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생각, 노동자 이야기

어떤 노동조합을 원하십니까? 어떤 지도부를 뽑으시겠습니까?

바람2010 2011. 10. 1. 20:52

노동조합 선거를 앞두고 발행된 선전물을 통해 활동가들에게, 조합원들에게 제기한 문제입니다.

선거는 끝났고, 새로운 지도부가 뽑혔습니다만,

조합원들은, 새로 뽑힌 지도부는 제가 제기한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았을까요?

아마도 아니겠지요.

지난 수 년간 노동(조합)운동이 후퇴해 온 것을 고려하면,

사실 그리 쉽게 찾을 수 있는 답이 아닐 것입니다.

새로 선출된 지도부를 중심으로,

활동가들이 앞장 서서,

조합원들과 함께 답을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어떤 노동조합을 원하십니까?

어떤 지도부를 뽑으시겠습니까?

 

▣ 노동3, 그리고 노동조합

  

헌법 제33 1: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노동3권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입니다.

이 노동3권을 행사하는 실질적인 주체는 노동자 개인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자주적 조직인 노동조합입니다. 노동자가 단결하면 단체-조직이 되고, 단체-조직이 되어야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 : 노동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기타 노동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

 

우리 사회에서, 헌법에서 노동자들에게만 기본권으로 노동3권을 보장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이 노동3권을 통해 힘의 열세를 만회하고, 노사 대등한 위치에서 노동조건을 결정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쟁취하고, 보호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 조합원이 존중 받아야 합니다.

 

노동조합의 활동목적은, 간단히 말하면 조합원이 존중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조합원들이 단협에 보장된 권리를 실제로 보장받고 있습니까? 회사로부터, 관리자로부터 존중받고 있습니까? 노동조합이, 조합원이라는 것이 자랑스럽습니까? 노동조합의 주장이 옳다고 느끼십니까? 그렇다면 올바른 노동조합이고, 강력한 노동조합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회사나 관리자는 물론, 노동조합으로부터도 무시당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더 많은 돈-실리(?)를 요구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돈도, 실리도 행복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입니다.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조합원들이 월급은 많이 받지만, 존중 받지 못한다면, 자기 삶이 행복하지 못하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 통치자가 필요하십니까? 아니면 해결사?

 

노동3권의 주체를 노동자 개인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조직인 노동조합으로 상정하는 것은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개인 혼자만의 힘으로는 온전히 노동권을 쟁취할 수도, 지킬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잘난 개인이 아니라 뛰어난 집단-조직-공동체, 이 뛰어난 집단-조직-공동체를 만들어 낼 참된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다들 아시는 이야기를 굳이 하는 것은 이 자명한 사실이 쉽게 잊혀지기 때문입니다. ‘조합원들이 자기를 뽑아주기만 하면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겠다’, ‘그냥 나에게 믿고 맡겨달라는 식의 주장은 노동조합이 어떤 조직인지, 목적이 무엇인지, 지도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모르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조합원 위에 군림하는 통치자가 아니라, 조합원의 문제를 대신 해결하는 해결사가 아니라, 조합원에게 위임 받은 권한을 조합원 뜻에 맞게 행사해, 조합원의 요구를 실현하는 지도부입니다. 그러기 위해 조합원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지도부입니다. 조합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조합원들의 힘과 지혜를 결집시키는 능력을 가진 지도부입니다. ‘탁월한 능력을 가진 자신이 그렇지 못한 조합원들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한다는 우월감에 빠진 사람이 아니라, 조합원들이 부여한 임무를 성실히, 최선을 다해 수행할 겸손한 사람들입니다. 무엇보다 조합원들에게 모범이 되고, 조합원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대중의 지도자, 조직의 지도부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참으로 많습니다. 이걸 다 갖추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러나, 최소한 부족함을 인정하고 노력하는 자세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진정성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원맨쇼로는 안됩니다.

 

조합원 45백에 이르는 남양위원회, 이 거대한 조직을 무슨 수로 의장 혼자 책임지겠습니까? 조합원이 주인 역할을 잘 해야 하고, 대의원과 상집을 비롯한 간부들이 함께 헌신해야 합니다. 물론 그 중심에 임원들이, 특히 의장이 서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혼자 다할 수 있다는 태도, ‘잘되면 내가 잘나서, 못되면 남 탓’, 이런 자세는 결코 올바르지 않습니다.

현장의 비판여론을 선거를 의식한 정치 공세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조합원 목소리로 생각하고 귀 기울일 줄 아는 지도자, 다른 임원과 간부들의 역할을 존중하고, 권한을 나눌 줄 아는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공은 다른 사람들에게 돌리고, 책임은 앞장 서 지는 자세, 지도자의 기본 아닌가요?

 

▣ 행동 없는 교섭은 무력하고, 교섭 없는 행동은 공허합니다.

