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생각, 노동자 이야기

세대 노조인가, 직종 노조인가?

바람2010 2021. 7. 27. 20:38

오늘 “MZ세대 노조의 등장, 약인가 독인가?”라는 주제로 아주 의미 있는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주최 측에서 이 토론회에 저를 부른 이유는 제가 연구직 노동자이면서 (생산직 위주의) 기존 노동조합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사무/연구직 노동자들과 기존 노동조합 양쪽을 모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연구직 최초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노동조합의 대표자(당시 본부장, 지금 의장)였고, 완성사 노동조합들이 전국금속노동조합에 합류한 후 첫 지도부였던 5기 부위원장이었습니다.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의 등장과 이에 대한 토론은 저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소중한 자리를 마련하고 초청해주신 노동연구원과 참석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은 제3차 KLI 노동포럼에 대한 안내이고.

그 아래는 “세대 노조인가, 직종 노조인가?”라는 제목의 제 토론문입니다.

세대 노조인가, 직종 노조인가_박근태_20210727.pdf
0.41MB

 

- 제3차 KLI 노동포럼 모시는 글 -
ㅇ 일시: 2021. 7.27(화) 15:00-17:00
ㅇ 장소: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본관 7층 한국노동연구원 회의실(오프라인) 및
           온라인 병행 (온라인 토론방 주소 추후 공유)
ㅇ 주제: MZ세대 노조의 등장, 약인가 독인가?
            - 사회자: 박종식(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 발표자: 이상직(국회 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 발표제목: 능력주의 사회로의 전환과 성인이행경로의 계층화
            - 토론자: 김병철(전 청년유니온 위원장)  
                          박근태(전 금속노조 부위원장)
                           유준환(LG전자사무직노동조합 위원장)
2021년 제3차 KLI 노동포럼에서는 변화하는 세대 문제와 노동 문제의 현실을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해 보고자 합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능력주의(meritocracy)’ 담론과 세대 문제가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노사관계 영역에서도 청년세대들이 주축이 된 이른바 MZ세대 노조의 등장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MZ세대 노조는 대체로 제조업 사업장에서 생산직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기존의 노동조합과는 별개로 사무직-연구직 등을 중심으로 조직되고 있으며, 이들의 조직화와 목소리 내기에 언론이 주목을 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설립된 사무직 노조의 젊은 멤버들은 사업장 내 기존 노조 조합원들과 직군 간 이해관계, 성장 과정, 세대 정체성, 가치 등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세대중심의 노동조합은 과거 청년유니온 등의 시도가 있었으나, 현재 MZ세대 노조는 능력주의를 암묵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면에서 그와는 확실히 결을 달리합니다.
MZ세대 노조의 등장과 확산이 노동운동에 지니는 의미가 무엇이며, 그들의 활동이 향후 노동자 이해대변과 노사관계의 재구조화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놓고 다양한 문제 제기와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러한 취지에서 국회미래연구원 이상직 부연구위원의 주제발표(“능력주의 사회로의 전환과 성인 이행 경로의 계층화”)를 듣고, 그 위에서 MZ세대 노조 조합원 당사자 및 기존 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MZ세대 노조의 등장과 향후 한국 사회의 노사관계의 미래를 전망하는 데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제3차 KLI 노동포럼(2021. 7.27.(화))

 

세대 노조인가, 직종 노조인가?

 

박근태(전 금속노조 부위원장)

 

Ⅰ. MZ세대 노조의 등장과 확산이 노동운동에 지니는 의미

 

MZ세대 노조?

○ 세대 노조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음.

  - 주축이 대기업 연구직과 사무직들, 이들이 특정 세대를 대표하지 않아

  - 젊은 세대가 대기업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대졸자들만 젊은 세대인 것도 아님.

  - 그 세대 내에서도 시장 교섭력이 큰 집단에서만 나타나고 있음.

○ 세대로 접근하기보다는 사회 환경의 변화, 산업구조 변동과 특히 그에 따른 당사자들의 지위 변화, 노       동시장의 변화로 접근해야

 

구조적 배경

○ 우리 사회의 산업구조 변화, 발전

  : 기업 내부에서 사무직 노동자 비중 증가 & 지위/전망 하락

  - 임원으로 승진 가능성/기대 줄어 → 실무자/노동자

  - 승진을 통한 보상, (정년퇴직까지) 장기적인 보상 기대 어려워

  →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정당한 보상 요구,

○ 노동시장의 변화

  : (기존) 대기업 정규직을 중심으로 내부 노동시장 형성

  → (현재) 첨단 분야 핵심 인력을 중심으로 노동시장 작동. 원하는 직장으로 가는 것이 능력

 

행위 주체의 태도

○ 노동조합에 대한 태도: 합리적, 실용적, 도구주의적 관점.

