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생각, 세상 이야기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니? 그것도 경제학이!!

바람2010 2023. 8. 26. 22:12

 

지난 8/24()~8/25() 한국사회경제학회에서 개최한 여름학교에 참가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 훌륭한 프로그램인데 어찌 놓칠 수 있겠습니까? 소식 듣자마자 신청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고 유익했습니다. 공부가 영화보다 재미있을 수 있네요. 그것도 경제학이!! ^/^

배경 지식과 관심,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 입장에서 후기를 써 봅니다.

 

8/24() 첫날은 “비판과 대안: 경제학의 재구성이라는 제목으로 주요 경제학파들신고전파, 포스트케인스주의, 맑스주의, 제도경제학-을 다루었습니다.

 

1. 주류 미시경제학: 비판

고려대 박만섭교수님께서 주류 미시경제학의 기본구조와 출발점(소비자 선호, 부존자원, 생산기술), 기제(시장에서 수요와 공급), 결과(최적 균형)에 대해, 그리고 각각의 문제에 대해 강의해 주셨습니다.

이론적 결함이 크고 스스로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음에도 왜 현실에서는 아직도 주류인가? 1) 학계에서 다수 세력을 점해 확대 재생산하고 있고, 2)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쳐 사람들이 점점 더 경제적 합리성에 따라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으로 행동해 신고전파 이론처럼 현실이 작동하고 있다.

첫 번째 답변은 예상한 것이었으나, 두 번째 답변은 늘 느끼면서도 감히 명료하게 정리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저 스스로도 뜨끔 했고.

 

2. 거시경제학의 이론과 정책: 비판과 대안

경북대 나원준교수님께서 주류 거시경제학 비판과 포스트케인스주의 학파의 대안 거시경제학이라는 제목으로 강의해 주셨습니다..

경향신문 지면 등을 통해 글은 자주 접했지만, 실제 뵌 것은 처음인 나원준교수님. 누구 말대로 유튜브를 찍어도 될 만큼 대중적인 강연을 하시네요.

강연 재미있게 잘 듣고 다소 거친 질문을 했습니다. ‘케인스주의 핵심은 유효 수요 창출을 통한 성장 견인이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대량생산, 대량소비에서 탈피해 생산과 소비를 줄여야 하는데, 케인스주의를 통해 이것이 가능한가, 아니면 다른 경제학이 필요한가?’

아쉽게도 교수님의 답변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포스트케인스주의 내에도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연구가 있다고 하시니 나중에라도 참고해야겠습니다.

 

3. 마르크스 가치론: 이론과 응용

충남대 류동민교수님께서 “The Monetary Expression of Labor Time: Theory and Applications”이라는 제목으로 강의해 주셨습니다..

맑스의 재생산 표식에서 생산가격문제에 대한 비판을 해결하기 위해 신해석(New Intepretation)에서 도입한 MELT(The Monetary Expression of Labor Time 노동시간의 화폐적 표현)를 활용한 양적 연구 사례를 소개해주셨는데, 맑스주의 정치경제학/자본론에 대한 상당한 지식이 있는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고, 아마도 이 주제로 석사 학위 논문을 쓸 사람에게는 유용했을 것 같습니다.

 

4. 제도경제학: 권력과 숙련의 사례

경북대 김영용교수님께서 권력과 숙련: 제도 경제학적 접근이라는 제목으로 강의해 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재미있고, 만족스러운 강의였습니다. 교안도 잘 정리되어 있고,, 내용 전달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조직연구와 관련된 2개의 질문을 중심으로 다양한 학파들을 연결한 내용이 흥미진진했습니다.

• (질문 1) 누가 고용주가 되고 누가 노동자가 되는가? 소유문제

• (질문 2) 왜 노동자들은 권위에 순응하는가(binding)? 혹은 순응해야만 하는가(coercion)? 조정/위계문제

 

강의 내내 이거 맑스(생산재의 차별적 소유, 시장 계약, 노동과정 통제, 산업예비군)가 정답이라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면서 들었습니다만, 제도주의가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수백만 년에 걸친 협력적 사회집단 내 삶과 노동으로 인해 인간은 협력의 성향을 계발하고 권위를 존중하도록 진화하여 왔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아쉽게도 시간이 부족해 숙련 부분에 대한 강의는 생략되었습니다.

