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생각, 노동자 이야기

한국에서 산별 노사관계는 가능한가? -금속산업 산별교섭을 중심으로-

바람2010 2014. 10. 26. 14:02



함께 사는 세상, 그래서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한동안 노동조합 간부로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그러나, 제 바람과는 달리 노동운동은 계속 정체되었고,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도 더 커져 갔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이럴 수 밖에 없는가? 어떻게 해야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을까?’ 이런 고민으로 우리 사회의 노동 문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노동대학원에 진학하였고, 애초 제가 가졌던 문제의식에 대한 답을 나름대로 정리하여 논문을 썼습니다.

노동(조합)운동에 실천적으로 도움이 되는 글을 쓰겠다는 의지는 높았으나, 논문으로서 형식과 내용을 갖춰야 한다는 제한조건, 시간적 제약, 그리고 무엇보다도 능력의 한계로 인해 애초 뜻한 바를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많이 부끄러운 글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다소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공개합니다. 이렇게 만든 것은 제 능력(의 부족)이지만, 소화하는 것은 읽는 이의 몫이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아 봅니다.

 


논문 개요

이 논문에서는 한국에서 산별노사관계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국내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의 금속산별교섭을 평가하고, 전략역량을 분석하였다. 전략역량은 프레이밍-전략선택-전략실행으로 이어지는 전략과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으로 노동조합의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주체 요인이다.

한국의 금속산업은 산별노사관계가 수립되기 어려운 조건이었음에도, 4만 금속노조가 이루어낸 중앙교섭은 올바른 전략선택과 일관된 전략실행의 결과였다. 그러나, 당시 중앙교섭은 주요 대기업이 참가하지 않았고 중앙교섭 참가 사업장에 속한 조합원이 전체 조합원의 절반에 불과했으며, 주요 내용이 상징적 합의에 머물렀다는 점에서, 구조적 제약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한절반의 성공이었다.

완성사 노조의 가입으로 거대 산별노조가 된 15만 금속노조는 노사관계 환경과 상대방의 변화, 그리고 주체적 조건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동일한 전략인 '중앙교섭 성사전략'-완성사 등 산별교섭 참가 강제, 산별교섭을 통한 산별노조 완성-을 고수하였고, 그 결과 실패하였다.

불리해진 노사관계 구조, 전략 비전과 실행능력을 가진 리더십 부재 등 전략역량 부족, 프레이밍의 취약, 전략선택의 오류, 전략실행의 부실이 상호작용하여 악순환을 형성했고, 그 결과 금속노조는 완성사가 참가하는 중앙교섭 성사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현재 금속노조가 직면한 가장 큰 난관은 산별노조와 산별교섭에 불리한 환경이나 사용자 측의 반대가 아니라, 비전을 제시하고 조직적 역량을 결집해 이를 뚫고 나갈 전략역량이 절대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이다.

이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산별노조운동의 기존 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산별교섭(성사)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대안적인 접근을 통해 산별노조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산별노사관계에 이르는 더 빠른 길이 될 것이다.

이 논문은 행위주체와 구조의 영향을 모두 강조하는 접근으로 지난 십 여 년의 금속산별교섭을 통시적으로 분석했으며, 노동조합의 전략과정과 전략역량을 중심으로 분석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주요 용어: 산별노조, 산별교섭, 산별 노사관계, 전국금속노동조합, 금속노조, 전략역량



한국에서 산별 노사관계는 가능한가_최종.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