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분노하라!], 그리고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바람2010 2012. 1. 18. 20:26

그렇다. 이러한 위협은 아주 사라진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호소하는 것이다.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오로지 대량 소비, 약자에 대한 멸시, 문화에 대한 경시(輕視), 일반화된 망각증, 만인의 만인에 대한 지나친 경쟁만을 앞날의 지평으로 제시하는 대중 언론매체에 맞서는 진정한 평화적 봉기".

 

21세기를 만들어갈 당신들에게 우리는 애정을 다해 말한다.

 

"창조, 그것은 저항이며

저항, 그것은 창조다"라고.

 

- [분노하라 INDIGNEZ-VOUS!], 스테판 에셀, 마지막 부분






아직 장군님 출신이 통치하던 80년대 끝자락에 나는 대학에 들어갔다. 많은 것을 경험했던 신입생 시절 읽었던 책 중에 기억에 남는 책이, 우리가 [아미죽]이라 줄여 불렀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었다.

숄 남매의 이야기는 나에게 적잖은 충격이었다. 어린 학생들이 무시무시한 독재권력에 맞섰고, 결국 죽음을 맞았다는 것도 그랬지만, 더욱 충격이었던 것은 아무런 대안이 없어도 그저 그것이 악이기 때문에, 나쁘기 때문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싸웠다는 점이었다. 목숨을 걸고.

"당장 대안이 없더라도 불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 언젠가 승리할 수 있다. 그런 선도적인 투쟁 없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숄 남매의 이야기는 당시 나에게 많은 충격과 영향을 주었지만, 돌이켜 보면 난 그렇게 용감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장의 부조리에 맞서는데 네 인생을 거는 것은 무모하지 않느냐, 열심히 노력해서 힘이 있는 사람이 되어 더 큰 힘으로 세상을 바꾸어라."

"그러다가 저도 변하지 않을까요? 출세하기 위해 세상과 타협하고 기득권층이 되지 않을까요?"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단다. 역사는 침묵하는 다수가 만들어가는 것이란다."

"모두가 침묵하면 세상이 어떻게 변하죠? 비겁한 것 아닌가요?"

......

 

어쭙잖은 논리로 어릴 적 은사님께 대들고, '선생님은 왜 전교조에 참여하시지 않느냐'고까지 했던 나는 나이 들면서 그 분이 내게 가졌을 안타까움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았고, 사람들은 쉽게 나서지 않았으며, 애써 이룩한 성과는 허망하게 무너져 내리기도 했다.

어느덧 이십 여 년이 지나면서 대안 없이 저항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절감했고,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두려워지기도 했다. 그래서, 대안과 현실성 있는 투쟁, 실천에 기울어 갔다.

[개그콘써트] <리얼리T>가 지적하듯이, 전쟁 영화에서 총알이 주인공만 피해가는 것이 못내 불편한 사람이지만, 영화로 봤다면 영화일 뿐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영화보다 더 극적인 삶을 살아 온 '영원한 레지스탕스'의 실제 이야기에는 숙연해진다. "그래, 이게 리얼리티야."

'무관심은 최악의 태도'이며, 역사에 대한 낙관을 가지고, '비폭력', '평화적 봉기'를 통해 세상을 바꾸자는 이야기는 새롭거나 심오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자기 스스로의 삶을 통해 보여준 진실을 전하는 것이기에 간결한 만큼 강력하다.

우리에게 닥친 위협에 맞서 '평화적 봉기'를 통해 세상을 바꾸자! 그 시작은 "불의에 맞서는 우리의 분노"이다.

 

"분노하라!!"

 



저자 : 스테판 에셀
저자 스테판 에셀은 1917년 독일 출생. 유대계 독일인 작가인 아버지, 화가이자 예술애호가인 어머니는 트뤼포의 영화 <쥘과 짐>(Jule et Jim)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7세에 부모를 따라 프랑스로 이주하여 20세에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다. 1939년 파리 고등사범학교에 입학, 선배 사르트르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으나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입대한다. 드골이 이끄는 ‘자유 프랑스’에 합류해 레지스탕스의 일원으로 활약하다가 1944년 파리에 밀입국해 연합군의 상륙 작전을 돕던 중 체포된다.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사형선고까지 받으나 극적으로 탈출한다. 전쟁이 끝난 후 외교관의 길을 걷는다. 1948년 유엔 세계 인권 선언문 초안 작성에 참여하고, 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 유엔 인권위원회 프랑스 대표 등을 역임한다. 퇴직 후에도 인권과 환경 문제 등에 끊임없는 관심을 갖고 사회운동가로서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세기와의 춤』(1997), 『국경 없는 시민 - 장 미셸 엘비그와의 대화』(2008), 『참여하라 - 질 반데르푸텐과의 대담』(2011)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