 

8/25() 둘째 날은 진보경제학의 프론티어”라는 제목대로 현재 부각되고 있는 주요 분야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5. 돌봄경제와 교차 정치경제학

충남대 윤자영교수님의 강의는 페미니스트 경제학에서 교차 정치경제학으로, ‘경제생산의 의미 확장, ‘돌봄 경제에 대한 최근의 관심이라는 내용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제가 페미니스트 경제학과 교차 정치경제학에 대해 잘 모르는 데다,경제와 생산의 의미 확장마르크스주의 노동과 비판에 대해 동의가 되지 않아 이해하기 어려운 강의였습니다.

 

6. 토지와 불평등의 경제학

한국사회에 뜨거운 문제인 토지(/부동산), 그리고 이로 인한 불평등에 대해 대구카톨릭대(를 얼마 전 명예퇴직하신) 전강수교수님께서 강의해 주셨습니다..

한국이 GDP 대비 지가 비율이 20205.0으로 OECD 국가(대부분 3미만) 중 압도적인 1위이고,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이 임금 다음으로 소득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현실 진단으로 시작해, 주류 경제학이 토지의 특수성/중요성을 이론과 학계에서 제거했던 역사와 토지의 특수성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심각한 현실을 다루는 무거운 주제이지만, 대중강연처럼 재미있게 강의해 주셨습니다.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었던 한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에서 토지 문제가 왜 다른가’, ‘어떤 상황에서 토지개혁이 가능할까라는 예리한 질문에도 깊이 있는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7. 기후위기와 생태경제학

한밭대 조영탁교수님께서 생태경제학의 개요와 소개-자원흐름모형, 지속가능한 발전, 그린 뉴딜이라는 주제로 강의해 주셨습니다..

생태학과 생태계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 생태학과 경제학의 통합으로서 생태경제학, 전통경제학과의 비교, 생태경제학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그린 뉴딜이 주요 강의 내용이었습니다.

 

둘째 날 강의 중에서는 이 강의가 가장 관심 있는 강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관심도 있고, 에너지 시스템, 특히 전력시스템을 어떻게 구성하는 게 좋을까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 유보인 상태라. 이 강의가 큰 도움이 되었지만,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태경제학과 에너지/전력시스템에 대해 공부해야 할 것 같네요.

 

8. 복지국가의 정치경제학

마지막 강의는 한국사회경제학회 회장이신 경북대 신정완교수님이 해주셨습니다.

이 강의에서 다뤄진 내용은 노동대학원 시절 공부했던 내용입니다. 당시 에스팡 안데르센의 복지 자본주의의 세 가지 세계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피어슨의 복지국가는 해체되는가?’는 사 두고 아직 안 읽었는데, 현실의 변화는 더 커져서 피어슨의 주장은 흘러간 옛이야기가 되어 버렸네요. 마지막에 소개하신 StreekThelen(2005)에 따르면, 복지국가 축소의 정치적 어려움을 강조한 Pierson의 주장과 달리, 1980년대 이후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의 자유주의화가 정치적 저항을 우회하는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진행되어 제도의 성격이 크게 전환되는 결과에 이르렀다고.

한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에 핵심을 잘 정리해 주시고,, 질의(민영화,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간결하고 풍부한 답변까지 해주셨습니다.

 

과연 얼마나 참가할까라는 주최 측의 우려와 달리 많은 분들이 참가하셨습니다. 특히 젊은 분들이 많았습니다. 얼마 전 진행된 산업노동학회 여름캠프에도 130명 정도 참가했다고 하는데, 이번 한국사회경제학회 여름학교 참가자도 그 반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배 연구자들은 재생산에 대해 걱정하시지만, 진보적인 연구자가 되고자 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확인해 기쁜 자리였습니다.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했고, 저 같은 사람은 본래 주최 측에서 기대/예상했던 참가자가 아니었을 텐데, 시작부터 뒤풀이까지 환대해 주셔서 더욱 감사했습니다.

이런 기회가 계속 이어지면 좋겠고, 내용을 다듬어서 교과서로 만들어주시면 관심 있는 사람들이나 후학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인지 짐작하기에 뒤풀이에서 여러 이야기를 나눈 선생님들께 차마 이야기하지 못했지만, ‘교과서를 만드시면 고생하신 것보다 큰 결실과 보람을 얻으실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