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헨리 포드의 자서전 [My Life and Work]을 읽고 …

바람2010 2012. 2. 19. 00:39

 


나는 수많은 일반 대중을 위해 자동차를 만들 것이다.

최고의 재료를 쓰고 최고의 기술자를 고용하여,

현대 공학이 고안할 수 있는 가장 소박한 디자인으로 만들 것이다.

그렇지만 가격은 저렴하여 적당한 봉급을 받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서,

신이 내려주신 드넓은 공간에서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만들 것이다.

- 헨리 포드

 


 

지인이 추천해 준 경영학 고전 중에 세 번째로 읽은 책이 바로 이 헨리 포드의 자서전이다. 다행히 우리 말로 번역되어 있어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헨리 포드-고객을 발명한 사람], 공병호.송은주 옮김, 21세기북스) 그래서, 감사하는 바이지만, 번역본 관련해 아쉬움도 있다.

 

우선 제목이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객이 물건도 아니지만, 포드가 무슨 마켓팅 분야의 대가처럼 느껴진다. 물론 포드가 최초의 대중적 양산차인 모델 T를 개발해 자동차 고객을 대량 창출한 것은 사실이지만, 포드가 강조한 것은 판매가 아니라 제조 과정이었고, 제품 본연의 가치, 서비스로서의 사업, 기업의 사회적 기여 등이었다. 그는 또한 좋은 물건 싸게 만들면 잘 팔린다는 기본 철학을 갖고 있었다. 포드가 만들어 낸 것은 자동차만이 아니었다. 최초의 대중적 양산차인 모델 T를 만들어 현대적, 대중적 자동차 산업을 출현시켰으며, 새로운 사상과 생산 방법/체제, 이에 기반한 경제 체제와 문화를 만들었다. 포드주의 포드시스템 - “대량 생산 대량 소비가 현대사회에 미친 막대한 영향을 고려할 때, 헨리 포드를 고객을 발명한 사람으로 압축해 규정한 것은 적절치 못한 것 같다. 차라리 [나의 삶과 일] 정도로 직역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다음으로 헨리 포드의 자서전을 성공학의 관점으로 독서해보라는 옮긴이의 권고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회가 어찌 되었든,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자기 하기 나름이라는, 개인적 태도나 능력에 따라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는, 그러니까 성공하려면 포드처럼 하라는 이야기일 텐데, 글쎄 … . 자서전에서 헨리 포드는 사회적 문제에 눈 감지 않는다. 개인의 성공을 사회의 성공보다 앞세우지도 않는다. 헨리 포드의 자서전을 왜 성공학의 관점으로 좁혀서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 자서전의 내용을 몇 가지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사업의 목적은 돈이 아니라 서비스이다

 

모델 T 앞에선 포드모델 T 앞에선 포드




        “사업의 목적은 소비를 위해 제품을 만드는 것이지, 돈이나 투기가 아니다. 소비를 위한 생산이란 물건의 질은 높으면서 가격은 낮다는 의미다. 생산자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생산자는 돈에 대한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31)

 

“소비자들을 위해 일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생산자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 돈에 눈이 멀어서는 절대 돈을 벌 수 없다. 그러나 서비스를 목표로 삼으면 돈은 알아서 벌리게 되어 있다.(32)

 

“그 서비스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미래를 두려워하고 과거를 숭배하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미래를 두려워하고 실패를 겁내는 자는 활동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실패는 좀 더 현명하게 다시 시작할 기회일 뿐이다. 정직한 패배라면 부끄러울 것이 없다. 실패를 겁내는 것이야말로 부끄러워할 일이다. 지나간 일은 전진을 위한 방법과 수단을 제시하는 한에서만 쓸모가 있다.

2) 경쟁에 관심을 두지 말아야 한다. 어떤 일을 제일 잘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일을 해야 한다. 머리가 아니라 힘으로 눌러 다른 사람 손에서 일을 빼앗아오려 한다면 그것은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개인적 이익을 위해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은 것이니까.

3) 이익보다 서비스를 앞세워라. 이익을 내지 못하면 사업을 확장할 수 업기에 이익을 올리는 일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경영을 잘한 기업이라면 당연히 이익으로 보상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익은 좋은 서비스에 대한 보상이 되어야 하며, 결국은 그렇게 될 것이다. 이익이 기본이 될 수는 없다. 이익은 서비스의 결과가 되어야 한다.

4) 제조업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 아니다. 제값에 자재를 구입하여 가능한 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그 자재를 소비재로 바꾸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과정이다. 도박이나 투기, 약삭빠른 거래는 이러한 과정에 방해가 될 따름이다. (40)

 

오늘날의 기업가/자본가 중에 약 백 년 전 포드가 했던 주장에도 못 미치는 사람이 너무나 많은 것 같지 않은가?

 

2. 임금은 얼마나 주어야 하는가?

