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전략의 탄생(Art of Strategy), 애비너시 딕시트•배리 네일버프(Avinash K. Dixit & Bqrry J. Nalebuff, 2008) 지음, 이건식(2009) 옮김.

바람2010 2018. 11. 25. 13:47

그렇다. 번역본의 제목과 책 소개는 상당한 과장이다. 의도된 과장이고 성공한 전략이다. 덕분에 독자들의 상당한 관심을 끌었을 것이고 판매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흔히 있는 과장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내용의 충실함 때문이리라.

이 책의 전략 개념은 가장 단순한 종류의 것 - 나에게 최대의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다. 게임 이론 혹은 행동경제학에 근거한 이 책에서는 환경 분석이나 주체의 역량 진단은 생략되거나 단순화되고 합리적인 행위자 간의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한 의사 결정 방식이 주로 다루어진다. 따라서 환경이 안정적이거나 주체가 환경/규칙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경우, 그리고 행위자들은 합리적이거나 합리적으로 분석될 수 있으며, 주체가 강자이거나 경쟁 상대와 동등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경우, 최소한 자기 의사 결정을 실행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타당한 이야기들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일반적인 전략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상황에서 제한된 의미의 전략-합리성에 기반한 전략적 의사 결정에 대해 다루는 것이.

그러나 이 책은 읽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며, 이 제한적으로 타당한 이야기들은 상당한 도움을 준다. 대학()에서 고등 수학을 배웠을 지 언정 우리 일상에서 가장 유용한 것은 초등 수학인 것처럼. 그리고 수학 점수와 일상에서 발휘되는 계산 능력이 별 상관이 없는 것처럼. 사실 대부분의 우리는 가장 단순한 상황에서조차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오락을 위해 게임을 할 때만큼 실전에서는 머리를 쓰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건 별도의 주제로 다루어져야 할 문제인데, 아마도 앞 문단에서 한 이야기들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된다. 환경과 주체의 문제. 그리고 전략의 본성이 전쟁/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것이므로 주체의 목적이 승리가 아닌 다른 것일 경우, 예를 들어 자기 신념의 실천인 경우에도 전략적 의사 결정 방식을 따르지 않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이 책은 전략은 경쟁 상대가 있는 상황에서 의사 결정이라는 점, 자신의 의사 결정이, 더 정확히는 그에 따른 행위가 가져올 결과에서 출발해서 자신의 행위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하라는 역방향 추론, 자신의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게 만드는 방법들 등등 모르지는 않았으나 명쾌하게 정리하고 있지도 않았던 이야기들을 쉽고 간결하게 정리해 준다.

국내 저자들의 책에서는 보기 드문 꼼꼼한 참고 문헌 정리 - 대중용으로 쓴 책이면서도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는 책으로서 갖춰야할 기본을 충실히 갖춘 책이다. 번역도 훌륭하다. 문학 작품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적기도 했겠지만, 번역자가 책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번역한 것으로 보이며, 내용을 이해하는 데 난감한 부분은 없다. 덕분에 원서로 보는 것보다 쉽고 빠르게 볼 수 있었다. 집중적으로 탐독하지 않고 간간히 조금씩 심심풀이용으로 읽어도 좋을 책이다.

 

< 2018.11.6()~ 11.24() 읽고 11.25() 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