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테슬라가 하면 다 혁신일까?

바람2010 2022. 7. 17. 13:55

심리학에 후광 효과(halo effect)라는 게 있다. “어떤 대상을 평가할 때에, 그 대상의 어느 한 측면의 특질이 다른 특질들에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편향의 하나인데, 예를 들어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의 외모가 출중하면 그 사람의 지능이나 성격 등도 훌륭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명문대 출신이니 지적 능력이 뛰어날 것이다, 교수니까 인품이 훌륭할 것이다. 살면서 그게 편향일 뿐임을 수없이 경험하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는 편향이다.

다수의 지지를 얻는 손쉬운 방법 중의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대상을 비판하는 것이다. 일본, 중국제, 바지를 거꾸로 입다니... 뭐 이런 것. 좀 더 세련된 형태는 다수가 숭배하는 대상을 찬양하면서 스스로를 비하하는 것이다. 미국이, 유럽이, 애플이, ... . 진실을 가리는 편향된 주장들이다.

나는 기존 자동차산업에서 일하는 사람치고는 꽤 일찍부터 테슬라의 가능성을 긍정하고, 특히 그들의 제품 기술에 대해, 제품 혁신에 대해 높이 평가해 왔다. 테슬라는 소프트웨어만이 아니라 하드웨어 기술도 탁월한 기업이다. 자동차는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로 진화해 갈 것이고, 테슬라가 그 선두에 서 있지만, 그것은 소프트웨어 기술이 뛰어날 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하드웨어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지면 하드웨어가 덜 중요해질 것이라는 것은 착각이다. 앞으로는 애플의 독보적인 칩 설계 능력이 중요하지 않을까? 인간이 영적인 존재 같지만, 육체 없이 존재할 수 없고 인간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에너지는 육체가 쓴다. 이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게다가 테슬라는 이제 생산기술에서도 앞서가기 시작했다. 혁신의 시대, 혁신 기업인 테슬라는 오랫동안 선도 기업일 것이다. 그러나 테슬라가 자동차산업의 지배자가 될 것이냐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혁신 기업이 항상 승리하는 것도 아니고, 테슬라가 하면 다 혁신인 것도 아니다.

테슬라가 지난 4월 가동을 시작한 텍사스 오스틴 공장은 중력을 이용해 위에서 아래로 부품을 이동시킨다”고 한다. 부품 이동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게 뭐 그렇게 탁월한 아이디어이고, 대단한 혁신일까? 다른 곳에서는 훨씬 더 일찍, 자동차산업에서도 100년도 전에 사용된 방식이다. 다만 (한국에서) 아는 사람들이 드물 뿐이지.

아래 그림은 1914년 포드의 하이랜드 파크 공장 섀시 조립 라인 끝 부분을 찍은 사진이다. 경사면을 통해 내려온 라디에이터를 조립 라인에서 조립하고 있다.

*출처: The Collections of The Henry Ford

다음 사진은 어떤가? 중력과 경사면을 이용해 차체를 차대 위에 얹고 있다.

*출처: The Collections of The Henry Ford

 

겸손하게 배우는 자세는 바람직하지만, 특정 대상을 숭배하고 스스로를 비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 편향이 보탬이 되는 경우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