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노동계급 형성과 민주노조운동의 사회학] 조돈문 지음, 후마니티스 펴냄, 2011.7.15.

바람2010 2011. 10. 9. 19:01

… 하지만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은 자정이 훨씬 지난 시간에 갸날프게 떨리는 목소리로 당신을 죽여 버리겠다고 한 어느 군산 공장 노동자의 전화다. 옆자리 동료나 아내에게조차 단 한 번도 화를 내본 적이 없었을 법한 착하고 여린 성품의 평범한 노동자인데 내게 살의를 토로한 것이다. 십 년 전의 그 목소리는 오늘까지도 내가 실천적 개입을 고민할 때마다 진지함과 신중함을 잃지 않게 나를 지켜 주고 있는 것 같다.”

 

노동계급 형성에 대한 실천적 고민으로 연구했고, 실천적으로 개입했던 연구자가 노동자에게 살해 위협을 받을 때 심정은 어땠을까? 아마 나라면, 보통 사람들이라면 다시는 노동자들의 편에 서지 않았으리라. 그 반대편에 서거나, 아예 외면했으리라. 그러나, 지은이는 십 년 전의 그 목소리가 자신을 지켜 주고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여전히 노동자들을 위해 연구하고, 실천하고 있다.

 

이런 훌륭한 연구자들, 선생님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노동계급은 후퇴해 왔다.

“(87) 노동자 대투쟁 이후 사반세기가 지났다. 작금의 노동계급과 민주노조운동의 모습은 그때 기대했던 이후의 모습과 비교하면 가히 처참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왜 민주노조운동은 기대를 저버리게 되었을까?”

“ … 도대체 남한의 노동계급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이 책은 바로 이런 물음에서 출발한다.”

 

“ … 특히 계급 형성이 후퇴하고 실패하는 과정을 연구한다는 것은 대단히 고통스런 일이다라고 술회하는 지은이 심정을 짐작할 수 있다.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직접 경험하지도 못했고, 한참 후에 시작해 아직 노동운동의 경험이 짧은 나도 담담하게 읽을 수 없는데, 고통스럽게 읽을 수 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 실천적으로 개입했던 지은이는 오죽하겠는가?

 

지은이는 아직도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지 않았기에, 고통스러운 작업을 마다하지 않고, 이 책을 펴냈다. 마찬가지로 아직도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고통스럽더라도 열심히... .

 

이 책은 네 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노동과 계급에 대한 진보학계의 연구 성과를 검토하고, 2부는 해방 후 남한 노동계급의 역사를 계급 구조와 계급 형성 측면에서 검토한다. 3부는 경제 위기와 뒤이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구조조정을 노동계급은 어떻게 경험했고 민주노조운동은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분석하고, 4부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구조조정을 경험하면서 노동계급이 어떻게 변화했고 현재 어떤 모습을 지니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각 부에 실린 글들의 내용에 대해서는 각 부의 서두에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450
쪽이 넘는 두툼한 책이다. 짧은 시간에 핵심적인 내용을 보고 싶다면, “책 머리에-노동계급 형성의 기대감과 실망와 각 부의 서문, 각 장의 맺음말, “책을 마치며-다시 생각해 보는 노동계급 형성의 과제를 추천한다. 그러나, 제대로 보고 싶다면 역시 본문까지 다 읽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책을 마치며-다시 생각해 보는 노동계급 형성의 과제에서 제기하고 있는 다음 다섯 가지의 과제는 노동계급 형성을 위한 연구와 실천의 나침반으로 삼을 만하다.

