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생각, 노동자 이야기 60

맹자와 양혜왕의 만남

선거운동본부 출정식때 상임본부장으로서 인사하며, 인용한 맹자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인용하고 나서, “선거는 노동조합의 발전을 위한 것이다. 선거 과정에 다른 후보/조직들과 경쟁하게 되겠지만, 서로 적이 아니라 동지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당선되자고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지만, 그게 절대적인 목표일 수는 없다.”는 말과 함께 몇 가지 ‘공자님 말씀’을 더 했습니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제가 했던 말을 지키고자 노력했고, 어느 정도 지켰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역시 쉽지는 않더군요. 우리 내부도 그렇고, 다른 후보진영도 그렇고, 선거는 이기고 봐야 한다는 생각들이 상당히 강했습니다. 그간의 관행과 문화 때문이겠지요, 운동이 퇴락하면서 만들어진 … . ㅠ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어떤 노동조합을 원하십니까? 어떤 지도부를 뽑으시겠습니까?

노동조합 선거를 앞두고 발행된 선전물을 통해 활동가들에게, 조합원들에게 제기한 문제입니다. 선거는 끝났고, 새로운 지도부가 뽑혔습니다만, 조합원들은, 새로 뽑힌 지도부는 제가 제기한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았을까요? 아마도 아니겠지요. 지난 수 년간 노동(조합)운동이 후퇴해 온 것을 고려하면, 사실 그리 쉽게 찾을 수 있는 답이 아닐 것입니다. 새로 선출된 지도부를 중심으로, 활동가들이 앞장 서서, 조합원들과 함께 답을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어떤 노동조합을 원하십니까? 어떤 지도부를 뽑으시겠습니까? ▣ 노동3권, 그리고 노동조합 헌법 제33조 1항: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노동3권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입니다. 이 노동3권을..

희망연대노동조합을 아시나요? - 이런 노동조합, 이런 임단협도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2011년 임단협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변함없이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임금과 복지, 고용안정을 위한 실리 위주의 임단협이었습니다. 돈 많이 받아서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개인적으로는 현대차 임단협에서 일시금, 성과금이 얼마나 나왔는가가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리에 맞서 더 많은 실리’를 주장하는 것은 결국 실리주의로 더욱 깊숙이 빠져드는 길이고, 필연적으로 노사담합과 노동조합의 굴종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차 노사의 사회적 역할이나, 사회적 문제의 해결에 대한 고민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비정규직 문제도 돈을 좀 챙겨 주는 것으로, 사회공헌기금도 애초 출발과 달리 매년 면피성 기금 혹은 회사 이미지 광고 기금으로 전락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

OOOO 사무직 동지들에게 드리는 연대의 말씀

‘노동법 개악’으로 인해 노동조합이, 노동조합 활동이 어려워졌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습니다. 전임자 임금이 금지되고, 복수노조 교섭 창구단일화가 강제되어 노동조합 활동에 장애가 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노동법을 재개정하자고들 합니다. 하면 좋겠지요. 그러나, 과연 이게 올바른 대처 방법일까요? 이제 와서 노동법을 다시 개정하자고 할 게 아니라, 아예 개악을 막아야 했던 것 아닐까요? 그런데, 왜 못 막았을까요? 개악도 못 막았으면서 재개정은 할 수 있을까요? 상황은 냉정하게 판단하고, 행동은 열정적으로 해야 하는 법입니다. 노동법이 개악되어 노동조합이 약해지고 활동이 어려워진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이 약해져서 ‘노동법 개악’이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요? ‘노동법 개악’ 때문이라고 남 탓하기 전에 ..

그곳에 누이들이 있었다 - [내 인생의 전태일 13]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이창근 기획실장

[참여와 혁신] 12월호에 제가 좋아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젊은 나이 답지 않게 원숙하고, 항상 여유와 재치가 넘치는 사람, 그러면서도 진지하고 일관된 사람입니다. 운동도 잘 하고, 말도 잘 하고, 글도 잘 씁니다. 준수한 용모에, 상황 판단도 빠르고 ... 이른바 '신언서판'을 다 갖추었다고나 할까. 여러 모로 뛰어난 사람입니다. 게다가 사람도 잘 챙깁니다. 자신도 해고자이면서, 얼마전엔 또 다른 해고자-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옷도 사준 모양입니다. 추위에 떨지 말라고 ... 형이라고 부를 땐 깜짝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나보다 더 형 같은데 ... 사실 제가 좀더 나이가 많긴 합니다. ^&^;;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이 사람에 대해 좀더 알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네요. 여러분도 기사를 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투쟁 관련 몇 가지 생각