  - 노동조건 향상과 보상 쟁취에 노동조합이 가장 효과적.

  - 그럴 때만 지지. 기존 노조의 효과성 의심

 

경영/특히 대기업 논리의 의도하지 않은, 그러나 당연한 귀결

○ 능력주의, 성과주의, 단기 이익 최대화, 이익에 따른 배분 차별화, 배분 참여 범위 축소

  → 노동자들이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

  - 지금 청년 세대만 공정을 주장하는 게 아니다. 좀더 민감하고 이제 공공연하게 표출할 뿐.

  - ‘부족한 건 참아도 불공평한 건 못 참는다’, ‘배 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

 

기존 노동조합의 한계

1. 누구를 대표하는가?

  : 조합원을 중심으로 더 많은 노동자들? 조합원만? 조합원 중 일부만?

  - 노동조합이 자기가 대표하는 범위를 계속 축소해온 게 아닌가.

 

○ 기존 정규직 노조: 정규직도 일부만 대표

  - 금속노조의 사례

    전체 사무직 직원(비조합원 포함) 통계가 없어서 사무직 조직률 계산 불가

    2018년 7월 기준 조합원 300인 이상 사업장 55곳 소속 조합원 136,610명,

    생산직 108,958명(79.8%), 사무직 27,652명(20.2%)

 

  - (제조업) 사무직은 아예 조직하지 않은 사업장도 다수

 

  - 현대자동차지부 사례

    직군별 조직률 - 사무직 25%, 연구직 35%, 다른 직군은 95%(2020.12.31. 기준)

                         사무직과 연구직은 대리급 이하로 직급 제한

구분 직원(명) 조합원(명) 조직률
사무직 12,716  3,199 25.2%
연구직 11,716  4,129 35.2%
기술직/생산 36,385 32,644 95.1%
정비직   1,969
영업직   5,798   5,480 94.5%
기타/별정직   4,912         8   0.2%
총 계(평균) 71,527 47,429 66.3%

 

2. 지향과 역할

  : 보상과 보호 위주, 형성은 희박

○ 노조의 이중성: 기득권의 갑옷 /& 정의의 칼 → 기득권의 수호자 /& 새로운 가치의 형성자

○ 대표 영역 제한적

  - 주로 분배/보상 영역.

  - 노동과정/성과 창출은 소홀. (노동강도와 노동안전은 관심)

 

3. 노동에 대한 철학과 정책

○ 노동이란 무엇인가?

  - Work as a Curse 저주/Freedom 자유/a Commodity 상품/Occupational Citizenship 직업적 시민의  식/Disutility 비효용/Personal Fulfillment 개인적 성취/a Social Relation 사회관계/Caring for Others 타인 돌봄/Identity 정체성/Service 서비스 (John W. Budd (2011) The Thought of Work)

  - (기본) 소득으로 노동을 대체할 수 없다. 보완적.

○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보상할 것인가?

  -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 어려운 게 아니라,

  - 동일성 판단, 합리적 차이가 어렵다.

  - 노동력 형성/투입/결과에 대한 평가/보상

○ 노동으로부터의 해방 + 노동을 통한 해방

○ 노동조합의 정체성, 비전을 다시 만들어야

  - 노동공동체 복원

  - 노동 내부의 소통과 이해 증진

  - 민주주의

 

4. 산업과 사회의 변화에 대한 고민과 대응, 진화

○ 산업 구조의 변동

  → 가치 창출의 핵심 단계 변화. 이른바 스마일(U) 커브.

      기획/연구개발 및 서비스의 중요성 증대, 생산단계의 중요성 감소

○ 노동조합은 여전히 생산/공장 중심 편향

○ 노조가 서있는 지반, 사회와 산업의 구조를 분석해서 노조 정체성, 전략과 정책을 만들어가야

 

 

Ⅱ. 향후 노동자 이해 대변과 노사관계의 재구조화에 끼칠 영향

 

현 노동자 이해 대변과 노사관계 구조의 한계

○ 사회와 산업의 발전에 뒤처지고 있음.

