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25(일) 소하리공장에서 기아자동차 민주현장노동자회에서 주최한 “열린 노동교실”에서 강연한 데 이어 11/6(수)와 13(수)에는 화성공장에서 “기아 민주현장 화성 2024 노동대학” 강연을 했다. 지난 소하리 강연에 대해 강연이 너무 길다는 평가가 있어 이번에는 내용을 과감하게 줄여 1시간에 맞췄더니 좀 아쉬운 감이... ^/^
연속 강연이 아니라 일회성 강연이라 한 주제만 깊이 다룰 수는 없고, ‘기후 위기’, ‘자동차산업 전환’, ‘노동조합의 대응’, 이렇게 세 가지 주제에 대해 핵심을 소개하고 문제의식을 갖게 하는 데 초점을 뒀다. 두 번의 강연 모두 비교적 잘 전달된 것 같다.
주최 측에서 내 책 [전기차가 다시 왔다?! -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 강연해 달라는 요청도 자주 있지만, 북 콘서트가 아니면 가급적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한 두 시간에 책의 내용을 다 다룰 수도 없고 – 분량에 비해 많은 중요한 주제를 간결하게 다루고 있다 - , 책만 읽어도 현재 진행 중인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지식과 관점을 갖출 수 있도록 할 목적으로 책을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연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간 이야기, 시의성 있는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그리고 대상에 따라 노동조합 대응에 대해 추가하고. 맞춤형 강의.
강연 후 스무 개의 질문을 다뤘던 소하리 강연만큼 많은 질문이나 토론이 있지는 않았지만, 더 인상 깊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 기후 위기에 대해 강조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인류 멸종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과하지 않나? 기후 위기 대응 실패하면 약자에게 피해가 집중되면서 결국 생산과 소비가 줄지 않을까? 실질적인 책임과 역할은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들에게 있지 않나?
‘기후 위기는 인간이 만든 인공현상이며, 기후 위기 대응에 실패하면 지구가 아니라 인류가 위기에 처한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기술적 해결책만으로는 부족하고 생산과 소비를 줄여야 한다.’ 시간적 제약으로 이런 정도를 강조하면서 ‘기후 정의’와 관련된 많은 쟁점을 생략했는데, 이에 대한 예리한 지적이 있은 덕분에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 최근 몇 년 사이 진행된 그룹사 내 임금 차별화와 이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 연대 실종과 완성사지부의 역할
이에 대해 너무 완곡하게 이야기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지만, 이런 반응 자체가 충분히 전달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사실 이 문제에 대해 비판받아야 할 사람들은 그날 강연을 듣고 있는 사람들, 열심히 학습하고 고민하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일 것이라서.
- 조합원들과 공감하고, 조합원들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중요
특히 산업 전환과 정년 연장을 둘러 싼 세대 갈등이 크고, 조합원들로부터 지지 받지 못하면 전략 과제 실현은 불가능하다. 충분히 소통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 정년연장과 청년 고용이 대립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정년연장과 청년 고용이 대립할 수밖에 없다면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 그러나 대립이 아니라 양립,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찾아야 한다. 노동시간 피크제 같은 고민이 필요하다.
- 노동조합의 능동적 역할, 의제 설정, 전문성
기후 위기와 같은 중요 사안에 대해 회사가 책임지도록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노동조합도 능동적인 주체로 나서야 한다. 과거 노동조합이 주도해 근골격계 투쟁 – 작업환경 개선, 교대제 개편을 진행하고 큰 성과를 냈는데, 지금은 정년연장, 성과금에 집착할 뿐 의제를 주도하고 있지 못하다.
지금 같은 전환의 시기에는 행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필요한 전문성을 갖추고 전략 과제를 설정하고 실현해가야 한다. 단기 성과주의, 선거를 중심으로 한 이전투구에서 벗어나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 과제에 대한 연속성 있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등등 ...
15년 만에 다시 간 화성공장은 많이 변해 있었다. 회사의 성장과 함께 발전한 것이겠지. 회사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계속 발전하고 있는데 노동조합은 퇴행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안주하지 않고, 여전히 열심히 학습하고 고민하고 실천하는 동지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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