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생각, 노동자 이야기

Time off? or Union off? -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둘러싼 전투에 대한 생각

바람2010 2010. 11. 15. 12:12

제가 회원으로 있는 산업노동정책연구소에서 추석 전에 특집으로 내고 싶다고 해서, 지난 9월 초에 급히 작성한 글입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미루어지다가 이번 달 들어서야 출간되었습니다. 두 달도 더 지나서 .


그 두 달 사이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고
, 이제 time-off가 쟁점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당사자들에게는 여전히 최대 현안이겠지만.


그러나
, 제가 하려고 했던 이야기는 time-off, 그 자체라기 보다는 더 깊숙한 곳에 있는 문제였고, 이것은 현재도 달라진 게 없으며, 내년에 본격 시행될
복수노조 허용-창구단일화 시행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고민해보아야 할 내용일 것입니다.


그래서
, 다소 늦게나마 제 고민을 많은 분들과 나누고자 게시합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

 

 

Time off? or Union off?

-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둘러싼 전투에 대한 생각

 

* 이 글은 9월초에 작성된 것입니다. 따라서 그 이후의 상황은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양해바랍니다.

  

하나의 전투가 끝나간다. 많은 이들이 격렬한 전투를 예상했지만, 실제로 격렬했을까? 국지전만이 있었던 건 아닌가? 이것은 다가올 본전투에 대한 예비 전투일 뿐이다. 복수노조를 둘러싼 전투야말로 생사를 건 전투’, ‘존재를 확인하는 전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반드시 격렬한 전투가 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격렬한 전투는 양쪽 모두 절실함과 치열함, 상당한 전투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 이번 전투에서 그러했듯이, 다가올 전투에서의 승자도 치밀하게 분석하고 준비하는 자가 될 것이다.

한국의 노동(조합)운동은 지난 전투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다가올 전투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1. 노동법 개정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어떠했어야 할까?

 

올 해 1 1일 새벽, 노동법 개정안이 다시 날치기 통과되었다. 지난 96 12 25 새벽, 역시 날치기로 통과되었던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이라는 입법적 결단을 실현하고자 더 이상 이의 적용을 유예하지 않고, 또 이의 적용에 따라 예상되는 혼란을 대비하여 보완하겠다는 것, 이를 통해 노사관계 선진화를 이루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정부는 비정규직 백만 명 해고설을 주장하며 시도했던 비정규직법 개정의 실패에서 많은 교훈을 얻은 듯하다. 당시 노동계와 야당은 여당의 개정안을 반대하면서, 차라리 보완하지 말고 유예기간의 만료에 따라 ‘2년 이상 고용 비정규직의 정규화 또는 해고하도록 하는 법을 그대로 시행할 것을 주장했다. 여당이 압도적 다수임에도 지형상 불리했다. 한쪽은 개정해야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는 것이고, 한쪽은 개정을 막기만 하면, 즉 버티면서 시간을 보내기만 하면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는 것이었다. 수적 열세에도 지형상 유리한 위치에 있었던,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여론의 우위에 섰던 쪽의 승리였다.

노동법 개정 국면에서는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정부가 법을 개정해 보완책을 강구하지 못하더라도 이번에는 반드시 유예기간을 끝내겠다고 버텼다. 노동과 자본 각자의 입장에서 보완책을 요구했고, 심지어 정부는 노동과 자본이 합의해 오면 반영해주겠다는 느긋한 입장까지 보였다. 노동계의 (실질적) 관심사는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의 철회 혹은 유예였고, 재계의 개정 요구는 복수노조 허용의 유예 혹은 보완이었다. 한국노총과 경총의 의견접근 그리고 노동부의 수용으로 이루어진 결과는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의 완화-근로시간 면제(time-off)제도의 도입복수노조 시행 유예와 교섭창구 단일화였다.