-.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노동계급 보수화 극복의 과제

-. 계급 형성 미스매치 현상과 비정규직 주체 형성의 과제

-. 민주노동운동의 내적 결속력 약화와 분파주의 극복 과제

-. 민주노조운동의 사회적 영향력 추락과 설득의 논리실천 과제

-. 계급정당 분열과 노동계급 정치 세력화의 과제



저자 : 조돈문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를,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관심 영역은 사회 양극화와 비정규직, 계급 관계와 노동계급 형성, 대안 체제와 사회운동 등이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산업노동학회 회장, 비판사회학회 회장, 대안연대회의 운영위원장,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공동대표 겸 이사장, 학술단체협의회 상임대표, 진보정치세력의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모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노동운동과 신사회운동의 연대』(1996), 『노동계급의 계급 형성: 남한 해방 공간과 멕시코 혁명기의 비교연구』(2004), 『브라질에서 진보의 길을 묻는다: 신자유주의시대 브라질 노동운동과 룰라 정부』(2009) 등이 있으며, 공저 및 편저로는 『유럽의 노후보장체계와 기업연금』(1997), 『신경영전략과 노동조합의 대응』(1999), 『구조조정기 노동조합의 개입전략』(1999), 『구조조정의 정치: 세계 자동차산업의 합리화와 노동』(1999), 『한국 사회의 계급론적 이해』(2003), 『경제위기와 한국인의 복지의식』(2003), 『신자유주의 시대 라틴아메리카 시민사회의 대응과 문화변동』(2005), 『산업공동화와 노동의 대응방향』(2005), 『민주노조운동 20: 쟁점과 과제』(2008), 『한국 사회, 삼성을 묻는다』(2008), 『위기의 한국사회, 대안은 지역이다』(2011) 등이 있다.


목차

책머리에·노동계급 형성의 기대감과 실망_11

1부 노동과 계급 연구의 성과와 과제
1
장 민주노조운동의 동학과 노동문제 연구의 추세
1.
들어가는 말 : 진보 학계와 민주노조운동의 만남_20
2.
노동운동 위기론과 노동운동 연구_23
3.
신경영전략과 노동과정·노동통제 연구_28
4.
노사정위·구조조정과 노동정책·노사관계 연구_34
5.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비정규직·여성 노동 연구_42
6.
맺음말_51

2
장 마르크스주의 계급론의 과제
1.
구해근의 문제 제기_57
2.
구해근의 ‘모색’과 대안_59
3.
마르크스주의 계급론 ‘연구 프로그램’의 과제_63

2부 노동계급 60년의 역사
3
장해방 60년 계급 구조 및 노동계급 구성 변화
1.
문제 제기_75
2.
연구 방법 및 자료_78
3.
계급 구조 변화_82
4.
노동계급의 계급 구성 변화_94
5.
맺음말_101

4
장 해방 60년 노동계급 형성과 민주노조운동의 궤적
1.
들어가는 말_105
2.
노동계급 형성과 시기 구분_106
3.
해방공간 전평과 변혁적 노동운동_109
4.
독립 이후 대한노총-한국노총과 어용노조_118
5.
노동자 대투쟁 이후 개혁적 민주노조운동_128
6.
맺음말 : 노동계급 형성의 역사적 궤적과 과제_143

3부 경제 위기와 노동의 전략
5
장 대우자동차 처리 과정과 정부의 실패
1.
들어가는 말_156
2.
대우자동차 처리 과정의 전개_158
3.
매각 추진 과정과 정부의 실패_162
4.
정부 실패의 요인_177
5.
맺음말_187

6
장 산업민주주의 결핍과 노동자 불만
1.
문제 제기_190
2.
기아자동차와 대우자동차의 비교_192
3.
대우자동차의 산업민주주의 현황_201
4.
맺음말 : 산업민주주의 결핍과 노동자 불만_217

7
장 대우자동차 노동조합의 해외매각반대투쟁
1.
문제 제기_228
2.
대우자동차 처리 과정과 노동조합의 투쟁_231
3.
노동조합 투쟁 전략과 두 가지 논리_243
4.
맺음말 : 노동조합 투쟁과 딜레마_258

4부 시장경제 모델과 노동계급의 계급의식 변화
8
장 자유시장경제 모델로의 이행과 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
1.
들어가는 말 : ‘기업하기 좋은 나라’ 대 ‘사회 통합적 노사관계’_269
2.
자유시장경제 모델과 ‘기업하기 좋은 나라’_272
3.
자유시장경제 모델과 ‘사회 통합적 노사관계’의 예정된 실패_282
4.
맺음말 : 자유시장경제 모델과 자본계급 지배 양식_299

9
장 한국 노동계급의 계급의식과 보수화
1.
문제 제기_304
2.
노동계급의 계급의식과 보수화의 이론과 쟁점_306
3.
자료 및 경험적 검증 방향_318
4.
노동계급 보수화의 경험적 검증_323
5.
맺음말_330