 

자칭 협상의 달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달인들의 협상 결과에 만족하셨습니까? 노동조합의 힘은, 협상력이나 교섭력도 조합원들로부터 나옵니다. 조합원들의 단결, 그리고 행동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게 없을 때 협상의 성과는 초라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지난 해, 올 해 단체교섭을 통해 확인하지 않았습니까?

교섭과 행동, 둘 다 목적 달성을 위한 중요한 수단입니다. 상황 따라 강온전술, 여론전, 행동전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측을 압도하고, 무엇보다도 조합원 대중으로부터 인정받는, 설득력 있는 논리와 주장, 때로는 자기 희생을 마다하지 않고, 돌파하는 당찬 행동력이 모두 필요합니다.

 

▣ 조합원 범위 확대! 이제 포기해야 할까요?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전투는 전쟁에서 이기자고 하는 것입니다. 규모가 큰 조직일수록 전략적 사고가 중요합니다. 전략적 과제에 대한 비전도, 개념도, 이해도 없이 어떻게 이 큰 조직을 이끌 수 있습니까?

당장 자기가 생색내기 위한 단기 성과주의에 매몰되면 조직은, 노동조합은 망합니다. 비록 당장 자기 공으로 내세울 수 없어도, 전략적 과제는 집행부가 바뀌어도 계승되고 추진되어야 하며, 그래야 마침내 쟁취할 수 있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남양위원회 최대의 전략적 과제는 조합원 범위 확대!’입니다. 그러나, ‘회사가 들어줄 리 없다, 단지 표를 얻기 위한 선거용 주장일 뿐이라고 매도하는 사람이, 그래서 난 공약한 적 없다고 자랑하는 사람이, 과연 조합원 범위 확대!’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요?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태도를 바꿔 조합원 범위 확대 쟁취!’를 외칩니다. 과연 쟁취할 수 있을까요? 조합원을 기만하는 일입니다.

지금은 누구나 이야기하는 조합원 범위 확대!’, 처음부터 누구나 주장하는 것도 아니었고, 남양의 숙원사업으로 부각되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지난 2003년 선거에 한 후보진영에서 핵심 공약으로 주장하고, 당선되어 비로소 남양의 숙원 사업으로, 최대 전략 과제로 부각되었습니다. 그 후 남양은 물론이고, 울산에서도 너도 나도 공약으로 내세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8년이 지났습니다. 여기서 포기하시겠습니까? 눈 앞의 이익만 취하시겠습니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계속 노력해서 이제는 쟁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른 직군은 다 되는데, 왜 연구직과 일반직만 제외되어야 합니까? 다른 지역은 노동자의 절대 다수가 조합원인데, 왜 남양만 노동자의 절반 정도만 겨우 조합원 자격을 가져야 합니까? 왜 절대다수의 남양 조합원이 불과 몇 년만 지나면 조합원 자격을 잃어야 합니까?

남양의 숙원 사업인 조합원 범위 확대!’, 주장만으로, 협상만으로 쟁취할 수 있을까요? ‘노사협조주의로 관철시킬 수 있을까요? 반드시 얻고 싶은, 소중한 것이라면, 응분의 대가도 기꺼이 감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회사의 선처가 아니라, 결국 조합원과 노동조합의 선택과 결단에 달린 일입니다.

 

▣ 소통과 공감

 

단체교섭 시기에는 조합원들의 관심이 집중되기 마련이고, 조합원들의 힘과 지혜를 모으기 위한 노동조합의 활동이 활발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요즘 노동조합 어떻습니까? 조합원들보다 관리자들이 더 빨리, 더 정확하게 교섭에 대해, 노동조합의 결정에 대해 알지는 않습니까? 조합원들의 의견을 물어 우선 순위를 정하면서 협상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의 힘과 지혜를 모아 회사를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교섭위원 몇 사람의 개인기로 돌파하려 하지 않습니까? 사실 그 개인기도 민망한 수준 아닙니까? 믿고 맡겨달라? 내가 해결하겠다? 그래서, 결국 어떤 성과를 만들었습니까?

무엇보다 조합원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노동조합이 조합원과 소통하지 못하는데,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의 주장에 공감하지 못하는데, 뭐가 되겠습니까?

 

 

노동조합 지도부를 뽑는 선거가 시작되었습니다. ‘내가 제일 잘 났으니, 나를 뽑아달라는 주장만 할 게 아니라, 어떤 노동조합이 필요하지, 어떤 과제를 달성해야 하는지, 어떤 지도부가 필요한지 조합원과 함께 평가하고, 반성하고, 고민하고, 의견을 모으는 게 더 중요한 일이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아닐까요?

노동조합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에, 우리에게 어떤 노동조합이, 어떤 지도부가 필요한지 여러분들과 같이 고민하고, 소통하고, 공감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십니까?


- 2011.9.7.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