …

나는 수많은 일반 대중을 위해 자동차를 만들 것이다. 최고의 재료를 쓰고 최고의 기술자를 고용하여, 현대 공학이 고안할 수 있는 가장 소박한 디자인으로 만들 것이다. 그렇지만 가격은 저렴하여 적당한 봉급을 받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서, 신이 내려주신 드넓은 공간에서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만들 것이다. - 헨리 포드 지인이 추천해 준 경영학 고전 중에 세 번째로 읽은 책이 바로 이 헨리 포드의 자서전이다. 다행히 우리 말로 번역되어 있어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헨리 포드-고객을 발명한 사람], 공병호.송은주 옮김, 21세기북스) 그래서, 감사하는 바이지만, 번역본 관련해 아쉬움도 있다. 우선 제목이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객이 물건도 아니지만, 포드가 무슨 ‘마켓팅 분야의 ..

책 이야기 2012.02.19

"20대여, 토플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 – [88만원 세대]를 읽고서 …

사실 읽지 않으려고 했다. 나온 지도 좀 됐고, 워낙 많이 알려진 책이라 굳이 읽을 필요가 있겠나 싶었다. 그런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읽고야 말았다. 그러나, 역시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전해 듣는 것과 직접 읽는 것에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고, 책이 나오고 4년 반 정도가 흐른 지금 책의 내용을 다시 살피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 책은 이른바 ‘세대론’에 입각해, 우리 사회의 20대에 대해 이야기하고, 20대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0대 … 청춘 … 청년 … 미숙하지만 아름다운 시기 … 가슴 시리도록 그리운 시절 … 이렇게 추상화되고 미화되는 ‘회고적 20대’가 아니라, 오늘 바로 여기 대한민국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존재로서의 20대, ..

책 이야기 2012.02.05

[분노하라!], 그리고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그렇다. 이러한 위협은 아주 사라진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호소하는 것이다.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오로지 대량 소비, 약자에 대한 멸시, 문화에 대한 경시(輕視), 일반화된 망각증, 만인의 만인에 대한 지나친 경쟁만을 앞날의 지평으로 제시하는 대중 언론매체에 맞서는 진정한 평화적 봉기"를. 21세기를 만들어갈 당신들에게 우리는 애정을 다해 말한다. "창조, 그것은 저항이며 저항, 그것은 창조다"라고. - [분노하라 INDIGNEZ-VOUS!], 스테판 에셀, 마지막 부분 아직 장군님 출신이 통치하던 80년대 끝자락에 나는 대학에 들어갔다. 많은 것을 경험했던 신입생 시절 읽었던 책 중에 기억에 남는 책이, 우리가 [아미죽]이라 줄여 불렀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었다. 숄 남매의..

책 이야기 2012.01.18

프레드릭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 (방영호 옮김, 21세기북스)

“고전이란 유명해서 많은 사람이 알지만, 정작 읽어본 사람은 거의 없는 책”이라는 말이 있다. 프레드릭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 The Principles of Scientific Management]은 이 말에 딱 어울리는 책이다. 테일러와 그가 만들어낸 테일러주의는 우리에게 아주 잘 알려진 이름이다. 노동자들에게는 악명 높다고나 해야 할까? 구상/계획과 실행의 분리, 시간-동작 연구, 노동의 단순화-비인간화, 직무 관리, 노동강도의 강화, 노동통제 강화, 이 결과로 이루어진 비약적인 생산성 향상, … . 이런 것들이 테일러(주의)하면 연상되는 말들일 것이다. “경영의 출발점은 공동체를 이루고 농경과 목축을 시작할 때부터라고” 할 수 있겠지만, 현대적 의미의 경영학이 시작된 것은 “1911년 F. Ta..

책 이야기 2012.01.07

허버트 A. 사이먼, [관리행동론-조직의 의사결정과정연구] H. A. Simon, [Administrative Behavior– A Study of Decision-Making Processes in Administrative Organizations]

이 책이 처음 출판된 것은 1947년, 그러니까 약 65년 전입니다. 그러나, 읽어 보면 진부하거나 오래 전에 쓰여진 책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역시 고전이라 다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57년에 개정2판이, 1976년에 개정3판이 나왔고, 1997년에 개정4판이 발행되었다고 합니다. 저자인 사이먼은 개정4판을 출판하고 4년 뒤인 2001년에 죽었으니, 제4판이 마지막 판이지요. 우리 나라에서는 2005년에 개정4판이 번역되어 출판되었습니다. 1957년에 초판이, 97년에 마지막 판이 발행된 책이 우리 나라에서는 2005년에야 출판되었고, 저는 올해 가을에야 추천 받고 읽게 되었습니다. 상당한 시간적 지체지요. 이 책의 역자는 역자 서문에서 이 책을 번역하기까지 있었던 우여곡절을 ..

책 이야기 2011.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