 

“제정신이 박힌 제조업자라면 오로지 싸구려 자재만 골라 사는 것이 최고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우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임금을 삭감하면 온 나라가 이득을 볼 것이라는 주장이 난무하는가? 임금 삭감은 결국 구매력 감소와 국내시장 위축을 의미할 뿐이다. 경영을 엉망으로 해서 직원들에게 생계비를 주지 못할 정도라면 그런 산업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임금 문제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없다. 국민들 대다수는 임금으로 먹고 산다. 국민들의 임금 규모가 나라의 부를 결정한다.(169)

 

포드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이 나라에는 제정신이 아닌 기업가들이 너무 많다. 최저 임금조차 못 올리게 하지 않는가? 정부도 제정신이 아니긴 마찬가지이고.

 

그래서, 포드는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얼마나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을까?

“자신과 가족을 부양하고, 의식주를 해결하고, 교육을 시키고, 평균적인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다 치르고 남는 것을 저축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178)

 

노동조합이 오랫동안 주장해 온 생활임금! 이것은 노동조합만의 주장이 아니었던 것이다. 사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정도가 보편적인 기준, 출발선이 되어야 한다, 당연히! 지금 이 나라 정부와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을 착취해도 너무 심하게 착취하고 있는 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포드는 1914 1 9시간이었던 1일 작업 시간을 8시간으로 줄이면서 동시에 일당 5달러를 최저 임금으로 지급했다. ,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임금을 올린 것이다. 세계 11위의 경제규모로 성장했음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장시간 노동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이야기할 때 정부와 자본이 꺼내는 첫 번째 이야기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삭감이다. 이미 백 년 전에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 상승이 동시에 이루어진 사례가 있음에도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임금 보전은 불가하다는 주장을 절대 진리처럼 고수한다.

 

물론 포드가 도덕적인 이유만으로 이런 결단을 수행한 것은 아니다. 그는 사상가나 사회운동가가 아니라 탁월한 기업가/자본가였다. “고임금의 효과는 우선 이직율의 급격한 저하이다.

 

”높은 임금은 여러 가지 결과를 가져왔다. 1914 1차 계획이 실행에 옮겨졌을 때는 1 4000명의 직원이 있었는데, 1 4000명의 인력을 같은 수준으로 계속 유지하려면 1년에 약 5 3000명 정도를 고용해야 했다. 그러나 1915년에는 6508명만 고용하면 되었다. 이 신참 중 대다수는 사업이 성장했기 때문에 채용한 사람들이었다. 과거의 이직율과 현재 우리의 노동력을 따진다면, 1년에 거의 20만 명 가까이 채용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것은 불가능한 얘기다. 아무리 우리 공장의 업무는 최소한의 훈련만으로 완벽하게 가르칠 수 있다 해도 매일 아침, 혹은 매주, 매달 새 직원을 받을 수는 없다. 2~3일 내에 제법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해도 1년쯤 경험을 쌓은 직원을 따라갈 수는 없는 일이다.(184~185)

 

“임금 삭감은 상황에 대처하는 가장 손쉽고도 경솔한 방법이며, 말할 것도 없이 비인간적인 방법이다. 사실상 경영진의 무능을 노동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이다. 이를 명심하고 있는 현명한 경영자라면 다른 제조업자들이 임금 삭감으로 불황에 대처하려 할 때 좀 더 머리를 써서 도전해야 한다. 다른 모든 수를 다 써보기도 전에 임금을 갖고 장난치는 것은 진짜 문제에 등을 돌리는 태도다.(194~195)

 

역시 노동조합의 주장이 아니라 포드의 말이다. 이 정도는 기업가들에도 상식이어야 한다. 지금 이 나라에서는 임금 삭감이 너무 손쉽게 행해진다.

 

3. 지금도 행해지는 포드의 방식들

 

-1. JIT(Just-In-Time)! JIS(Just-In-Sequence)!

 

 

“당장 필요하지 않은 자재를 사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다. 우리는 그때 그때 수송 상황을 고려하여 생산 계획에 딱 맞춰 필요한 만큼만 구매한다. 수송에 아무 문제가 없고 자재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게 할 수 있다면 아예 재고를 유지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화물차에 실은 자재가 계획한 순서와 양에 맞게 예정대로 도착하면 철도 차량에서 내린 즉시 생산에 들어갈 것이다. 이렇게 하면 이동이 아주 빨라져서 자재에 묶이는 돈이 줄어들 것이다.(206)

 

-2. 경쟁차 분석

 

“… 우리는 발전시키고 수정할 부분이 없는지 찾기 위해 모든 차를 하나하나 꼼꼼히 연구한다. 누군가 우리보다 더 나은 차를 내놓을 수 있다면 우리도 그 차에 대해 알고 싶다.

