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미래자동차 모빌리티 혁명](정지훈•김병준, 2017, 메디치)

바람2010 2019. 11. 28. 23:58

 

자동차산업에서 거대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미 2 자동차혁명이 시작되었으며(Freyssenet, 2009, 2011, 2012 ),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자체가 전환되고 있다(박근태, 2019a, 2019b)산업의 패러다임이 전환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기존과 다른 유전자를 가진 제품이 등장할 아니라 산업 자체가 재구성된다는 것을, 가장 근본적인 수준의 변화가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자동차회사의 가치 제안(Values Proposition) 변하고 있다. 기업의 존재 이유는 사회에 필요한 가치,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자동차 회사의 존재 이유는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자동차라는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이동 서비스 (MaaS: Mobility as a Service 서비스로서 이동성 혹은 TaaS: Transportation as a Service 서비스로서 교통) 제공하는 것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사업 모델(BM: Business Model) 혁신도 추구되고 있다. 이제 경쟁력의 원천은 제품과 제품의 제조(Manufacturing) 능력이 아니라 서비스 플랫폼과 이의 운영 능력으로 확장되어 것이다.

둘째, 자동차-제품 관점에서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전환은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제품이 주류-지배적인 제품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흔히 CASE(Connected 연결, Autonomous 자율, Shared 공유, Electrified 전동화) 집약된다. 다차원적인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지만 차원의 진행 속도에는 차이가 있으며, 전동화가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셋째, 제품 혁신과 (생산) 기술 발전은 생산시스템의 진화를 촉진하는데, 현재 진화는 노동이 아니라 기술을 중심으로 기술편향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기술시스템(technical system) 변화시키고 있으나 아직 작업조직(work organization)*에는 본질적인 변화가 없다. 그러나 전기자동차의 확산으로 필요 노동력이 감소하고 고용이 불안해지면 이는 노사관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며, 이로 인해 작업조직에도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넷째, 전체 가치사슬(Value Chain) 재구성되고 있다. 통신 기능 강화, 주행 주차 지원 같은 운전자보조기능(ADAS) 발전 자동차의 지능화는 각종 전자기기와 첨단 센서, 정보통신기술의 적용을 요구하며, 배터리 전기자동차는 대용량 고전압 배터리와 전동 모터가 필요하다. 또한 차량 경량화로 CFRP 신소재들이 점점 많이 자동차에 적용되고 있다. 이렇게 자동차의 지능화, 전동화, 경량화로 자동차산업은 전자 정보통신산업, 화학/전지산업, 소재산업과의 융복합화가 가속되고 있고, 이에 따라 부품 공급망이 대폭 변화하고 있으며, 산업생태계가 확장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산업 패러다임 전환으로 자동차산업에 구조 변환이 발생하면서 인수・합병 사업 분할, 생산 거점 조정 구조조정과 주요 행위자들의 합종연횡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설명은 자동차산업에 초점을 맞춘 것이나, 2 자동차혁명의 파급 효과는 자동차산업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포드가 자동차산업에서 확립한 대량생산시스템이 2 산업혁명을 가져오고 대량생산 대량소비로 대표되는 현대 사회를 만들어냈듯이 자동차산업의 변화는 사회적 변화를 촉발할 것이다.

책 [미래자동차 모빌리티 혁명](정지훈김병준, 2017, 메디치) 자동차산업의 변화와 그것이 가져올 파급 효과를 균형 잡힌 시각으로 조망하고 있다. 책의 주장을 아주 간략히 줄이면, “1) 자동차문명의 통점(pain point)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혁명이 일어나고 있으며, 2) 이동의 미래는 서비스로서의 이동(MaaS) 것이고, 3) 자동차혁명은 다차원적으로 확장될 것이며, 4)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는 사용자 경험의 창조가 중요하다 것이다.

대체로 타당한 주장이며, 관련 주제들에 대한 참고 자료들을 소화해서 쉽게 설명한 것도 책의 장점이다. 근거/참고 자료 제시가 미흡하다는 점은 국내 저술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점이지만, 책은 국내 저술 치고는 비교적 충실하다. 적어도 핵심 주장과 관련된 참고 자료들은 밝히고 있다.

굳이 옥의 티를 찾자면, 기술에 대한 낙관주의(기술 발전이 사회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해결할 있을 것이다) 깔려 있고, 전기자동차와 제조에 대한 이해 수준이 깊지 않으며, 소프트웨어와 신기술, 신생 기업에 다소 경도되어 있고, (전기)자동차 역사에 대한 오류(299) 세부 사항에서 다소 미흡함이 있다. 자동차산업 전문가가 아니고, 자동차산업 밖에서 보는 관찰자 입장에서는 극복하기 쉽지 않은 지점들이다.

자동차산업의 변화, 그리고 이와 함께 진행될 사회 변화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이면 입문서로 삼기에 적합하고, 이미 상당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시야의 균형을 잡고 전체를 조망하면서 자기 견해를 되돌아보기에 적합한 책이다. 자동차산업에 관심이 있다면 추천한다. 국내 저서로는 드물게 훌륭한 책이다.

 

Freyssenet, M. 2009. "Conclusion: The Second Automobile Revolution - Promises and Uncertainties.", in M. Freyssene(eds.). The Second Automobile Revolution: Trajectories of the World Carmakers in the 21st Century. Hampshire: Palgrave Macmillan.

_________. 2011. “The start of a second automobile revolution: corporate strategies and public policies”. Economia e Politica Industriale.

_________. 2012. “The Second Automotive Revolution Is Under Way: Scenarios in Confrontation.” in Giuseppe Calabrese(eds.). The Greening of the Automotive Industry: Springer.

박근태. 2019a. “전동화와 자동차 산업정책”. 『미래형 자동차 발전동향과 노조의 대응』. 전국금속노조ㆍ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ㆍ전국금속노조 기아차지부. https://next421c.tistory.com/119

박근태. 2019b. 전기자동차가 생산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산업노동연구」. 25 2; 155~211 https://next421c.tistory.com/128

 *작업조직이란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직접 종사하는 사람들이 맺는 사회적·기술적 분업관계를 가리키며, 여기에는 관리자와 노동자 사이의 통제 관계와 동료 노동자들 사이의 수평적 관계가 포함된 것으로 규정한다. 작업조직은 의사결정 권한의 배분, 직무의 기능적 분화 결합 방식에 따라서 유형이 구분될 있다.(비판사회학회. 2012. 산업사회의 이해: 8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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