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여행

바람, 터키를 가다 5: 지중해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페티예 Fethiye (2017.1.1. 일 새해 첫 날)

바람2010 2017. 2. 11. 16:34
괴레메에서 페티예까지 심야버스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버스 안에서 2016년을 보내고 2017년을 맞은 셈입니다. 보통 12시간 정도 걸리는 데, 눈이 많이 와서 평소보다 더 걸렸습니다. 버스는 우리나라 우등버스보다 더 고급이고, 좌석마다 액정 TV가 달려 있지만 터키어로만 되어 있어 시청은 못했습니다.

 

예정보다 늦게 페티예 버스터미널에 도착했지만 택시 타라는 권유를 마다하고 버스 정류장에서 15분 정도 기다려 돌무쉬(마을버스)를 탑니다. 처음 타보는 돌무쉬인데, 현대식 차량으로 안내 전광판도 있고 우리나라 마을버스보다 고급입니다. (휴양 도시라 그런 것 같습니다. 지방에서는 낡은 승합차를 돌무쉬로 운행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돌무쉬 요금은 2.5리라. 차로 7분 거리, 짐 없으면 도보도 가능한 거리에 예약호텔이 있었습니다.

 

여행사에서 예약해 준 호텔은 해안가 요트 선착장이 접해 있는 고급 호텔입니다. 이번 터키 여행 중에 묵었던 호텔 중 가장 고급이었고, 페티예에서도 손 꼽히는 호텔인 것 같습니다. 랜드마크라고 할만한. ( Ece Saray Marina & Resort www.ecesaray.net )

 

아침 일찍 등장한 저를 보고 한 시간 이상 미리 체크 인 안 된다고 강경하게 이야기하는 리셉션 직원에게 패러글라이딩 타고 오후에 체크 인할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호텔 조식은 50리라나 한다고 해서 가이드 북에 소개된 서민 식당(익시르지 테즈잔 Iksirci Tezcan)을 찾아 나섭니다.

 

새해 첫날이고 아침이라 문 연 식당이 드문데, 다행히 그 식당은 문을 열었습니다. 그 시간에 가능한 메뉴는 주스와 토스트. 스타벅스 벤티 크기쯤 되는 석류(Nar) 주스 5리라, 어른 손바닥 보다 큰 크기의 토스트 5리라 총 10리라도 새해 첫 식사를 해결합니다. 신선한 석류를 즉석에서 갈아 주는 석류 주스도 맛있고, 치즈와 소시지를 안에 넣고 호떡 같이 부친 토스트도 맛 있습니다. 가이드북에 맛집으로 추천될 만합니다.

 

아침 식사 후 패러글라이딩을 하러 욀류데니즈(Ölüdeniz)로 이동합니다. 2000m 높이의 정상으로 이동해 이륙해서 욀류데니즈 해변으로 착륙합니다. 세계 3대 패러글라이딩 명소라는 이곳에서는 석회암 절벽과 블루 라군을 보면서 비행할 수 있습니다. 보통 30~1시간 정도 비행한다는데 저는 25분 정도 비행했습니다. 비행할 때는 한참 탄 것 같은데 실제로는 좀 짧았네요. 사실 비행하는 동안은 허공에 매달려 있는 셈인데, 1시간 정도 비행한다는 것은 과장 같습니다.

 

저도 고소공포증이 있는데, 비행이 생각보다 위험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냥 파일럿을 믿고 평정심을 유지하면 됩니다. 사실 걱정하고 조바심 내 봐야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냥 즐겨야 합니다.

 

이륙 어렵지 않습니다. 이륙 장소에서 몇 걸음 뛰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이륙해 있습니다. 물론 비행하는 동안은 상...... 짜릿합니다. 하늘 높이 나르는 것이니. 비행 중간에 파일럿이 한 곳에서 한동안 정지하거나 제자리 돌기, 위치 이동 같은 다양한 기술을 구사합니다. 특히 제자리에서 계속 빙글빙글 돌 때는 꽤 아찔합니다. 웃지만 웃는 게 아닌 표정을 짓게 됩니다.