그래서 출시되는 신차를 모조리 한 대씩 사들인다. 그렇게 사들인 차는 보통 한동안 써보고 도로 성능 테스트를 하고 분해하고 각 부분이 어떻게,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연구한다.(208~209)

 

-3. 표준화

 

“표준화는 큰 가격 인하로 소비자들에게도 이익이 되지만 생산자에게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이익을 돌려준다.(211)

 

-4. 현지 생산, Global/Out-Sourcing, 에너지 순환, 자원 절약

 

지금은 디트로이트에서 하루에 3~400대만 조립한다. 딱 그 지역 수요를 맞추는 정도다. 이제는 미국 전역, 아니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조립 기지로 부품을 보내 거기서 조립한다.(214)

“복합 제품의 각 부분이 가장 경제적으로 제작될 수 있는 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산업 전반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지표가 된다.(214)

 

-5. 오늘날 정반대로 행해지는 것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려면 가능한 한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 우리 제품을 한번 산 사람은 또 다른 제품을 살 필요가 절대 없기를 바란다. 개선이랍시고 이전의 모델을 구닥다리로 만드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 10년 전 차라도 오늘 산 부품을 쓸 수 있고 저렴한 비용으로 최신 차로 변모시킬 수 있어야 한다.(212)

 

 

4. 이른바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반대

 

“ … 우리는 차로 그렇게 엄청난 이익을 거둘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합리적인 수준이면 적당하다. 너무 많아도 안 된다. 그래서 차 가격을 생산 조건이 되는 한 되도록 빨리 낮추어 구매자와 노동자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정책을 써왔다. 그 결과 우리에게도 막대한 이익이 돌아왔다.

이 정책은 주주들에게 최대한 많은 현금을 되돌려주는 것을 경영 목표로 생각하는 일반적인 의견과는 배치된다. 그래서 나는 흔히 말하는 주주들을 원치 않는다. 그들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내 야심은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우리가 세우려는 산업 체제의 혜택을 힘닿는 데까지 널리 퍼뜨리는 것이다. 우리는 생활과 가정을 일구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 그러려면 생산적인 사업에 더 큰 몫의 이익을 재투자해야 한다. 일하지 않는 주주들에게 돌아갈 몫은 없다. 일하는 주주라면 배당금을 은행에 넣기보다는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를 늘리는 쪽을 택할 것이다.

임금을 깍을지 배당금을 폐지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언제고 배당금을 폐지하겠다. 앞서 지적했듯이 임금을 깎는다고 비용이 절감되지 않기 때문이다. 임금을 깎으면 구매력이 떨어지므로 임금 삭감은 좋은 조치라 할 수 없다. 지도자의 책임 중에는 자기가 이끄는 사람들에게 생계비를 벌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도 포함된다. 재정이란 회사의 이익이나 지불 능력뿐 아니라, 임금을 통해 공동체에 회사가 환원하는 돈의 액수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다.(230~231)

 

 

헨리 포드의 자서전을 읽고, 몇 가지 정리해 보았다.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평가한 게 아니냐고? 포드가 직접 쓴 자서전을 읽고 정리한 것이니 당연하지 않은가? 포드에 대한 균형 잡힌 평가는 다음으로 미뤄야겠다. 많은 사람들이 새겼으면 하는 구절을 인용하면서 헨리 포드의 자서전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자 한다.

 

 

“끊임없이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내지 못하는 자본은 먼지만큼도 가치가 없다. 노동 조건을 개선하고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자본은 최상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을 가장 잘 활용하는 길은,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해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돈을 활용하는 것이다. 기업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하지 않는다면 중요한 사명을 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충분히 서비스하고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268)




헨리 포드(Henry Ford, 1863년 7월 30일 ~ 1947년 4월 7일)는 미국의 기술자이자 사업가로 포드 자동차 회사의 창설자이다.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서쪽의 농촌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농업 노동의 합리화를 위한 운반의 개선을 위해 기계기사를 지망, 디트로이트의 작은 기계 공장에 들어가 직공으로서 기술을 배웠다. 5년 후 고향에 돌아가 농사를 돌보면서 공작실을 만들어 연구를 계속하였고, 1890년 에디슨 조명 회사 기사로 초청되어 근무하던 중 내연 기관을 완성하여 1892년 자동차를 만들었다. 1903년 세계 최초의 양산대중차 포드 모델 T의 제작을 시작하였다.

그는 특히 경영지도원리로써 미래에 대한 공포와 과거에 대한 존경을 버릴 것, 경쟁을 위주로 일하지 말 것, 봉사가 이윤에 선행할 것, 값싸게 제조하여 값싸게 팔 것 등 4개의 봉사원칙을 내세웠는데 이를 포디즘이라 한다. 한편 포드는 공장의 경영합리화를 위해 제품의 표준화, 부분품의 단순화, 작업의 전문화라는 3S운동을 전개하면서 이 원칙을 달성하기 위하여 누드젠콘이 창안한 컨베이어 시스템을 채용하여 흐름작업조직으로 노동생산성 고무에 이바지하였다. 이것을 '포드 시스템'이라 하는데 특별히 경영을 봉사 기관으 로 보는 포드의 사상은 P. H. 드락카의 경영 이론에 계승되고 있다. 저서에 《오늘과 내일(1926)》, 《나의 산업철학(1929)》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