○ 기업 중심

○ 분배 중심 – 노동조합의 경영 참여 배제/회피

○ 대변되지 못하는 노동자들과 의제 많음

 

비노조 대표 기구의 한계 명확

○ 무노조 사업장에서는 노사협의도 제대로 안 됨.

○ 편법 대신 정공법. 노동조합의 조직률을 높여야.

○ 이런 점에서도 신생 노조의 등장은 고무적.

  - 조직률 상승, 조직 영역 확장, 의제 확대에 기여

 

미래는 사회와 산업의 구조 변동, 그리고 행위자들의 경합의 결과로 만들어질 것

○ 시장 교섭력이 큰 집단과 취약한 집단, 양 극단에서 이해 대변의 한계 드러남.

  - 대기업 사무연구직, 플랫폼 노동자 등

○ 이들을 대변하려는 신생 노조와 기존 노조, 경영계와 정부가 주요 행위자

 

경영계

○ 차별화된 대응 선호

  - 시장 교섭력이 큰 집단은 비노조 방식-개별적 노사관계로 포섭,

  - 시장 교섭력이 취약한 집단은 배제

○ 그러나 그것이 최선일까?

 

신생 노조

○ 자원의 제약

  - 시장 교섭력은 높지만, 연합적 힘과 작업장 교섭력 취약.

  - (외부) 노동시장의 시장 교섭력을 지렛대로 기업 내부 (노동시장)에 영향력 행사

  - 시장 교섭력 변화/약화 가능성: 외부 상황 변동 + (개인) 나이 듦.

  - 기업 단위 조직은 (외부) 노동시장에 대응 곤란.

○ 독자냐, 연대냐?

  - 독자 노선: 높은 동질성 유지. 자원과 경험 부족 극복 필요, 상당한 희생 감수 가능성.

  - 기존 노조와 연대/통합: 자원과 경험 보강. 그러나 독자성 약화 우려

  - 직종 노조로서 정체성 확보에는 장단점: 특정 기업/직군 집중 vs 초기업/산업 차원 행위자

 

기존 노조

○ 정체성과 대표성 확장이 최선. 대단히 많은 노력 필요.

○ 우호적 협력이 차선

○ 배제/경쟁은 최악

 

정부

○ 노사관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침.

  - 특히 사용자들의 태도와 행위에.

  - 반노동 정부는 신생 노조의 존립 위협.

  - 기존 노조는 그런 시련을 견디고 살아남았음.

○ (일부 예외를 제외한) 경영진 일방의 노사관계, 노동자 이해 대변 기제의 미비를 유지할 것인지,

○ 폭넓은 노동자 이해 대변을 통한 균형을 지향할 것인지 선택해야. 당연히 이것이 최선

 

우리 사회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참고

<노동조합의 지향>

노동조합의 지향에 따라 기술 변화에 대한 노동조합의 관심과 대응 목표가 달라진다(강수돌, 1995; 박준식, 1997; 이민영, 1997; Jürgens, 1991).

1) 기술 변화에 찬성하면서 그 성과를 노동자도 나눠 가져야 한다는 ‘보상 지향’,

2) 기술 변화는 불가피하나, 노동 강도 강화, 건강 악화나 질병 및 산재의 발생, 실업 증대, 임금 감소 등 부     정적 영향을 최소화하여야 한다는 ‘보호 지향’,

3) 기술 변화의 결과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기술 변화 과정에 직접 개입하여 노동조합의 구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형성 지향’

 

<노동자들이 지닌 힘의 원천>

○ 연합적 힘: 노동자들이 집단조직[특히 노동조합과 정당이 가장 중요]을 형성해 생겨나는                                    다양한 형태의 힘

 

○ 구조적 힘: 노동자들이 놓여 있는 경제체계 내의 장소/위치 자체에서 얻게 되는 힘

  - 시장 교섭력: 노동시장의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직접적으로 생기는 힘

    ① 고용주들의 수요가 많은 희소한 숙련기능의 보유

    ② 일반적으로 낮은 실업률

    ③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해 비임금 소득원에 의존해 살아갈 수 있는 능력

  - 작업장 교섭력: 특정 노동자 집단이 핵심 산업부문 내에서 차지하는 전략적 위치 때문에                                              생기는 힘.

(노동의 힘-1870년 이후의 노동자운동과 세계화 Forces of Labor - Workers' Movements and Globalization since 1870, 비버리 J.실버(Beverly J. Silver) 지음/백승욱․안정옥․윤상우 옮김/그린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