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생각, 바람 이야기

우리는 누구인가?

바람2010 2011. 2. 20. 23:12

존재냐, 관계냐?

 

세상에 일면적인 게 어디 있겠습니까만, 우리는 자주 하나의 측면에만 집착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물을, 세상을 총체적으로 보아야 한다고 배워 왔죠.

그러나, 때로는 하나의 측면을 부각시켜 보는 것도 필요한 일입니다. 그래야 분명해지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자세히 들여다 본 일면들을 종합할 때 총체적인 시각도 갖게 되는 것일 겁니다. 두리뭉실한 인식이 아니라 본질을 꿰뚫는 총체적인 시각을 ….

 

한때 존재(론적 철학이), 관계(론적 철학이)는 질문이 던져진 적이 있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볼 것인가, 관계를 중심으로 나를 볼 것인가?’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우문(愚問)입니다. 나 없는 세상이 무슨 의미가 있고, 관계 없이 내가 어떻게 존재하겠습니까? , 맞습니다. 총체적으로 봐야지요.

그러나, 일면이라도 제대로 보고 있는 걸까요?

 

나는, 우리는 누구일까요?

나를, 우리를 둘러싼 관계는 무엇인가요?

아니, 우리들 사이의 관계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나의, 우리의 의지는, 욕구는, 욕망은 무엇일까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요?

우리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우문(愚問), 기본적인 물음이 아닐까요?

 

새흐름’, ‘공감등등으로 불려왔던,

그러나, 베드로가 예수를 부인했듯이, 그래서 스스로를 부인했듯이,

스스로 새흐름이기를, ‘공감이기를 주저해 왔던 우리들은

누구인가요?

이제 우리의 이름을,

우리의 욕망과 의지를,

우리의 정체성을 분명히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도 시험에 들었습니다.

정말 세상을 바꾸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운동의 끝물에 취해 있는 것인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애플이 만들어 낸 것은 또 다른 휴대폰이 아니라 ‘i이었습니다. 휴대폰이 아닌 ‘i’.

‘i도 스마트폰의 하나일 뿐이라구요?

그렇습니다. ‘i이 나오기 전에도 스마트폰이 있었고, 지금 ‘i과 경쟁하는 스마트폰도 많습니다.

그러나, ‘i이전의 스마트폰은 스마트폰이 아니었고, ‘i과 경쟁하는 스마트폰은 ‘i의 유사품일 뿐입니다. ‘i은 분명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i에 사용된 요소기술들까지 애플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은 아닙니다. 애플은 이미 개발된 요소기술들을 융합해, 새로운 쓰임새-사용가치를 (갖는 무엇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렇습니다. 결국 융합시킬 수 있는 능력, 통합력을 가진 자들이 주도하게 됩니다.

현대의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정치도, 운동도 그렇습니다. 2008년 촛불이 거대하게 타 올랐던 것은 초가 새롭게 개발되어서가 아닙니다. 복합적인 요소들이 융합된 결과이지요.

그렇습니다. 우리도 경쟁에서 이기려면,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려면 융합시키는 힘, 통합력이 필요합니다. 헤게모니가 필요하지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말이 바로 이런 뜻이겠죠.

 

그런데, 구슬은 있나?

 

그러나, 이 최첨단 울트라 슈퍼 모던한 세상에 구석기 시대 같은 질문을 하나 던져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구슬은 있나? 요소 기술은, 기초 자원은 있나?

피카소의 기괴한 그림, 유치원생이 대충 그린 것 같지만, 정확한 데생 실력과 피나는 노력이 없었다면, 결코 예술이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구슬을 꿰려면 구슬이 있어야 합니다. 구슬을 찾든, 만들든.

좋은 구슬을 찾는 일, 구슬을 잘 다듬는 일은 구슬을 꿰는 사람이 할 일입니다. 구슬의 생김이나, 빛깔을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할 일은 구슬을 꿰는 일일까요, 아니면 구슬을 만드는 일일까요? 아니면 둘 다?

소통지를 내는 일이나, ‘찾아가는 행복길벗모두 구슬을 만드는 일이고, 구슬을 꿰는 일입니다.

구슬을 만드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같이 참여하면서 배우는 일이고,

구슬 꿰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같이 참여하면서 배우는 일입니다.

배우면서 고민을, 기술을 나누는 일입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알게 되겠지요.

우리가 정말 구슬을 꿰어 보배를 만들고 싶은 것인지도 ….

 

우리는 누구일까요?

 

한 해가 다 저물어가는 때, 새해를 앞두고 고민을 몇 자 적었습니다. 해가 바뀌는 것은 12/31의 해와 1/1의 해가 달라서가 아니라, 사람이 부러 매듭짓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2010년은 무엇이었을까요?

2011년 무엇일까요?

우리는 누구일까요?

 

2010 경인년이 가고, 2011 신묘년이 올 무렵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