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전체주의는 폭력을 휘두르고 민주주의는 선전을 휘두른다.

바람2010 2012. 3. 24. 23:27



프로파간다 날개 표지프로파간다 날개 표지

[프로파간다 대중 심리를 조종하는 선전 전략]이라는, 이 심상치 않은 제목의 책은 노엄 촘스키가 추천하는 책이라는 이유로 읽어 싶어 했던 지인 덕에 같이 읽게 되었다.

 

책의 속표지를 넘기면 나오는 노엄 촘스키의 말은 현대 사회에서 선전의 본질을 꿰뚫는다.

 

전체주의는 폭력을 휘두르고 민주주의는 선전을 휘두른다.”

 

 

무시무시한 권력의 도구라는 느낌이 팍 오지 않는가?

 

한 장 더 넘기면 노엄 촘스키가 쓴 추천의 글이 이어진다.

1차 세계대전 참전 포스터1차 세계대전 참전 포스터

반전 공약을 내세워, 반전 세력에 힘입어 당선된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이 전쟁에 참가하기로 결정하고, “전쟁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어떻게 광적인 반독일 미치광이로 만들어 모든 독일인을 죽이러 가고 싶어 하도록 만드느냐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 바로 선전(propaganda)’이었다. 윌슨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연방 선전 기관을 설치했다.” “국민을 선동해 호전적 애국주의에 광분하도록 만드는데성공했고, “미국은 그로부터 불과 몇 달 만에 전쟁에 참가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결과에 감탄했다. 그 중 한 사람은 바로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 히틀러와 나찌가 얼마나 훌륭하게 선전을 활용했는지는 잘 알려져 있는 바이다. 그리고 파울 요제프 괴벨스(Paul Joseph Goebbels)도 빼놓을 수 없지.

 



히틀러와 괴벨스히틀러와 괴벨스

우리에게 괴벨스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홍보 산업의 구루(guru)인 에드워드 버네이스(Edward Bernays)가 쓴 책이 바로 이 [프로파간다]이다. “그는 선량한 대중이 바른 길로 가도록 하려면 마음을 통제하는 이 새로운 기술을 소수의 지식인들이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몸소 보여 주었다. “[프로파간다]는 홍보 산업의 핵심 매뉴얼이다.”

 

버네이스 스스로 밝힌 이 책의 목적은 대중의 마음을 지배하는 메커니즘에 이어, 특정 생각이나 제품을 대중에게 선보이고자 할 경우 그러한 메커니즘을 어떻게 조작해야 대중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데 있다.”  ~! 관심이 동하지 않는가?

 

책은 쉽게 쓰여졌고, 적지 않은 내용들이 이제는 일반적인 것이 되어 이해하기 어렵지 않고,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여전히 깊이 알지 못하는 내용들도 담겨 있다.

 

비누 조각 수업비누 조각 수업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선전에 대해 이론적으로 주장하는데 그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선전을 훌륭하게 활용한 탁월한 능력이다. 벨벳의 유행을 부활시키려고 파리 유명 디자이너들을 이용한다든지, “의뢰인의 제품을 과대선전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언뜻 권위 있어 보이는 이른바 후원 위원회를 고안한다든지, 베이컨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정성 어린 아침 식사판촉전을 전개하고, 사람들의 식습관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들을 찾아가 베이컨 섭취가 건강에 좋다고 공개석상에서 말해달라고 부탁한다든지, “초등학교 학생에게도 참가 자격을 주는 아이보리(Ivory) 비누 전국 조각 경연대회를 개최한다든지 하는 것들은 몇 가지 예이다. 이러한 사례들이 보여주는 저자의 탁월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장을 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것을 현실화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이른바 진보 세력에게 많이 아쉬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은 사례집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 기업과 소비자, 현대 사회와 정치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통찰을 보여준다.

 

현대의 기업은 대중의 맥을 계속 짚고 있어야 한다. 대중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파악하고 변화하는 여론에 스스로를 제대로 알릴 준비를 늘 갖추고 있어야 한다.”

 

민심은 국민의 생각을 표현하며, 국민의 생각은 국민이 신뢰하는 지도자와 여론 조작에 능한 사람들에 의해 형성된다.”

 

정치는 미국 최초의 대기업이었다. 따라서 기업은 정치에서 모든 것을 배운 데 비해 정작 정치는 기업으로부터 생각과 제품의 대량 보급 방법을 별로 배우지 못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선거 운동의 첫 단계는 목표를 정하고 이를 현재 유행하는 형태, 즉 연단을 통해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모름지기 선거전이 건전성을 띠려면 후보자의 개성이 아니라 정당의 정책을 제대로 수행하는 후보자의 능력이, 아울러 선전 자체가 강조되어야 한다.”

 

선전 방법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편견과 욕망에 근거해 결정을 내리는 유권자에 한해서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리 시대의 정치인에게 중요한 것은 대중의 비위를 맞추는 기술이 아니라 대중을 흔들 수 있는 능력이다.”

 

미래의 정치인은 중대한 정책에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한편, 정확한 이해와 정보 활동을 바탕으로 각기 다른 계층으로 이루어진 유권자라는 거대한 집단을 조직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

 

선전과 여성 활동, 교육, 사회 산업, 예술에 대한 이야기도 유익하다.

 

저자 버네이스저자 버네이스

 대중의 관행과 의견을 의식과 지성을 발휘해 조작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사회의 이 보이지 않는 메커니즘을 조작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국가의 권력을 진정으로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정부(invisible government)’를 이룬다.”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은 저자와 다르지만, 저자의 책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민주주의의 불편한 진실를 넘어서기 위해서라도.

 

프로파간다 표지프로파간다 표지

여성이 흡연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책 날개 표지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성 흡연, 이것도 저자의 성공 사례 중 하나이다. 책 날개를 벗기면, 검은 색과 어두운 빨간색으로 그려진 군중들의 모습이 나온다. 선전의 본질을 보여주는 그림이 아닐까 한다. 사실 난 이 그림이 더 마음에 든다.

 
     전쟁과 독재를 위해 활용되었던 선전이 이제 기업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자본의 이윤 추구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이고, ‘자본 독재의 시대이니 당연하지 않은가? ‘전쟁과 독재를 위해서도 선전이 필요했지만, 이를 끝내기 위해서도,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선전이 필요하리라. 부인(
否認)이 아니라 부정(否定)이 필요한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