10
장 한국 사회의 계급과 문화
1.
들어가는 말_333
2.
계급과 문화의 이론적 쟁점과 분석 방법_335
3.
계급 간 문화적 차별성_347
4.
경제자본과 문화자본의 설명력_354
5.
노동계급 형성과 문화 관련성_361
6.
맺음말_366

11
장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경험과 노동계급의 계급의식
1.
들어가는 말_371
2.
연구 과제와 연구 방법_373
3.
노동시장과 생산 현장 경험의 영향_380
4.
노동계급의 내적 이질성과 계급의식 분석_390
5.
맺음말_398

책을 마치며 다시 생각해 보는 노동계급 형성의 과제_403

 


출판사 서평

각 장별 주요 내용
이 책은 네 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노동과 계급에 대한 진보학계의 연구 성과를 검토하고, 2부는 해방 후 남한 노동계급의 역사를 계급 구조와 계급 형성 측면에서 검토한다. 3부는 경제 위기와 뒤이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구조조정을 노동계급은 어떻게 경험했고 민주노조운동은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분석하고, 4부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구조조정을 경험하면서 노동계급이 어떻게 변화했고 현재 어떤 모습을 지니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1부 노동과 계급 연구의 성과와 과제
노동문제 연구와 계급론의 연구 동향을 점검하며 향후 연구 과제를 검토한다.

1
노동문제 연구 성과를 노동운동, 노동과정과 노동통제, 노동정책과 노사관계, 노동시장과 비정규직 등 네 영역으로 나누어 검토한다. 진보 학계의 노동문제 연구 추세를 살펴보면, 민주노조운동이 처한 조건에 따라 노동문제 연구의 초점이 변화했으며, 노동에 대한 통제는 국가에서 시장으로 그 중심이 이동하고 있으며, 치열한 논쟁으로 발전하지는 않았으나 쟁점들을 관통하는 대립되는 관점은 지속되고 있으며, 노동문제 연구는 전문성 강화와 실천성 약화라는 변화 추세를 보여 왔다.

2
마르크스주의 계급론의 과제를 짚어 보는데, 먼저 구해근의 국내 계급연구에 대한 비판적 문제 제기를 검토하며 논의를 전개한다. 노동계급 형성의 부침에 따라 마르크스주의 계급론의 설명력도 부침하기 때문에, 외환 위기 이후 노동계급 형성 후퇴에 따른 계급론의 설명력 약화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하지만 외환 위기 이후 경제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삶의 질이 악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계급 형성이 후퇴한 것은 물질적 조건과 노동자 경험을 중시하는 마르크스주의 계급론을 반증하는 역설적 현상으로 보인다. 이러한 역설적 현상에 대해연구 프로그램으로서 마르크스주의 계급론이 우선적으로 수행해야 할 과제는 계급 형성의 부침을 설명하며 역설적 현상의 원인과 인과적 메커니즘들을 규명하는 것이다.


2부 노동계급 60년의 역사
한국 노동계급의 존재조건과 계급 형성의 현황을 역사적 맥락 속에 위치시키기 위해 해방 이후 60년 동안의 노동계급 역사를 계급 구조의 변화와 노동계급 형성의 부침을 중심으로 검토한다.

3
해방 60년 노동계급의 역사를 계급 구조 및 노동계급 내적 구성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한다. 해방 60년 동안 한국 사회의 계급 구조는 큰 변화를 겪었으며, 그 변화의 핵심에는 프티부르주아의 급격한 감축이 있었다. 이제 계급 구조는 거의 평형점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계급 구조의 변화는 계급 간 상대적 규모의 변화보다는 계급 내적 구성의 변화를 중심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가장 급격한 계급 구성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노동계급이다.

4
해방 60년 노동계급의 역사를 노동계급 형성의 시각에서 민주노조운동의 궤적을 중심으로 검토한다. 민주노조운동의 부침과 관련하여 해방 60년은 세 시기로 구분될 수 있다. 첫 번째 시기는 해방공간으로서 전평을 중심으로 인민의 국가 건설이라는 변혁적 목표하에서 노동계급은 계급 형성에 성공하여 9월 총파업이라는 국가 건설을 둘러싼 계급 전쟁을 전개하였다. 두 번째 시기는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전평 조직이 분쇄되며 노동조합으로부터 계급성
민주성자주성이 제거되며 계급 해체가 진행되었고, 대한노총-한국노총 어용노조들은 노동자들의 불만이 계급의식과 투쟁 동원으로 발전하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노동자들을 저동원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세 번째 시기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신규 노조들을 중심으로 민주노조운동이 발달하면서 노동조합은 계급성과 함께 민주성과 자주성을 회복하여 어용노조-민주노조의 이중구조를 형성하게 되었고, 노동계급의 계급 형성은 다시 진전될 수 있었다.

