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생각, 노동자 이야기

‘3무(無)’가 아니라 ‘3유(有)’를! – 주간연속2교대제에 대한 물음에 답함

바람2010 2012. 1. 15. 18:36

2008년 5월7일 금속노조는 서울 중소기업중앙회 회의실에서 '주간 연속 2교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매일노동뉴스에 실린 한지원님의 글( [한지원의 금융과 노동] 주간연속 2교대제, 노동의 무기인가 자본의 꼼수인가 - 매일노동뉴스 2012.1.13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8784)을 읽고,

끝부분 "현대차지부가 유지해 온 주간연속 2교대제와 관련한3무정책(노동강도·임금·고용조건 하락 없는 교대제 개편)은 정세적으로, 현실적으로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주장에

과연 그럴까요? 이른바 3무의 본질에 대해 충분히 경험하고 알려진 줄 알았는데, 아닌가 봅니다. 안타깝군요라고 문제를 제기했더니,

한 분이 그 본질에 대해 알려진 바가 궁금하군요라고 물으셨습니다.

 

급한 대로 주간연속2교대제가 어떻게 진행되어왔는지 관심 있게 본 사람이라면 다 아실 것 같은데...

1.
주장하시는 '임금 감소 없는'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가요? 시간당 임금? 총액임금?
2. '
임금 하락 반대' '생활임금 쟁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3. 3
무의 대상이 누구일까요? 현재 고용되어 있는 정규직? 현재 고용되어 있는 비정규직까지? 완성사? 협력사까지?

먼저 000님이 동의하는 '3'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 알고 싶군요. 당사자들에게 '3'에 대해 들어보면 다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는, 동상이몽이더군요.라고 답하긴 했는데,

진지한 물음에 너무 불성실하게 답한 것 같아, 간략히 적는다는 게 본의 아니게 길어졌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 … .

 

 

한지원님과 기본적인 생각은 같습니다. 다만, 이른바 ‘3가 끼친 해악이 여전하고, 또 아직 극복되지 못하고 반복될 가능성이 있어 다소 예민하게 반응했습니다. 조금 좁혀서 몇 가지만 이야기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1. 고용 창출

 

노동강도와 생산량 변동 없이 노동시간이 단축되려면 당연히 고용이 늘어야 합니다. 사실 지금 현실을 고려하면, ‘노동강도 유지 - 강화 반대정도가 아니라, ‘노동강도 저하 - 추가 고용 창출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렇게까지 주장하고 나아가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고용 창출은 주장하고 쟁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산량 문제도 중요한데, 근본적으로 보면 과연 현재 생산량이 유지되어야 하는가도 고민할 수 있겠지만, 이건 노동시간 단축과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하고, 다양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 같으니, 일단 덮어두죠.

 

 

2. 생활임금 쟁취

 

임금 보전과 관련해서는
- ‘‘8시간 임금혹은 ‘8시간 임금+@’만 보전 받더라도 실제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출발해서 계속 임금 인상 투쟁을 하면 된다는 사람들도 있고-물론 소수입니다-,
- ‘
잔업을 포함한 10시간 임금을 기준으로 보전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 ‘
잔업만이 아니라 휴일 특근까지 포함해 그야말로 총액 임금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어느 쪽이든 마땅치 않다는 것입니다. 잔업 포함이든, 휴일 특근 포함이든 본래 정취노동인 8시간을 넘어서는 부분까지 당연시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장시간 노동은 최근 노동부로부터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지적까지 받은 바 있습니다.

임금 저하 없는의 가장 큰 폐해는 이른바 ‘3중 임금문제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만들어 왔다는 것입니다. ‘임금 총액 보전생산량 보전을 교환한 2008년 현대차지부의 합의는 이런 맥락에 충실한 것이고, 저는 이 문제의 근원에 이른바 ‘3가 있다고 봅니다. ‘노동계급 입장에서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와 원칙을 분명히 하는 것이 아니라, ‘완성사 정규직 조합원의 기득권 방어정도로 전락시키면서, 가장 계급적이고 원칙적인 입장인 것처럼 포장되었던.

그럼 대안은 무엇인가? 간단치 않은 문제이지만, 임금 보전이 아니라 차라리 생활임금 쟁취를 외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원칙 사이에 우선 순위를 생각한다면, 현실적으로 볼 때 임금 문제가 제 1의 중요성을 갖는 문제는 아니며, 전술적으로 고려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3. 연대와 단결

 

주체의 역량까지 포함해 현실적 조건을 고려하면, 주간연속2교대제의 효과는 불편부당하고 모두에게 고르게 이익이 되긴 어렵습니다. 자본간에도 대자본과 중소자본의 역관계가 기울어지지만,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그렇습니다. 완성사 정규직 조합원의 기득권 유지를 우선시하는 형태로 주간연속2교대제가 이루어지면, 비정규직, 그리고 부품/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는 추가적인 희생이 요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수 부품/협력업체에는 노동조합조차 없으며, 있다 한들 완성사 자본을 (등에 엎은 자본을) 상대로 강력한 저항을 하고 성과를 내긴 어렵습니다. 유성기업의 사례는 여러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지만, 이런 맥락에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전 완성사지부의 강고한 의지나 돌파, 뭐 이런 것에 기대는 정도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주체와 대상을 더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완성사의 임단협은 전체의 한 부분이어야겠지요. 그런데, 지금은 그것이 거의 전부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라면 ‘3()’가 아니라 ‘3()’를 외치겠습니다.

노동강도·임금·고용조건 하락 없는 주간연속2교대제가 아니라,

고용 창출/생활임금 쟁취/연대와 단결이 있는 노동시간 단축!”

 

참 어려운 시기입니다. 어려울수록 기득권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어적인 자세와 투쟁보다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보다 많은 권리를 쟁취하는 공세적인 자세와 투쟁이 필요합니다.

 

000님의 물음에 너무 불성실하게 답한 것 같아, 간략히 적는다는 게 본의 아니게 길어졌습니다. 많은 고민과 실천을 함께 하고, 나누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