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36

[노동계급 형성과 민주노조운동의 사회학] 조돈문 지음, 후마니티스 펴냄, 2011.7.15.

“ … 하지만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은 자정이 훨씬 지난 시간에 갸날프게 떨리는 목소리로 당신을 죽여 버리겠다고 한 어느 군산 공장 노동자의 전화다. 옆자리 동료나 아내에게조차 단 한 번도 화를 내본 적이 없었을 법한 착하고 여린 성품의 평범한 노동자인데 내게 살의를 토로한 것이다. 십 년 전의 그 목소리는 오늘까지도 내가 실천적 개입을 고민할 때마다 진지함과 신중함을 잃지 않게 나를 지켜 주고 있는 것 같다.” “노동계급 형성에 대한 실천적 고민”으로 연구했고, 실천적으로 개입했던 연구자가 노동자에게 살해 위협을 받을 때 심정은 어땠을까? 아마 나라면, 보통 사람들이라면 다시는 노동자들의 편에 서지 않았으리라. 그 반대편에 서거나, 아예 외면했으리라. 그러나, 지은이는 “십 년 전의 그 목소리..

책 이야기 2011.10.09

“너희는 고립되었다”

기륭전자비정규직투쟁 1890일 헌정사진집의 제목이기도 하고, 이 사진집을 기획한 송경동 시인이 쓴 시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언제나처럼 제일 먼저 표지와 제목에 눈이 갑니다. “너희는 고립되었다” 여러 가시 생각이 떠 오릅니다. 1. 사진집 앞표지 사진은 감옥 문보다 더 굳게 닫혀 있는 철문 아래 빈틈으로 누군가 손을 내민 사진입니다. (아래 포스터 사진 참조) 고립된 이가 내민 손, 저 세상에서 이 세상을 향해 내민 손, 누군가 잡아주길 바라며 내민 손, 철문 아래로 간신히 내민 손, 그러나, 힘차게 내민 손 … . 낮고 좁은 틈 사이로 손을 내밀기 위해 그(녀)는 아마 바닥에 바짝 엎드려야 했을 것입니다. 가장 낮은 자세를 취해야 했을 것입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내민 손입니다. 그러나, 포스터 속에 ..

책 이야기 2011.01.10

다시 출발점에 서다

가까운 사람이 썼던 [아빠는 현금인출기가 아니야]라는 책의 추천사입니다. 나름대로 고민해서 썼는데, 출판사 사정으로 정작 책에 실리지는 못했습니다. 저도, 책의 저자도, 출판사도 많이 아쉬워했습니다. 뒤늦게 블로그에 올려 봅니다. 다시 출발점에 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은 사람의 논리가 아니라 자본의 논리이다. 경쟁, 효율성, 승자독식 등등. 그러나 삶의 경험들은 자본의 논리를 부정하기도 한다. 배려와 나눔 같이 자본의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가치들 …. ‘이념에 세뇌되었기에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세뇌에서 벗어났기'에 다른 가치, 다른 세상을 추구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우리 삶이 회사/공장에 갇히고, 자본에 갇혀 있듯, 운동도 (작업)현장에, 자본에 갇힌 게 아닐..

책 이야기 2010.10.15

소설 [축제]를 읽고서

15년 전쯤, 신입사원이던 시절, 썼던 글입니다. 그 땐 아직 이십대였는데, 어째 지금보다 더 원숙했던 것 같군요. 쑥스럽긴 하지만, 다시 보는 재미가 있네요. ^^;; 나는 “문학은 삶에 대한 진지한 탐구”라는 고전적인(?) 생각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생각을 고집한다면 나에게는 비록 어떤 글이 ‘문학적 형식’을 빌었다 하더라도 ‘문학’이 아닐 수 있다. 단지 문자화된 어떤 것일 뿐. 물론 나는 ‘문학’이, 더 나아가 ‘예술’이 이른바 ‘예술가’라고 일컬어지는 소수의 전문가들에 의해서만 생산되고 향유될 수 있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글쓴 이 혹은 생산자의 ‘진지함’을 말하는 것이며 이러한 ‘진지함’으로 인해 그 스스로가 ‘삶’의 일부이어야 한다고, ‘현실’의 ‘반영’이어야 한다고 생각..

책 이야기 2010.09.24

‘행복한 일터의 동반자’가 되려면 …

*월간 [참여와 혁신]의 부탁으로 쓴 입니다. *글 뒤에 5월호에서 제가 재미있게 읽은 글들을 몇 개 링크했습니다. 회원전용 기사를 읽으려면 회원 가입하셔야 합니다. 회원 가입은 무료입니다. ‘행복한 일터의 동반자’가 되려면 … ‘행복한 일터의 동반자’를 지향하는 [참여와 혁신]의 기사 중에 가장 재미있게 읽는 글들은 ‘일터’-‘작업장’-‘현장’에 대한 이야기들이 아니라, ‘사람과 삶’에 대한 이야기들입니다. [참여와 혁신]에는 ‘사람/개인’에 대한 이야기들이 ‘은근히’ 많습니다. , , , , , , , 까지. 많지만, 많다고 느껴지지 않게 ‘은근히’ 많습니다. 왜 사람/개인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걸까요? 노동조합과 현장에 대해서는 무관심해진 걸까요? 노동조합이, 집단이 노동자들의 삶에서, 개인들의 삶..

책 이야기 2010.05.25

[도요타의 어둠], 도요타만의 어둠일까?

---------------------------------------------------------------------- 들어가는 글 -토요타는 정말 우량기업인가? -와타나베 마사히로 제1장. 토요타의 본질은 왜 알려지지 않는가? - 광고비 일본 제일의 압력 제2장. 토요타의 사원들은 행복한가? - 직장 환경의 실태 (가) 토요타의 작업환경 평가 - 생활면•업무면•보수면 (나) 토요타에서 죽은 30세 과로사 사원의 아내는 말한다 (다) 싸우는 노조 ‘전 토요타노동조합’위원장은 말한다 제3장. 토요타자동차의 성능은 높은가? - 사실은 결함차의 비율이 99.9% 제4장. 하청사원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지 않은가? - 자동차 절망공장인 토요타 하청 회사들 (가) 가혹한 근무와 다그침으로 우울증에 걸린 덴소..

책 이야기 2010.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