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3(금) 기아차지부‧지회 상집간부 수련회에서 강연했습니다.
2019년 초 금속노조‧현대차지부‧기아차지부가 공동으로 발주했던 연구 프로젝트 [미래형 자동차 발전 동향과 노조의 대응]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갔던 게 마지막이었으니 4년 만에 기아차지부 간부들을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배정된 시간은 90분이었지만, 흔치 않은 기회라 욕심을 내어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전환’과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다루는 강의안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당일 교통 사정으로 일부 지회들이 늦게 도착해서, (그리고 당일 회사가 특별 성과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여파로) 강연시간이 1시간으로 줄어드는 바람에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이야기 대신 두 가지를 강조하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1. 열심히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잘 해야 한다. 취미 생활이면 자기만족으로 충분하지만, 노동조합과 간부는 책임을 져야 한다. 잘 하려면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
2. 자동차산업은 구조가 변동하는 유동기에 들어섰다. 새로운 질서를 만들 수 있는 기회이다. 책임이 막중한 시기이지만,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이니 영광 아닌가? 거시적 변화부터 다른 행위자의 전략까지 분석해야 하고,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지금 시기에 자동차산업 노동조합과 간부들은 4가지 주제를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 자동차산업 역사와 패러다임 전환
2. 자동차의 발전과 생산시스템의 진화
3. 기후위기와 정의로운 전환
4. 노동조합의 전략과 대응
(3번 주제는 못 다뤘지만,) 이 주제들에 대해 체계적으로 다룬 것은 2020년 금속노조 경기지부 기획 강연이 유일했습니다.
그 후 지난 몇 년 동안 열심히 다녔지만, 일회성 교육이라 가장 기본이 되는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 그에 더해 노동조합의 권력 자원과 기술 변화에 대한 대응 혹은 정의로운 전환과 노동의 대응에 대한 이야기를 압축해서 90분 내지는 100분 동안 숨 가쁘게 떠들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한계가 크다고 생각해서 책도 냈지만, 대중서로 출판되어야 했고, 그 자체로 완결적이어야 해서 기술적인 이야기나 정책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갔고, 노동조합과 간부들에게 필요한 (추가적인) 이야기는 다룰 수 없었습니다. 물론 제 역량도 부족했고.
지난 1년간 일부 노동조합 간부들과 제 책을 교재로 공부하면서 제 책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까지 다루기 위해 노력했고, 지식만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는 자세와 방법을 익혀 스스로 공부해 가길 기대했습니다.
제 기대와 달리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답만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진지한 노력과 뛰어난 역량을 보여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그리고 내가 하는 게 좋을 것 같은 연구와 활동은 많지만, 시간과 능력의 부족으로 여러 가지를 할 수 없는 형편이라 고민이 됩니다.
본래 박사 과정 진학할 때 생각했던 학위논문 주제 1 순위는 노동조합 전략 연구, 2순위는 엔지니어 연구였는데, 둘 다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 했습니다.
특히 엔지니어 연구는 퇴직 전에 해야 할 것 같은데.
어쨌거나 ...
이제 노동조합이 본격적으로 정의로운 전환에 나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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