 

노동의 입장에서 가장 좋은 것은 당연히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조항 삭제-노사자율’+’복수노조 전면 허용-교섭권 보장이다. ( 1) 물론 복수노조 문제는 노동 내부에서도 이해 관계가 엇갈린다). 즉 노조법에서 242항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조항을 삭제하고, 복수노조 관련해서는 별다른 제약없이 현행 자율교섭제를 보장하는 것이다. 이는 기득권 세력(정부, 자본, 일부 조직 노동자) 입장에서는 혼란이라고 주장하지만, 비정규직법 사례처럼 사실 별다른 혼란이 있을 것도 없고, 설사 혼란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없는 혼란은 결코 아니다. 기득권 세력에게는 저항세력-견제세력의 존재 자체가 혼란(의 요소)이지만, 이로 인해 사회는 더욱 건강해진다.

그러나, 상황은 우리의 힘이 상대를 압도해 우리의 희망사항을 관철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오히려 지키기도 벅찬 상황이었다. 총파업은 불가능했고, 상대도 이를 간파하고 있었다. 게다가 정부와 자본은 time-off 도입을 통해 노동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중소사업장 노조와 대기업 노조를 분할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임자 임금문제는 다수의 절박한 요구가 아니라 소수의 배부른 요구로 전락했다.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집중했어야 한다. 현재 조직되어 있는 노동자, 특히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우려 사항인 전임자 임금 금지가 아니라, 다수 미조직 노동자 의 권리 보장을 중심으로 여론을 형성하고 싸웠어야 한다. 전임자 임금 지급이 금지되더라도 단결권이 제약되지 않도록 복수노조 교섭 창구 단일화의 폐해를 더 부각시켰어야 한다.

물론 이미 조직된 노동자들, 특히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노총의 한계도 작용했다.

노동의 입장대로 노동법을 개정할 수 없다면, 개악이라도 막았어야 한다. 차라리 보완 없는 유예기간 만료를 감수했어야 한다. 비정규직법의 경우처럼. 조직된 노조의 이해관계에 따라 전임자 임금 확보에 집중하고, 실력에 비해 과도하게 목표를 설정하고 주장한 것은 결국 더 큰 피해를 자초했을 뿐이다. 전임자 임금은 우리가 확보한 권리중의 한 부분일 뿐이다.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대중적인 해결책을 강구했어야 한다. ‘자본으로부터 전임자 임금을 직접 보장받는 것’, ‘현행을 유지하는 것만을 생각하는 것은 무능의 소치일 따름이다. 현재 노동조합운동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2. 대중들은 왜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에 분노하지 않는가?

 

애초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조항이 노동법에 들어온 이유도 그렇고, 더 이상 유예되지 않고 시행되는 이유도 당연히 노동조합의 무력화/순치’, ‘자본친화적인 노동조합과 노사관계의 수립이다. 당연히 정부의 목표는 이에 머무르지 않고 노동 유연화의 확대까지 나아가는 것이다.

노동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짚어봐야 할 것은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가만이 아니라, ‘왜 이것이,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가 현재 노동조합에게 치명적인가, 노동조합의 무력화로 이어지는가이다. 그리고 노동조합의 급소에 대한 공격이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지지 받는가이다. 게다가 왜 노동조합이 직접적으로 공격받고 있음에도 대중적 분노는 높지 않고, 노동조합의 저항은 무력한가이다.

 

1) 전임자에게 과하게 의존하는 노동조합의 구조와 활동

‘노동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라는 명제는 당위일 뿐, 현실에서는 노동조합 간부 특히 전임자인 집행간부에게 권한과 책임이 집중되고, 이들을 중심으로 노동조합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전임자에 대한 활동의 제약은 곧 노조 활동에 대한 제약으로 등치된다.

 

2) 전임자와 일반 조합원의 괴리

- 대리주의적 활동은 조합원들로 하여금 간부들의 활동에 대해, 노동조합의 활동에 대해 고민하지 않도록 만든다.

