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생각, 노동자 이야기

이른바 ‘MZ세대 노조’ 등장의 사회적 의미, 그리고 노동운동과 노사관계 ... 세대론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

바람2010 2021. 6. 13. 12:23

출처: 머니S리포트(2021.4.19) https://moneys.mt.co.kr/news/mwView.php?no=2021041614178052020

이른바 ‘MZ세대 노조가 사회적 관심으로 부각되던 4월 말에 한 언론사 기자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 기자가 저를 인터뷰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는 제가 연구직 노동자이면서 (생산직 위주의) 기존 노동조합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연구 사무직 노동자들과 기존 노동조합 양쪽을 모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연구직 최초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노동조합의 대표자(당시 본부장, 지금 의장)였고, 완성사 노동조합들이 전국금속노동조합에 합류한 후 첫 지도부인 5기 부위원장이었습니다.

그 동안 많은 분들이 이른바 ‘MZ세대 노조에 대해 관심을 보였지만, 발언하지 않고 기사가 나갈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애초 계획과 달리 인터뷰가 기사로 나가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도 보시라고 게시합니다. 한 시간 반 정도 이야기한 내용이라 분량이 좀 많습니다.

 

[기획 의도]

올 초 SK하이닉스 성과급 지급 논란을 시작으로 사무직 노조, MZ노조의 등장까지 새로운 사회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단순히 세대의 특성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닌 기업과 사회의 문화와 구조 속에서 이러한 현상들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를 파악해보자고 합니다. 나아가 노동운동과 노사관계에 새로운 지점들을 제시하는지 가늠해보려 합니다.

 

최근 만들어진 ‘현대차그룹인재존중연구사무직노동조합’처럼 ‘연구개발‧사무직 노조’, ‘MZ노조’로 불리는 노동조합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주목도 상당히 많이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흐름을 어떻게 보십니까?

 

지금 새로운 노조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주축이 대기업 연구직과 사무직들이고, 그래서 그들이 MZ세대를 대표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기업 연구/사무직 노동자들은 과거 같으면 노동조합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분들인데,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되는 것은 지금까지 누적돼온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대로 접근하기 보다는 사회 환경의 변화, 산업구조 변동과 특히 그에 따라서 당사자들의 지위 변화가 있었다는 것, 노동시장이 변했다는 것을 이야기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은 우리 사회의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발전하면서 기업 내부에서 사무직 노동자 비중이 커져왔어요. 그래서 예전처럼 대졸이고 좋은 대학 나오면 당연히 관리자로 성장하고 잘하면 임원이 되고 그런 전망, 지향을 가지고 있지 않고, 나는 그냥 실무자이고 노동자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보상, 승진을 통한 보상이나 고용안정을 전제로 해서 내가 정년퇴직까지 이 회사에 있게 될 것이니 30년 동안 걸친 전 생애에서 어떻게 보상받느냐 이런 생각이 없다는 거죠. 당연히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해서 보상받는 것, 수표나 어음 이런 게 아니고 현금으로 받아야 한다, 이런 식의 변화가 있다고 보입니다..

노동시장 문제인데 다음은, 기존에 분석할 때는 내부 노동시장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기업별로 단절되어 있다고 하면서. 그런데 이게 과거처럼 평생직장도 아니고 기업 간 격차가 커진 데다가 당사자들이 기업을 옮기는 데 있어서 예전만큼 부담스러워하지 않아요. 옮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자기가 원하는 직장으로 가는 것을 능력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중고 신입이런 이야기도 하던데, 회사 생활하다가 경력이 아니라 신입으로도 가고. 이런 건 결국 기존과 다르게 외부 노동시장이 작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 더구나 출발이 전통적인 분야가 아니라 첨단 분야 그래서 이른바 몸값이 높은, 이직을 통해서 자기 연봉이나 이런 걸 상승시킬 수 있는 그런 쪽에서 시작되고 있다고 보이고,,

세 번째는 노조에 대한 태도인데, 어떻게 보면 실용적인 거죠. 노동조건 향상과 보상 쟁취에 노동조합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걸 아는 거죠. 예전에 현대자동차가 대학생들 취업 1순위일 때 그 이유 중 하나가 연봉도 높았지만 강력한 노조가 있어서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기존 노조가 나한테 그런 보상을 가져다주는데 효과적이냐 의심을 가지게 된 상황이고 그러니까 직접 노조를 만들어서라도 해 보겠다, 이런 흐름이 나타난 것 같습니다.