현재 진행중인 투쟁이고, 이 투쟁과 관련해 직접적인 책임을 질 위치에 있지 않은 까닭에, 여러 고민에도 그 동안 침묵했습니다. 가까운 사람들과 몇 마디 이야기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몇 가지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비록 독백에 불과할지라도. …………………………………………………………………………………………………… 어제 울산에서 오신 동지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비정규직 동지들의 투쟁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 정도가 기억에 남습니다. 첫째, 정규직의 지원과 연대가 아니라 정규직의 투쟁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선 회사가 입고 있는 피해-생산 타격이 알려진 만큼 크지 않다는 점, 현자지부가 음식 갖다 주고, 회사 침탈 막고,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

성찰의 힘이 진정한 전태일 정신계승!

... 그래서, 우리가 지금 시기에 진정으로 강조해야할 것은, 노동운동은 항상 우리의 힘이 커지게 하고 근로조건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론 우리의 힘이 작아 질 수도 있고, 근로조건이 열악해 질 수 있음에도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의 산실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참여와 혁신] 11월호 특집 에 실린 박병규 동지의 이야기 마지막 문장입니다. 이 글에서 박병규 동지는 강남 부자와 대기업 노동자들의 공통점으로 탐욕 - 물적 욕망의 극대화를 지적합니다. ...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탐욕입니다. 노무현 정권의 수혜자가 노무현 정권을 비판하고 밀어 내는데 혁혁한 공헌을 했듯이, 노동조합의 최대수혜자인 조합원이 노동조합에 배타적이며 고립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 둘의..

철학 있는 변화와 가치 있는 불변의 공존, ...

‘반드시 변해야 살아남는다’는 시대를 살아온 우리들은 가끔씩 ‘절대로 변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변화를 절대선으로 믿는 시대와 맞서면서 불변이 절대가치가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투쟁하지 않으면 노동운동이 아니라는 변하지 않는 가치를 신봉하면서, 정작 투쟁할 때와 기다릴 때에 대한 판단, 투쟁할 힘을 기를 변화에 대한 고민은 잘 안 보입니다. 경쟁에서의 생존과 효율을 위해서는 변화만이 살 길이라고 믿으면서, 정작 그 변화에 인간과 노동의 가치라는 변할 수 없는 근본이 있다는 것을 망각합니다. 철학 있는 변화와 가치 있는 불변의 공존, 이것이 우리가 찾아야 할 새로운 발전모델이 아닐까요? [참여와 혁신] 10월호 마지막 기사인 '귀향 단상'의..

Time off? or Union off? -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둘러싼 전투에 대한 생각

제가 회원으로 있는 산업노동정책연구소에서 추석 전에 특집으로 내고 싶다고 해서, 지난 9월 초에 급히 작성한 글입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미루어지다가 이번 달 들어서야 출간되었습니다. 두 달도 더 지나서 …. 그 두 달 사이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고, 이제 time-off가 쟁점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당사자들에게는 여전히 최대 현안이겠지만. 그러나, 제가 하려고 했던 이야기는 time-off, 그 자체라기 보다는 더 깊숙한 곳에 있는 문제였고, 이것은 현재도 달라진 게 없으며, 내년에 본격 시행될 “복수노조 허용-창구단일화 시행”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고민해보아야 할 내용일 것입니다. 그래서, 다소 늦게나마 제 고민을 많은 분들과 나누고자 게시합니다. 여..

노동조합! 지킬 것인가, 버릴 것인가? - 정당성과 현실성, …

노동조합! 지킬 것인가, 버릴 것인가? - 정당성과 현실성, … 금속노조 의무교육 방침에 따라 노동법 개정과 노동기본권 사수 투쟁을 중심으로 올 해 투쟁에 대해 조합원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 주제이자 부제목은 입니다. 이 아닙니다. ‘개악’ 대신 ‘개정’, ‘투쟁’ 대신 ‘대응’으로 썼습니다. 교육의 1차적인 초점은 정당성의 확보/설득입니다. 대다수 조합원들이 개정된 노동법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 관심도 많지 않은 상황이고, 정부와 자본, 그리고 보수 언론의 단순하지만 강력한 이데올로기, 이른바 상식 논리에 설득당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노동조합 전임자 임금을 왜 회사가 주어야 하나? 당연히 노동조합이 줘야지’ ‘복수노조 허용하면 노조가 난립할 텐데, 회사가 제대로 운영되겠나? 단일화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