- 전임자의 특권 :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진, 자본에 의해 허용되거나 조장된 전임자들에 대한 특별한 대우는 일반조합원과 전임자 사이에 구분과 격차를 만든다. 그들은 우리와 다른 사람들-특권층, 따라서 그들의 문제는 우리와 상관없다는 인식을 만든다.

 

3) 노동의 양극화와 분할

- 노동자들의 일반적인 노동조건만이 아니라 전임자의 규모와 처우도 소속 사업장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이것은 당연히 분할과 갈등의 요소가 된다.

- 대기업 노조를 주로 공격하면서, 중소사업장에 대해서는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의 적용을 완화함으로써 노동을 분할하고, 저항세력을 약화시킨다.

- 단협 유효 기간에 만료에 따라 순차적으로 적용하도록 해, 적용시점에 시차를 둠으로써 노동을 더욱 분할한다.

 

4) 대기업 노조와 전임자에 대한 집중 공격

- 대기업 노동자와 노조가 귀족 노동자와 귀족 노조로 매도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소수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기업 노조 전임자에게 비난이 집중된다.

- 가끔 터지고 활용되는 노조 간부의 비리 사건이 극적 효과를 더한다.

 

5) 무엇보다도 현재 노동조합 활동의 한계

- 노동조합 활동이 점점 더 사업장 내로 집중되면서 사회적 지지, 엄호세력은 당연히 축소된다.

- 사업장 내에서도 교섭 위주의 활동으로 매몰된다.

- 특히 대기업의 경우, 대중들이 전임자나 전임자의 임금을 지키는 것에 대해 절박하게 느끼지 않는다.

 

노동조합의 활동이 점점 더 기업 내 교섭 위주의 활동으로 집중되고, 노조 자체의 활동이나 사업, 실력보다 소속 사업장 자본과의 교섭을 통해 성과를 얻는 것이, 특히 돈이 더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어 왔다. 교섭의 성과-은 기업의 경영여건에 결정적으로 좌우되었다. 특히 이른바 경영성과금이 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즉 고정급 외 한꺼번에 받게 되는 목돈의 비중이 커지면서 모든 평가 기준이 이것으로 수렴되고 있다.

기업 내 교섭에, 그것도 매년 비슷하게 반복되는 교섭에, 그래서 집행부나 간부들은 교섭의 전망이 잘 안 보인다지만, 조합원들은 빤히 결론을 들여다보고 있는 단체 교섭에, 전임자들의 역할이 얼마나 크다고 조합원들이 생각할까? 많은 전임자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할까? 교섭도 과거처럼 조합원들의 힘을 모아 이에 기반해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집행부 특히 대표자에게 권한이 집중되고, 이들의 결단에 의존하는 방식이 되었고, 교섭의 성과가 곧 이들의 능력에 대한 평가가 되어 버리지 않았는가?

조합()의 힘보다 경영여건과 사회적 상황이 좌우하는 부분이 더 커지고, 조합활동 특히 단체교섭에 대한 정치공학적 접근이 주가 되었다.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에 기대할 것이 고용과 임금을 핵심으로 하는 단체교섭의 성과밖에 없는 조건에서 고용을 지켜주는 것도 회사가 되고-’회사가 잘 나가야 내 일자리가 지켜진다’, 임금 등 단체교섭의 성과도 결국 회사에 의해 실질적으로 결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합원들이 전임자들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많은 전임자들이 필요하다고 느낄까?

여기에 전임자들의 행태, 군림에 대한 조합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더해진다면? 간부들이 양적으로는 확대되었지만, 질적으로는 저하되고,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기 보다는 여전히 그 때 그 사람, ‘회전문 인사, .

 

한국노동조합운동의 아킬레스 건이라는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의 공분이 형성되지 않는 이유, 대중적 저항이, 강력한 투쟁이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를 짚어봐야 한다. 이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

 

3. 왜곡과 과장 : 금지되는 것은 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임금 지급뿐이다.