이런 흐름의 배경은 결국은 우리 사회가, 특히 대기업들이 만들어온 거라고 생각해요. 대기업들의 능력주의, 업적주의, 단기 이익 최대화, 그리고 이익에 따른 배분을 차별화하고, 배분 참여를 대기업 내부로만 줄이고 해온 과정들이 사회의 주도적인 논리가 되면서 당연히 젊은 세대들이, 그런 성과 논리의 핵심적인 부분에 있는 대기업 노동자들이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한 거다. 다만 그간에는 공공연하게 표출되지는 않았을 뿐인데 이제는 공공연하게 표출된 것이고, 그 흐름은 계속 있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세대적인 특성 때문에 촉발되고 그런 것은 무리가 있으시다는 건가요?

 

설명력이 별로 높지 않다고 봐요. 왜냐면 젊은 세대는 대기업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대졸자들만 젊은 세대들도 아니거든요. 그 세대 내에서도 (시장) 교섭력이 큰 집단에서만 이게 나타나고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그 세대론은 제가 학생일 때도 청년학생은 변화에 민감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그런 이야기를 30년 전에도 들었어요. 그 세대론은 언제나 타당한 이야기지만, 그러나 언제나 정확한 이야기도 아니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 공정이라는 키워드가 어떻게 보면 청년세대 이야기하면서 공정에 민감하다고 이야기를 많이 한데, 공정에 민감한 것은 누구나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야 하나요? 청년세대와 결부 지어서 보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저는 연관은 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은 공정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그걸 중심으로 보는 건 협소한 시각으로 보이지만, 왜 그게 부각되는가라는 구조적 맥락을 봐야 하는데, 그 공정을 중심으로 보더라도 그 공정이 뭐냐에 대한 정의가 수학처럼 1+1=2, 이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그런데 우리 사회 주류가 업적주의, 능력주의를 찬양하고 있고 어렸을 때부터 배우고 그런 경쟁력을 키우도록 성장해 왔는데, 게다가 그 업적이나 능력에 대한 보상의 차이가 너무 커져버렸잖아요. 예전에도 보상 차이가 있었지만 그 격차가 이렇게 크지는 않았거든요. 지금 그 격차가 엄청나게 커져 있다는 거죠. 그런 상황들 때문에 그 공정에 지금 세대들이 예민한 거 이해할만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그런 식의 공정관이 옳으냐 그것과는 별개의 문제로. 그리고 반대로 그래서 구조적 맥락을 자꾸 봐야 하는데, 이게 그냥 그 세대의 가치지향 문제로 보면 세대별로 가치지향이 다 다른데, 그럼 이걸 조화시킬 수 있겠느냐, 그 조화가 불가능한 거잖아요.

