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생각, 노동자 이야기

지난 십 년의 성과를 딛고 더욱 전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바람2010 2014. 3. 11. 23:32

기아자동차 일반직 노동자회의 요청으로 작성한 "창립 10주년 격려사"입니다.

 

지난 십 년의 성과를 딛고 더욱 전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1.

기아자동차 일반직 노동자회 9기 총회와 창립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저 또한 일반직 노동자의 한 사람으로서 대단히 기쁩니다. 지난 2004 4 1일 창립총회에서 동지들께 인사 드리고 축하 드린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십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지난 십 년 동안 일노회는 많은 활동을 해왔고 부단히 성장하여 이제 기아자동차 일반직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조직을 넘어 기아자동차지부를 주도하는 집단이 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더 큰 역할과 더 왕성한 활동을 기대하며 몇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2.

다들 잘 아시는 것처럼, 노동은 인간의 본질적인 특징으로 원시 인류가 인간으로 진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지금도 인간은 노동 없이 살 수 없으며, 노동 없는 세상은 공상에서나 가능합니다.

당연히 시대의 변화에 따라 노동은 변해 왔고, 노동의 변화는 사회를 변화시켜 왔습니다. 산업혁명과 그 이후 출현한 산업자본주의는 노동의 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임금 노동을 지배적인 형태로 만들었고, 사회 구성원들의 절대 다수는 임금으로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꾸리게 되었습니다. 노동이 상품화되어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노동시장이 등장했고, 자본가들에게는 자신들이 고용한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통제가 중요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노동시장에서 노동력의 가치를 보호하고, 노동통제에 맞서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노동자 대중의 자주적 조직인 노동조합이 생겨났고,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스스로의 권리를 쟁취하고 확장해 왔습니다. 작업장 안에서는 물론이고 작업장 밖에서도 노동자들의 지위를 높이고 삶의 질을 개선해 온 것입니다. 이러한 노동(조합)운동은 사회운동의 일부로 출현했으며, 사회적 연대와 지지에 기반해 성장해 왔습니다.

노동(조합)운동이 심각한 위기에 빠진 지금의 상황은 곧 우리 노동자들이, 그리고 우리 노동자들의 미래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사회의 위기는 노동의 위기가 되었으며, 노동의 위기는 사회적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노동의 위기 탈출과 사회의 위기 탈출은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습니다. 노동이 사회적 위기 해결을 위해 노력할 때, 사회가 노동의 위기를 염려할 때 위기 탈출의 실마리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당장 내가 속한 사업장에 문제가 없다고 해서 외면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사업장 현안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사라질 일도 아닙니다.

 

3.

한때 일반직 노동자의 다수는 자본가들을 대신해 직접 노동자들을 통제하거나, 자본가들의 노동통제를 돕는 역할 즉, 관리노동을 수행했고, 그래서 노동자가 아닌 관리자, ()회사 세력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절대 다수의 일반직 노동자들은 통제 받는 노동자로 살아 가고 있으며,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노동자로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시대 변화에 따른 관리노동의 성격 변화와 함께 일반직 노동자들의 주체적 노력이 상호작용하여 만들어 낸 것입니다.

 

4.

현대자동차그룹은 모듈화와 플랫폼 통합을 통해 생산의 표준화를 급속히 진전시키고, 완성사의 생산기능을 축소하고 외주화해 왔으며, 반면에 기획ㆍ연구개발과 판매ㆍ마케팅 기능을 강화해 왔습니다. 따라서, 가치 창출에 있어서도 직접 생산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으며, 기획ㆍ연구개발과 판매ㆍ마케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역할은 확대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직접 생산공정만이 아니라, 기획ㆍ연구개발과 판매ㆍ마케팅에 대한 영향력을, 개입력을 높여야 합니다. 특히 해외 공장의 생산능력이 비약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절실한 과제입니다. 이러한 점에서도 일반직 노동자들의 역할은 더욱더 강조되어야 합니다.

 

5.

우리 사회와 노동(조합)운동이 전반적인 위기에 처해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생산체제의 변화에 따라 일반직 노동자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점에서도 일반직 노동자들의 주도적인 역할이 더욱 필요합니다. 직군의 벽에, 기업의 울타리에 갇히지 말고, ‘함께 사는 세상, 그래서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원대한 포부로 더욱 왕성하게 활동해주시기 바랍니다. 십 년 전 창립총회 때도 비슷한 말씀을 드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이제 더욱 절실하게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가 꿈꾸는 해방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동지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2014.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