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생각, 노동자 이야기

OOOO 사무직 동지들에게 드리는 연대의 말씀

바람2010 2011. 7. 27. 22:30

노동법 개악으로 인해 노동조합이, 노동조합 활동이 어려워졌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습니다. 전임자 임금이 금지되고, 복수노조 교섭 창구단일화가 강제되어 노동조합 활동에 장애가 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노동법을 재개정하자고들 합니다. 하면 좋겠지요. 그러나, 과연 이게 올바른 대처 방법일까요? 이제 와서 노동법을 다시 개정하자고 할 게 아니라, 아예 개악을 막아야 했던 것 아닐까요? 그런데, 왜 못 막았을까요? 개악도 못 막았으면서 재개정은 할 수 있을까요?

상황은 냉정하게 판단하고, 행동은 열정적으로 해야 하는 법입니다. 노동법이 개악되어 노동조합이 약해지고 활동이 어려워진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이 약해져서 노동법 개악이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요? ‘노동법 개악때문이라고 남 탓하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요? ‘노동법 개정이라는 단순명쾌하지만, 별 가능성 없는 주장에 매달려 허송세월하지 말고, 왜 노동조합이 약해지고 후퇴해 왔는지 분석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제조업에서 노동조합의 주류는 이른바 현장직/생산직 노동자들과 활동가들입니다. 사무직 노동자들은 소극적이고, 활동가들도 많지 않습니다. 현장직/생산직이니까 당연하고, 사무직이니까 당연한 일일까요? 그렇다면 은행처럼 사무직만 있는 사업장에서는 어떻게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파업하고, 투쟁할 수 있는 걸까요? 도저히 감내할 수 없었던 노무관리와 탄압이 많은 현장직/생산직 노동자들로 하여금 노동조합을 통해 폭발하고, 자기 권리를 지키도록 만들었습니다. 본래부터 강력한 노동조합이 있었고, 노동조합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피나는 노력과 희생을 통해 그렇게 만들어 온 것입니다.

 

지금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서도 노동조합은 폭발적으로 분출했고, 성장해 왔습니다. 노동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입니다.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도 조합원이, 대중이 외면하면 노동조합은 죽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도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단결하면 노동조합은 막강한 조직이 되기 마련입니다. 결국 노동조합의 생사는 노동자들에게 달린 것입니다. 강력한 노동자들의 조직, 그 중에 가장 기본인 노동조합 없이 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를 쟁취하고 지킬 수 있을까요? 불가능한 일입니다. 결국 노동자들 스스로에게 달린 일입니다.

 

OOOO 사무직 동지들이 겪어온 지난 세월, 정말 녹녹치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굴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제 조금만 더 전진하면 고지에 이를 것입니다. 정상에 오를 것이냐? 아니면 갈 길이 보이지 않은 숲 속에서 어둠을 맞을 것이냐? 여러분의 선택이 필요합니다. 합리적이고 현명한 선택을 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올바른 것이 되도록 치열하게 노력하시리라 믿습니다.

2011.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