그렇게 볼 문제는 아니고 이 청년세대의 공정 문제도 공공연하게 드러나고 있는 계기들을 보면 결국은 이해관계에서 불이익을 받았을 때 드러나거든요. 결국은 물질적 이해관계와 연동돼 있는 거지, 도덕의식이 투철해서 그런 부분이라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구조적인 부분까지 들어가야겠지만, 많이 얘기되고 있는 것들이 공정한 성과보상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회자됩니다. 공정한 보상체계 구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정한 게 뭐냐에 대한 논의부터 할 수밖에 없는데 사회적으로, 그게 뒷받침돼야 할 것 같고, 어떤 결정방식을 만들어내느냐 이전에,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에 대한 이야기가 되지 않으면, 합의되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공정한 성과보상을 이루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자기가 많이 받으면 공정하다고 생각해요. 그건 지금 세대만이 아니라, 조직행동을 연구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많이 배분받을 때는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별로 없어요. 자기가 적게 배분받을 때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는 거라서,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보상할 것이냐에 대한 이야기들이 되고, 그리고 나서 그 기초 위에 세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 당장에 불거진 문제라서, 구체적으로는 기업이 성과에 따라서 배분하지 않는다는 것이 쟁점으로 된 사항인데, 기업이 스스로 강조해왔던 걸 어기고 있는 거잖아요. 성과를 많이 내야 보상이 많다 그런 이야기를 해왔는데. 사실 두 가지 방식으로 어기고 있어요. 하나는 기업이 성과가 많은데도 보상하지 않는다는 거죠. 두 번째는 보상을 차별적으로 한다는 거예요. 현대차 경우 직원들의 불만이 더 커진 게 최고경영진은 왜 더 많이 받느냐는 거예요. 현재 같은 상황에서 투자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하면 경영진이 솔선수범해서 줄여야 할 것 같은데, 자기들은 더 많이 받는다는 거죠. 그리고 금호타이어 같은 경우는 생산직만 성과급을 줬다는 거죠.

그래서 이 두 가지로 부각된 문제를 놓고 보면 나오는 이야기들이 그때그때 자의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공식으로 결정하자 그런 이야기들이 있어요. 그걸 결국 검토하게 될 것 같아요. 문제는 그게 꼭 좋은 거냐에 대한 의문이 있어요. 왜냐면 현실적으로 우리의 임금구조는 기본급을 중심으로 한 고정급이 있고, 성과급을 중심으로 변동급이 있는데, 현대차의 경우 그 두 개를 다 협상으로 결정해왔는데요. 지금 흐름대로라면 고정급은 협상으로 결정하고 성과급은 공식대로 결정하고 그렇게 될 수 있거든요.

차라리 거꾸로 되는 게 맞지 않은가. 기본급은 공식대로, 생활에 필요한 비용으로 하고 성과급은 협상으로 하는 것이 상황도 고려할 수 있고 유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거꾸로 될 가능성이 있고. 근데 또 다른 면에서는 하나라도 공식으로 만드는 게 나을 것 같긴 해요. 왜냐면 대기업 노사관계에서 임금 문제를 가지고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고, 이게 사회적으로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봅니다. 하나라도 공식화되는 게 낫기는 한데 개인적으로 둘 중에 하나라고 하면 기본급을 공식으로 만들고 성과급은 상황에 따라 협상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도록 하는 게 바람직할 것 같은데, 현실적으론 거꾸로 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조금씩 이야기를 해주시긴 해주셨지만, 현대차 기업문화도 이야기를 해주시긴 하셨는데 조금. 좀 더 여쭤보면 현대차 기업 조직문화 평가는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기업의 조직문화는 업종의 특수성을 반영하기 마련입니다. 자동차산업은 오랫동안 경화기에 있었던, 안정기에 있었던 산업이었고,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이 수많은 노동자들의 협력이 있어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집단주의가 강했어요. 변화도 빨리 일어나지 않고,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근데 저같이 근속이 오래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천천히 변했지만 그래도 지난 이십여 년 동안 정말 많이 변했다 할 정도의 변화가 누적돼 왔는데, 몇 년만 놓고 보면 체감 정도가 크지 않은 거죠. 그래서 지금 회사 생활을 오래 하시지 않은 분들 입장에서 보면 그분들은 변화가 거의 없다고 느끼실 거예요.

그런데 이제 자동차 산업이 급변하는 시기에 접어들었거든요. 산업 패러다임이 전환하는 시기에, 그래서 현대차도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하고 있어요, 경영진에서부터. 근데 이게 변화 양상이나 속도가 내부 편차도 있어요, 사람으로 이뤄진 집단이다 보니까 같은 사안이라도. 예를 들어 휴가 문제를 들면 어디는 자유롭게 쓰는 데가 있는가 하면 어디에서는 상급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상당한 편차가 있는 거죠. 이 편차나 속도가 젊은 구성원들의 입장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거죠. 과거 현대차와 지금 현대차를 비교하는 게 아니고, 나의 동년배, 나의 친구들이 있는, 지금 사회적으로 많이 부각돼 있는 기업으로 기준으로 평가해보면. 지금 자동차 기업이 우리 사회에 부각돼 있는 기업이 아니고 IT나 전자 쪽이 부각돼 있는데, 그런 기업의 문화와 비교해보면 상당히 지체돼 있는 거죠. 그런 점에서 만족을 하지 못하는 부분이 크다고 보고요.