3부 경제 위기와 노동의 전략
산업민주주의 결여와 일방적 억압적 지배 아래 노동자들의 불만이 누적된 가운데 경제 위기 이후 전개되는 구조조정과 민주노조운동의 대응을 대우자동차 해외 매각을 둘러싼 계급갈등을 중심으로 검토한다. 대우자동차 사태는 국가 기간산업의 해외 매각 여부를 둘러싸고 국민 여론의 지대한 관심 속에서 정부의 일방적 해외 매각 추진에 대해 민주노조운동이 정면으로 대립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대우자동차 사태는 노동을 배제한 정부의 일방적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방식의 특성을 잘 보여 주는 동시에 완성차 노동조합들이 최초로 연대 총파업 투쟁을 전개하면서 민주노조운동 투쟁의 이념적 지향성과 투쟁 방식의 특성 또한 잘 보여 주고 있다.

5
대우자동차 처리 과정을 정부의 정책 중심으로 검토하며 정부의 실패를 분석한다. 정부의 실패는 세 가지 요인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정부 내 산업 정책 부문들이 배제됨으로써 산업정책 논리는 힘을 잃고 채권의 조기 회수와 금융권 부담 경감이라는 금융 논리가 지배하게 되었다. 둘째, 한미 간 자동차 수출입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미국 측 통상 압력은 정부로 하여금 대우자동차의 해외 매각을 통해 한미 간 통상 문제를 해결하도록 압박하였다. 셋째, 김대중 대통령이 두 차례나 GM 회장을 만나서 대우자동차에 대한 투자
인수를 요청하는 등 대우자동차 해외 매각은 김대중 정권의 개방정책과 세일즈 외교의 성공을 상징하게 되었다.

6
대우자동차가 전형적인 재벌 사업체로서 노동자 불만으로 인해 노사 협력에 의한 독자 회생을 어렵게 한 근본 원인을 산업민주주의 결핍에서 찾는다.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의 헌신성 결여는 노동자들의 직장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는 것이며, 그 원인은 대우자동차의 산업민주주의 결핍에서 찾을 수 있다. 대우자동차는 산업민주주의 세 수준, 즉 경영 여 수준, 작업 조직 자율성 수준, 직무 수행 자율성 수준 모두에서 노동자들의 기대 수준에 크게 못 미쳤다. 이와 같이 산업민주주의 발달수준은 매우 낮은 반면 노동자들의 산업민주주의에 대한 욕구가 날로 증가하여 산업민주주의 결핍에 대한 노동자 불만이 증폭되면서 기업에 대한 헌신성이 형성되기 어려웠음을 확인할 수 있다.

7
대우자동차의 해외 매각 추진에 저항하는 노동조합의 투쟁을 분석하며 노동조합의 딜레마를 논의한다. 국민 여론의 설득을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당면 이해관계의 희생도 감수하며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 요청되었지만, 노동자 동원을 위해서는 노동자 이해관계에 배타적으로 헌신하고 노동자 정서에 부합할 것이 요청되고 있었던 것이다. ‘설득의 논리와동원의 논리가 서로 갈등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조합의 취약한 조직력과 회사 측의 적극적 개입으로 노동자 동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대우자동차 노동조합은 동원의 논리에 우선권을 부여함으로써 국민 여론의 지지를 극대화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4부 시장경제 모델과 노동계급의 계급의식 변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속에서 노동계급이 보수화를 겪게 되는 과정과 그 결과를 분석한다. 김대중 정권에 이어 노무현 정권이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추진하며 시장경제 모델의 이행은 돌이키기 어렵게 되었으며 그에 저항하는 민주노조운동은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노동계급은 의식의 보수화를 겪게 되었다. 의식의 보수화 추세 속에서도 노동계급은 사회정치의식뿐만 아니라 문화적 특성에서도 계급적 차별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노동계급의 내적 이질성의 존재도 확인되고 있는데, 문화적 차별성의 경우 아직 문화적 분절로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의식적 차별성은 경제 위기와 구조조정 시기의 경험에 따라 유의미한 의식적 분절로 발전했음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의식 수준 역전으로 인한 노동계급 형성의 미스매치 현상은 노동계급 형성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 주고 있다.

