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생각, 노동자 이야기

현대자동차지부 청년활동가 육성 교육 강연(23.10.13)

바람2010 2023. 10. 14. 13:50

이제 많은 노동조합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지금까지 이끌어 왔던 선배 활동가들을 대신해 새로운 세대가 주역이 되어야 할 시기에 와 있습니다. 이미 세대교체가 진행되어 젊은 분들이 노동조합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곳도 있지만, 아직 그렇지 못한 곳도 많습니다.

현대차지부도 세대교체에 대한 고민이 크고, 그래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청년활동가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올해도 참가자가 많지는 않습니다만, 지난해에 비하면 훨씬 많아진 것이라니 더욱 발전해가길 기대합니다.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의 발전을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청년 활동가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까 고민하다가 산업 동향과 전망, 이런 일반적인 이야기보다 좀 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핵심적인 주제를 압축해서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준비한 주제는 1. 노동의 힘, 2.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전환, 3. 기후위기와 산업 전환입니다. 하나하나가 다 상당히 큰 주제들이라, 1시간 반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자세히 이야기할 수는 없고, 핵심적인 문제의식을 던지고, 계속 고민하고 공부하시라고 권고했습니다.

강의를 시작하면서 제가 청년활동가이던 시절의 사진도 보여 주고, 왜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도 이야기했습니다. 거리를 좁히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어서 한 이야기인데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1. 노동의 힘

노동조합의 힘은 제도 환경과 기회 구조, 다른 행위자의 역량과 노동조합 스스로의 역량에 의해 결정된다. 노동조합 역량을 결정하는 기본 요인은 자원과 이를 활용하는 능력이다.

노동(조합)의 권력 자원에 대한 설명. 자동차 공장/중공업 공장/연구소(사무실)의 작업장 교섭력 비교, 예시.

노동조합은 산별 전환을 비롯해 노동(조합)의 권력 자원과 힘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 왔지만, 성공적이지 못 했다. 핵심 이유는 자원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자원을 활용하는 능력, 특히 전략 과정을 이끌어 가는 전략 능력이 부족해서이다. 따라서 이 능력을 키워야 하고 이는 결국 사람, 활동가들의 몫이다.

 

2.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전환

산업 패러다임 전환과 같은 거시 구조 변동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에게는 위기이지만,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는 세력에게는 기회이다. 노동조합은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완성사가 자동차산업의 대장인 것이 당연한 것 같지만, 그랬던 핵심 이유들이 있다: 제품 아키텍처, 내연기관차 핵심 기술-엔진, 법규 인증과 최종 책임, 정치적, 사회적 역량 등.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어 지배 제품이 전기차/SDV로 바뀌고, 산업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환되면 어떻게 될까? 많은 것들이 변한다. 미래는 결정되어 있지 않으며, 주요 완성사들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3. 기후위기와 산업 전환

자동차산업은 기후위기에 책임이 큰 산업이다. 1) 대중교통 장려, 개인 교통 지양, 2) 교통수단의 전동화, 3) 친환경 발전/에너지 시스템이 기본 대응 방안이다. 그래서 전동화가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고, 다소 부침은 있겠지만, 지난 역사적 경험과 달리 이번에는 역전되지 않을 것이다.

산업 전환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전환이어야 하고, 따라서 사회적 공론화, 사회적 가치 존중, 실효성 있는 기후위기 대응, 정의로운 전환이 중요하다.

정의로운 전환은 기득권 보장과 노동 중심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절차적 정의(이해관계자들의 참여와 이해 대변 보장)와 실체적 정의(1. 노동이 아니라 사회 중심, 2. 전환 비용과 수혜의 고른 부담, 따라서 좋은 일자리 만들기와 사회 복지 강화), 모두 중요하다.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고, 기업도 책임 주체로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하지만, 노동조합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노조는 사회/산업 차원 행위자이며, 노동자 대중들과 소통하며 함께 결정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점심 식사를 앞둔 시간이었지만, RE100과 전동화 전망과 속도에 대한 질의와 토론이 있었습니다. 당장 접하고 있는 현실의 문제라 그만큼 고민이 큰 것이겠죠.

 

아무쪼록 어제 제 이야기와 현대차지부의 노력이 청년 활동가들을 육성하고, 원활한 세대교체를 이루는 데, 노동과 노동조합의 발전에 보탬이 되길 소망합니다.

 

청년활동가 교육이라 청년 활동가 시절 사진을 ....

 

어려운 이야기지만 집중, 경청해줘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