 

개정된 노동법의 관련 조항은 다음과 같다. 개정 노동법은 단지 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임금 지급을 금지할 뿐이다. 그런데, 왜곡되고, 과장된다.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24(노동조합의 전임자)

①근로자는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계약 소정의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하고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할 수 있다.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하는 자(이하 전임자라 한다)는 그 전임기간동안 사용자로부터 어떠한 급여도 지급받아서는 아니된다.

③ 사용자는 전임자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제한하여서는 아니 된다.

<신설 2010.1.1> <시행일 2010.7.1>

④ 제2항에도 불구하고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가 동의하는 경우에는 사업 또는 사업장별로 조합원 수 등을 고려하여 제24조의2에 따라 결정된 근로시간 면제 한도(이하 근로시간 면제 한도라 한다)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근로자는 임금의 손실 없이 사용자와의 협의·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활동 등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업무와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의 유지·관리업무를 할 수 있다.<신설 2010.1.1> <시행일 2010.7.1>

⑤ 노동조합은 제2항과 제4항을 위반하는 급여 지급을 요구하고 이를 관철할 목적으로 쟁의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신설 2010.1.1> <시행일 2010.7.1>

 

1) 모든 조합활동은 근무시간외에 이루어져야 한다?

근로시간 면제의 대상은 누구인가? 전임자만인가? 전임자가 아닌 간부나 평조합원도 대상인가? 혼란을 정리하고자 노동부에서 매뉴얼을 만들지만 혼란은 정리되지 않는다. 난데없이 근로시간면제자가 등장한다.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전임자는 임금을 누구로부터 받는가와 상관없이 노조 일만 하는 사람이다. 개정 노조법에 따르면 사용자의 임금 지급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일부 활동에 대해서는 임금 지급이 가능하다. 근로시간면제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전임자이다. 전임자 수는 노사자율로 결정할 사항이다. 근로시간면제 한도와는 별개이다. 그런데 근로시간면제 한도 설정을 통해, 근로시간면제 대상의 수까지 제한한 것은 명백한 월권이다.

이런 입법적 혼란의 뿌리는 전임자 임금 금지라는 부당한 입법을 통해, 노동조합법을 통해 노동조합의 활동과 노동3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제약하는 데 있다.

 

정부와 자본은 더 공격적으로 치고 나간다. 실질적인 전임자라고 주장하는 ‘근로시간면제자’도 근로시간 면제대상 업무가 아니면 임금을 지급할 수 없고, 이 면제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의 조합활동은 원칙적으로 근무시간 중에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법의 취지를 모든 조합활동은 근무시간외에 해야 한다는 것으로 주장하며, 일부 예외적인 활동만 사용자의 승인 하에 근무시간 중에 할 수 있는 것으로 둔갑시킨다. 법적으로도 위법이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스스로 인정했듯이 노동부 매뉴얼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공격논리이고, 방법일 뿐이다. ( 2) ‘전임자 임금 지급 여부에 노동조합의 생사가 달린 것처럼 주장하면서도, 이 문제에 대해 잘못된 이해를 가진 간부들이 적지 않다. 정부와 자본의 논리에 말려 든 것이다. 불철저한 관점과 전임자 임금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가져온 결과이다.)

기존 단협에서 확보한 조합활동 관련 모든 조항을, 나아가 노동조합을 일거에 무력화시키려 한다. 그래서 조합원교육도 무급 적용하겠다 하고, 대의원 활동도 사용자 승인을 얻으라고 하고, 생산협의도 근무시간 외에 하자고 한다. 사무실, 전화, 업무용 차 지원 등 노조에 대한 편의 제공마저 중단하는 것으로 확전한다. 직장폐쇄마저 단행한다. 당연히 자본의 이런 시도가 다 성공하지는 못한다. 과유불급. 일부(전임자, 간부)와의 대립을 다수(조합원 대중)와의 대립으로 만들었으니...... .

 

2) 노동법 개악되면 다 죽는다?

과장이 주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과장한다.