8
김대중 정권에 이어 노무현 정권하에서 추진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시장경제 모델을 자유시장경제 모델로 이행하도록 하여 노사관계 유형의 선택지를 제한하게 되는 과정을 분석한다. 김대중 정권에 이어 노무현 정권이 추진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한국 사회의 경제사회 발전 모델을 국가 주도 시장경제 모델로부터 조정시장경제 모델이 아닌 자유시장경제 모델로 급격히 이행하게 하였다. 자유시장경제 모델의 축적 체제는 거의 구축되었지만 아직 그에 상응하는 조절 양식은 마련되지 않음으로써 축적 체제의 효율적 가동을 어렵게 했다. 축적 체제에 상응하는 조절 양식을 구축하여 제도적 상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의 변화가 요구되었으며, 조절 양식의 이행은 민주노조운동의 저항으로 심각한 갈등을 겪게 되었다. 결국 자유시장경제 모델의 축적 체제 구축과 함께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만들어졌지만사회 통합적 노사관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9
경제 위기를 거치며 사회 전반적 보수화 추세 속에서 노동계급도 의식의 보수화를 겪고 있는지를 점검하며 그 원인과 인과적 메커니즘을 분석한다. 노동계급 보수화현상은 경험적으로 확인되었다. 사회정치의식의 보수화가 모든 계급에 걸쳐 진행되는 가운데 노동계급이 상대적 진보성과 약한 보수화 정도를 보이고 있어 경미하나마 노동계급과 여타 계급들 사이에 이념적 괴리가 확대되는 이데올로기적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노동계급 내 부문들 사이의 계급의식 차이는 거의 유의미하지 않게 나타나는 가운데 모든 부문들에서 보수화가 진행되고 있다. 가장 높은 설명력을 보여 주는 것은 이데올로기 접근법, 특히 대항 이데올로기론으로 나타났다.

10
한국 사회의 계급과 문화의 관련성을 문화자본론 가설들의 경험적 검증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계급과 문화의 관련성을 중심으로 부각된 주요한 이론적 쟁점들을 경험적 자료를 활용하여 이러한 세 가지 쟁점들을 검증하고자 했다. 경제자본의 문화자본 전환 가능성에서 차이가 있는 부유문화와 취향문화의 양 측면 모두에서 계급들은 문화적 차별성을 보여 주고 있다. 경제자본과 문화자본의 상대적 설명력에 있어, 경제자본이 문화자본에 비해 전반적으로 높은 설명력을 보여 주었다. 노동계급 내 문화적 차별성은 아직 문화적 분절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11
경제 위기 이후 전개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속에서 겪은 노동자들의 경험이 어떻게 계급의식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며 노동계급의 내적 이질성과 계급 형성에 대한 함의를 검토한다. 설문 조사 자료 분석을 통해 확인된 것은 물적 조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이 보수화된 것은 경제 위기라는 상황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적 조작의 성과라는 점이다. 또한, 전반적인 노동계급 보수화 추세 속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보수화를 겪었으나 정규직의 보수화가 더 급격하게 진행됨으로써 정규직-비정규직의 의식 수준은 역전되어 비정규직이 정규직에 비해 더 높은 의식 수준을 보이게 되었다. 정규직-비정규직 의식 역전의 결과로 경제 위기 이전 노동계급의 이데올로기적 형성과 조직적 형성의 주체로서 민주노조운동과 함께 지도적 역할을 담당했던 정규직 노동자들의 계급 내적 지도력이 크게 훼손되었고, 비정규직 재취업자는 의식 수준이 높으나 조직률이 낮고 정규직 재취업자
조직률은 높으나 의식 수준이 낮게 나타남으로 인해 노동계급의 이데올로기적 형성과 조직적 형성의 미스매치 현상이 대두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