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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의 행복 - 어린이날 이야기 1

바람2010 2010. 5. 7. 12:10

만원의 행복 - 어린이날 이야기 1

 

 

엄마, 언제 와?”

5/5 어린이날,

어제 새벽에 잠든 우리 부부는 늦잠을 잤고, 처가에 있던 딸아이 전화가 왔습니다.

다른 날보다 일찍 일어났는데, 엄마아빠가 오지 않아 기다렸던 모양입니다.

아직 선물 안샀어?”

같이 선물을 사러 가자는 말도 서운한가 봅니다.

선물은 사각필통으로 정해져 있는데, 아이는 미리 사서, 선물포장까지 해두었을 것이라 기대했던 모양입니다.

선물포장하고 리본까지 붙여야 한다고 요구사항을 분명히 합니다.

할인점에서 허겁지겁 사각필통을 사고 애엄마가 포장을 하러 간 사이,

아이가 외할머니의 손을 잡고 같이 할인점으로 왔습니다.

서운한 기색도 없이 아빠를 반갑게 맞습니다.

아빠랑 달리기시합도 하고, 원숭이가 나무가지에 매달리는 것처럼 팔에 매달리기도 하더니,

이터 쪽에 있는 액세서리 매장에서 장신구세트를 발견합니다.

백설공주 장식이 달린 구슬 목걸이와 구슬 팔찌, 반지로 구성된 세트입니다.

만원입니다.”

무려 만원?”, “단돈 만원?”

다른 날 같으면 아이를 설득해서 좀더 유용한 것을 사도록 했을텐데,

아님 좀 싼 것으로 때웠을 텐데,

잠시 망설이다가 이 날은 그냥 사줬습니다.

, 아빠가 웬 일이래?”

처는 놀란 듯이 말하지만,

지은 죄가 있어서, 부모 노릇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미안함에 그냥 사줬습니다.

사실 너무 화려한 색깔의 구슬을 꿰어 놓은 것도, 만원이라는 가격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너무 마음에 들어하고 좋아하는 아이의 모습에 상술과 싸울 전의를 잃고 맙니다.

단돈 만원에 느끼는 행복입니다.

이번 만큼은 그 이면에 가려진 자본/상품의 논리까지 들추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설명하고 가르쳐야 할 문제가 아니라 어른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

자본/상품이 주는 만족을 빼앗을 게 아니라 더 큰 기쁨을 느끼게 해줘야 할 문제일 것입니다.

하루종일 목걸이와 팔찌, 반지를 차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잠시 만원의 행복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2010.5.6.(목) 바람>

만원의 행복.do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