노동법이 개악되면 다 죽는다는 주장은 노동법 개악을 기필코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고, 최대 역량을 동원하기 위한 것이다.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실패한다면 그 후과는? ‘개악되었으니, 이제는 다 죽겠구나하는 패배의식과 체념이 아닐까?

당장의 상황만이 아니라 결과와 이후까지 고려해 주장해야 하지 않을까?

노동법 개악 저지가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 개악되면 다 죽는다는 주장은 어떤가? 최선을 다하는 것인가? 무책임한 것인가?

개악되면 다 죽는다고 주장할 거면, 개악 저지를 위해 목숨 걸고 싸워야 하지 않을까? 대중적인 투쟁이 안되면 대중적인 투쟁을 촉발하기 위한 지도부의 선도적인 투쟁이라도. ‘생사를 건 싸움이라면서 지도부마저 생사를 걸지 않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조합원들은, 대중들은 어떻게 볼 것인가?

자기기만이다.

지도부 스스로도 불가하다고 판단되는 싸움이라면 방식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진심으로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현실판단과 전략, 전술, 비전 제시 능력을 재검토해야 한다. 현실 판단도 제대로 못해서야 … .

 

3) 전임자 임금은 자본으로부터 받으면 안된다?

전임자 임금은 자본으로부터 받으면 안되고 노조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맞는 말이다. 한편으로는.

자본은 기본적으로 장사꾼인데, 손해날 일을 왜 하겠나? 기대하는 바가 있으니 주었을 것이고, 간부들이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쟁취한 것이기도 하다. 덕분에 안정적인 활동을 보장 받은 것도 사실이다.

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까지는 전임자 임금을 주었지만, 이제는 아깝다는 것일 수도 있고, 지금까지 준 만큼 못 받았다는 것일 수도 있고, 이제 안 줘도 되겠다는 것일 수도 있다. 안 주면 반발을 불러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지만, 활동을 제약해 노조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일 수도 있다. 반대로 노조는 안 받으면 곤란하다는 것이고, 그것 때문에 손해 본 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상황과 맥락이다. ‘전임자 임금을 자본으로부터 받지 않고, 노동조합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언제, 어떤 맥락에서 이루어지는가에 따라 다르다. 현재는 우리 스스로의 계획에 따라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높이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공격에 의한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전임자 임금만 안 주려는 게 아니라 노동조합의 무력화까지 시도하는 것이다. 당연히 순순히 물러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전투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전투의 최고 목표는 전임자 임금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노조와 노동자를 지키는 것이어야 하고, 이 국면을 새로운 변화의 계기로,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4.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에 대한 대응 방식들

 

1) 정부/자본과의 협상에서 철회/완화하려는 시도

정부와 자본의 의도, 그리고 노동의 힘에 비추어 볼 때, 근본적으로는 무망한 시도이다. 결국 무위로 끝났다.

300인 이하 사업장은 적용이 완화되었으니 성과가 아니냐고? 현재 300인 이하 사업장에 조직되어 있는 노동자의 수가 얼마나 될까? 이들이 앞으로 조직화될 전망은?

 

2) 전면 부정 - 노동법 재개정

생각하기는 편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이미 현실화되었는데, 부정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지난 해 노동법 개정국면에서도 힘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막지 못했는데 반년 사이에 재개정하겠다?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입맛에 맞게?

정말 근본적인 문제는 ‘(노동)의 문제로 자꾸 집중하고, 노동자 스스로의 단결과 활동보다 상층 위주의 활동에, 그래서 결국 이른바 야권 연대에 집중하는 것이다. 우리 편 국회의원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이런 접근은 조합원들이 자기 문제로, 자기 과제로 느끼지 못하도록 한다. 조합원들이 노조의 주장을 비현실적이라 판단하고 외면하게 한다.

 

3) 타협 - 이면 계약 혹은 편법

지금 당장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부정한 것으로 매도 당할, 더 큰 위험이 내재한다. 더욱 더 강한 자본의 족쇄를 차는 것이다.

