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6(화)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간부 심화교육을 하였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동지들도 있고, 처음 뵙는 동지들도 있어서 기쁜 자리였습니다. 지역지부인 광주전남지부가 주최한 간부교육이었지만, 기업지부 소속인 기아자동차지부 광주지회 간부들도 참석해서 더 의미 있는 자리였습니다.
강의 주제는 이번에도 역시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전환과 노동의 대응”이었습니다만, 참석자들이 깊이 집중하고 들어주셔서 평소보다 더 자세히, 풍부하게 설명했습니다. 덕분에 90분 예상했던 강의가 두 시간으로 길어졌으나, 끝까지 경청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 날 강의 후 질의응답 및 토론은 간략히 정리하면:
1. 인휠 드라이브 양산 가능성
- 인휠 드라이브가 양산되면 영향이 크다. 모비스에서 27년에 인휠 드라이브를 양산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 인휠 드라이브는 구동 및 제어, 조향을 통합하는 것이니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동력 성능과 내구, 열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단기간에 양산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적용되더라도 근거리 소형 상용부터 점진적으로 될 것 같다.
2. 전기자동차에서는 전자 기업들의 비중이 확대되어 자동차산업의 중심이 되는 거 아닌가?
- GM 볼트 EV는 LG에서 배터리와 PE 모듈, 주요 전장 부품을 공급했다. 배터리, 통신 기술, 인포테인먼트, 전장 부품의 비중이 커지면 전자 기업들이 기존 완성사보다 우위에 있게 되는 거 아닌가?
-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1) 전자 부품이 늘어난다고 해서 전자 회사가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2) 자동차는 통합형 아키텍처를 가진 제품이고 따라서 완성차에 부품을 맞춰야 한다. 완성사와 협력 없이 부품사가 독자 개발하는 데는 한계가 크다. 전장 부품의 부가가치나 수익성이 높아질 수는 있으나 전자 회사가 주도 세력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3. 전동화에 따른 완성차 생산 인원 감소 전망
- 전동화에 따라 완성차 공장에 필요한 노동력이 줄어들 것 같다. 지금도 퇴직 인원만큼 충원을 못 하고 있다. 앞으로 어느 정도 줄 것이라 보는가?
- 지난 해 초 현대자동차에서 아이오닉 5를 생산하면서 전용조립라인을 만들었는데도 예상만큼 인원이 줄지 않다. 그래서 놀란 사람들이 많다. 사실 이른바 전문가들의 예상이 지나치게 엉성했다. 1) 엔진에 비해 구동 모터 제작에 필요한 공수가 대폭 줄어든다고 해서 엔진 장착 공수에 비해 구동 모터 장착 공수도 대폭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2) 현재 진행되는 자동차의 변화는 전동화, 엔진을 전동 모터로 바꾸는 것만이 아니다. 미래형 자동차라는 이미지에 맞게 새로운 기능과 부품이 장착되고 있다. 이는 공수 증가 요인이 될 수 있다. 3) 제품 변화와 별도로 생산기술 발전도 필요 공수에 영향을 미친다. 4) 작업 인원 결정은 공식에 따른 계산으로만 되지 않는다. 노사관계와 행위자 내부 정치가 영향을 미친다.
- 제품의 혁신 단계와도 관련이 있다. 혁신의 여지가 적은 범용 부품/제품은 외주화해서 싸게 생산하는 게 유리하지만, 아직 혁신의 가능성이 많은 부품/제품은 직접 개발, 생산하면서 혁신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자동차산업이 발전하면서 완성사는 내부 생산을 줄여 왔으나, 테슬라는 수직 통합 정도가 높은 이유의 하나이다.
- 기술 발전에 따른 수혜를 노동도 누리는 게 당연하다. 기술 발전 자체가 문제가 아니고 사회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느냐가 중요하다.
- 결론적으로 전동화가 진행되면서 대당 필요 생산 공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지만, 반드시 작업 인원이 줄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4. 독일처럼 금속산별을 중심으로 가야 하지 않는가?
- 개별 기업 차원에서 기술 변화에, 산업 전환에 대응하기 어렵지 않나? 산별 노조를 중심으로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
- 개별 기업 차원이 아니라 산업 차원에서 봐야 한다. 산업의 구조가 바뀌고 있는 거라서. 완성사는 산업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특정 완성차 공장이 차지하는 비중, 생산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많이 줄고 있다. 제품 개발 능력이 중요한 시기이다. 공장 수준에서 다 대응할 수 없다.
- 고용 안정, 확대, 노동조건 보장도 특정 공장이 아니라 산업 수준에서 고민해야 한다.
- 지역 차원에서 대응을 해서 충전 관련 일자리 등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 더 근본적으로 놓고 보면 자동차 산업이 아니라 교통 산업으로 확장해서 고민해야 한다. 지금 현대 사회의 교통은 자동차가 지배하는 교통 시스템인데, 앞으로도 그래야 되느냐, 그게 바람직하냐? 그렇지 않다. 기후 위기 대응하면 이제 철도와 지하철, 이런 대중교통 위주로 가고 개인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을 줄여줘야 한다. 그런데 자동차 산업에 있는 노동자들이 자동차 산업만 고집하면 사회 발전에 저항하는 세력이 될 것이다.
- 기업이 자동차 산업을 모빌리티 산업으로 재정의하듯이, 자동차 산업을 교통 산업으로 확장시켜서, 그 전체를 하나의 산업으로 묶어서, 이렇게 생각해 보면 자동차 생산을 늘리는 고민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 교통 시스템을 새로 짜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사회가 근본적으로 재구성되는 것과 관련돼서 산업 구성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
-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전환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설득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공포 마케팅이나 수구적인 자세가 아니라.
- 사실 객관적으로 우리는 아주 유리한 조건에, 기술적으로 아주 좋은 조건에 있다. 세계적인 수준의 완성사, 배터리 회사, 반도체 회사, 정보통신 역량 등등. 기술적 전환은 잘 할 것 같은데, 사회적 전환이 걱정된다. 코로나 대응 때도 의료 노동자들을 갈아 넣고, 국민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뒷받침되어 의료 방역은 잘 했지만, ‘사회 방역’은 그렇지 못 했다. 위기 국면에서 선진국들은 국가 부채가 느는데, 우리는 가계 부채가 는다. 산업 전환 과정에 이해 당사자, 특히 노동이 배제되어 있다.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전환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잘 할 수 있다고 낙관한다.
시간이 너무 늦어져서 못 다한 이야기는 뒤풀이에서 하는 걸로...
그러나 뒤풀이에서 나눈 이야기들은 생략하는 걸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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