 

경험 많은 파일럿에 좋은 날씨라 비행이 더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여러 모로 노련한 파일럿, 제 직업을 묻더니 OO자동차 회사 연구원이라고 하니 자기는 BMW에서 일했다고 합니다. 이러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고 웃으면서 “Good Flight, Good Tip”으로 마무리합니다. 결국 그러나 기쁜 마음으로 팁을 좀 줬습니다.

 

패러글라이딩 추천하고 싶습니다. 저는 카파도키아 열기구 보다 이 곳 패러글라이딩이 훨씬 즐거웠습니다.

 

 

패러글라이딩은 벨제이즈 해변에 착륙합니다. 그 해변을 따라 조금 걸으면 블루 라군 공원으로 이어집니다. 겨울이라 별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는데도 블루 라곤은 입장료를 내야 해서 매표소 앞에서 발길을 돌렸습니다.

 

 

페티예 호텔로 복귀하는 도중 언덕에서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지중해 최고의 휴양 도시답게 페티예는 참 아름다운 항구도시입니다.

 

Paşa Kebap 아쉽게도 사진을 안 찍었네요. http://www.pasakebap.com/kebap-cesitleri 에서 가져 온 사진

체크 인 후 페티예 시내 구경을 하다가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제대로 된 터키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메에리 로칸타스(Meğri Lokantasi)를 찾아 갔으나 휴일이라 가게를 열지 않았습니다. 대신 페티예에서 케밥으로 가장 유명하다는 파샤 케밥(Paşa Kebap)에 가서 대표 메뉴라는 파샤 케밥(Paşa Kebap, 33TL)을 주문했습니다. 커다란 접시에 치즈로 완전히 덥힌 고기 요리가 나옵니다. 절반 정도 먹을 때까지는 정말 맛있었지만, 그 후로는 느끼해서 겨우 다 먹었습니다. 두 세 명이 나눠 먹으면 정말 맛있었을 것 같습니다. 계속 속이 느끼해서 저녁에 호텔 근처 까르푸에서 콜라 1리터를 사서 다 마셨습니다.

 

호텔 방에서 네스카페(봉지 커피)를 타 먹었으나 역시 별로입니다. 자판기 커피 분말을 뜨거운 물에 타 먹는 듯한 맛입니다. 설탕이라도 듬뿍 넣었어야 하는데 평소 습관대로 블랙으로 먹어서 더 맛이 별로였습니다. 셀축에서는 설탕을 넣어 먹었더니 좀 나았습니다. 어쨓든 터키 커피는 정말 맛이 없습니다. 카흐베도, 네스카페도. 한국에서 커피를 챙겨 왔어야 하는 건데…… 해외 가서 현지식에 적응 못하고 한국식이 그리워진 건 이 때가 처음입니다.

 

오후에 아민타스 석굴 무덤을 보러 갔습니다. 절벽을 파 내 그리스 신전 모양으로 만든 큰 무덤들이 있습니다. 가장 크고 이오니아식 기둥이 있는 아민타스 무덤만 입장료(5TL)가 있습니다. 가까운 도로에서 외관은 볼 수 있지만 입장료를 내면 내부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 있었으면 이것도 대단한 유적이겠지만, 터키에서 입장료 내고 본 것 중에서는 제일 볼품 없습니다. 

 

무덤 못지 않게 무덤 앞에서 바라보는 페티예 전경이 멋있습니다. 페티예는 패러글라이딩과 해양 레저 활동이 중심인 관광지입니다. 페티예는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이지만 1950년대 대지진으로 유적과 도시 대부분이 무너졌던 까닭에 볼 만한 유적이 별로 없습니다.

 

 

해안에 있는 공원에는 터키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아타튀르크 대통령 동상 등이 있습니다.

호텔은 해안에 인접해 있고, 항구는 요트들로 가득 합니다. 2017년 새 해 첫 날을 지중해의 아름다운 항구 도시 페티예에서 보냈습니다.

해질 무렵 호텔 모습 다음 말 아침 호텔 발코니에서 찍은 모습

 

 

멋진 여행기를 쓰고 싶었는데, 내공도 시간도 부족하네요.

현재로선 어찌할 없는 형편이라 기록이라도 남겨야겠다는 생각으로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