 

4) 대안

법과 정부, 자본의 공세를 피하면서 노동조합의 활동 여건을 보장받아야 한다. 조합원과 노조의 활동 보장을 최우선 과제로 해야 한다. 전임자 임금 및 재정 확보는 그 다음이다. check-off, 조합비 인상 등 당연히 조합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전임자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를 탈피해, 명실상부한 대중 중심의 조직으로 거듭 나야 한다.

정규직/대기업/기업별/간부(전임자) 중심 노조에서 벗어나 비정규직 포함/중소사업장 포함/연대/사회운동/조합원 중심의 노조로 발전해야 한다.

노동조합 활동에 조합원 다수가 실제로 참여해야 한다. 노동조합 활동에 필요한 시간, 노력과 돈을 나누어야 한다.

 

5. 몇 가지 평가 지점

 

1) 방어전

노동조합 입장에서 보면, 이 전투는 기본적으로 방어전이다. 잘해야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방어전.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방어전.

실제로 승리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아니라 책임을 하급 단위, 사업장으로 떠넘기는 것으로는, 행정적 처리로는 불충분하다. 현실적인 대안 모색과 사업장을 넘어선 전투, 저지선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처럼, 일방적인 방어만으로는 지킬 수 없다. 비록 방어전이지만, 공격의 요소를 찾아내고, 활용해야 한다.

전임자 임금 문제에만 꽂혀 있으면 당연히 현행 유지, 끝까지 버티는 것 말고 상상할 수 있는 게 없다.

 

2) 단발총으로 연속사격? 상반기 내 특단협 체결?

개악된 노동법의 발효에 맞서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받기 위해 특별단체 교섭을 추진하고, 여의치 않으면 임단협과 병행해 상반기 내 특별단체교섭을 체결하며, 이를 통해 2년 유예 기간을 확보하고, 이 기간 동안 노동법 재개정을 이루겠다는 전략, 그럴듯해 보이지만 탁상공론일 뿐이다.

지난 몇 년간 확인한 것은 민주노총의 핵심동력이라는 금속노조의 실력은 일년에 한 번 임단협 시기 집중도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상반기내 두 번의 시기 집중과 투쟁?

교섭과 합의는 양자의 의사가 맞아야 가능하다. 자본이 순순히 교섭에 응하고, 상반기 내 타결되리라는 순진한 기대는 어떻게 가능한가? 자본은 중앙교섭 참가를 약속하고도 이를 위반하지 않았는가?

 

3) 지킬 수 없는 지침

법이 발효되면 불법이 될 조항을 문구 하나 수정 없이 쟁취하라? 사회적으로 저지하지 못한 노동법 개악을 사업장에서 무력화하라? 결국 자본과 불법을 합의하라는 것이다.

악법은 어겨서 깨뜨려라? 그것이 가능한 상황인지, 그 정도로 소중한 가치인지 판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속 편한 주장일 뿐이다.

개정된 노조법의 time-off를 수용한 사업장 수를 가지고 노동부와 공방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그래 봐야 대세는 기울었고, 결과는 지침대로 쟁취한 사업장에 대한 타격과 무력화일 뿐인데. 자존심을 건 싸움이라는 허위의식일 뿐.

지침대로 하면 살아야 하는데, 더 곤란해지는 상황. 이런데 어떻게 조직이 살겠나?

 

4) 총단결로 노동법 개악 무력화, 노동법 재개정?

; 현재 분할된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상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주장

 

노동조합의 생사를 결정짓는 것은 결코 전임자 임금 지급 여부가 아니다. ‘정부와 자본의 인정 여부가 아니다. ‘조합원 스스로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인정하느냐이다. 대중들이 절실하게 원하면, 그 대중조직은 결국 살아 남는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이것, ‘필요필요에 부응하느냐이다 

산업

노동

--------------------------------------------------------------------------------- 2010.9.5.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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