한편으로 소통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해요. 회사와 관리자들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우리가 있는 산업과 기업의 특성에 대해서 공감대를 형성할 부분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너무 소홀해서 오해, 그렇게 볼 수밖에 없는 측면들이 있는 거죠. 왜 이렇게 밖에 안 되나. 왜 이렇게 더딘가. 그래서 농담처럼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현대차 사람들은, 안에서 보면 현대차의 미래에 대해서 항상 불안하게 생각해왔어요, 너무 잘 알아서.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고. 근데 밖에서 보면 현대차는 너무 잘 나가 온 거예요, 짧은 기간 동안. 왜 그런 간극이 생길까, 한편 조직 내부로 보면 이제 관점의 차이도 있는데, 그런 점에서 내부 구성원들에게 충분한 근거들을 주지 못한 것도 회사 입장에서 보면 결국은 상당히 부족한 점, 그래서 변화를 시도하기에, 조직 혁신을 시도하기에 취약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변화를 추구하면 냉소를 낳거든요. 어떤 변화를 추구하려고 해도 되겠냐? 왜 하지? ‘광팔이, 이런 식의. 그런 경험들이, 지난 경험들이 누적되면 그래, 그때도 그렇게 했는데, 별거 없었어’, 이렇게 보는 거고. 근데 장기적으로 보면 그런 것들이 누적돼서 변화가 오기도 하더라고요.

 

어떤 식으로요?

 

제일 큰 변화는, 제가 보기에는 세대교체였어요.. 지금 제 또래들이 팀장, 실장 자리를 맡아서 하는데, 상당히 오랫동안 실무를 해본 세대들이에요.. 우리 윗세대는 입사해서 얼마 안 돼서부터 사람 관리 위주로, 조직 관리 위주로 했던 분들이 많고, 실무를 많이 하지 않았던 분들이 보직을 맡았거든요. 지금 사람들은 보직자가 되기까지 오래 걸렸지만 실무를 많이 해보고, 실무를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조직을 맡고 있어서 그게 제일 큰 변화였다. 예를 들면 우리 팀장만 해도, 우리 실장도 조합원이었던 사람이에요, 예전에, 제가 대의원 하고 이런 시절에. 근데 그때의 경험들이 남아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지금 조합원들이 보면 관리자로만 보이고 그렇게 행동하지만, 그건 관리자니까 어쩌면 당연하고,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이런 것들을 듣거나 해보면 그 경험이 주는 공감대가 있어요. 그런 게 변화를 만들어낸 큰 원동력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 젊은 분들이 이야기하는 요구 사항도 그게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면 현대차의 조직 문화를 한 단계 올릴 거라고 생각해요.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공정한 성과보상체계를 앞서서 이야기해주셨는데, 공정함이라는 것을 어떻게 평가하고 세울 것이냐라는 이야기 속에서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하셨는데, 연공급이냐 직무급이냐라는 논의도 갑자기 활발하게 됐잖아요. 이런 부분은 어떻게 보시냐?

 

먼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현대차그룹에서 젊은 분들이 만든 인재존중연구사무직노동조합이 기존 임금체계에 불만이 많아서 개인 성과급제를 요구한다는 식의 보도나 주장들이 왕왕 있어요. 그거는 사실과 달라요. 그분들은 그걸 요구하지 않아요.

그런데 확인하지도 않고, 아니면 확인하고서도 기존의 자기주장을 강화하려고 왜곡하려는 것 같은데, 이분들의 입장은 그렇게 개인 성과급제를 하면 공정하게 평가되지도 않을 거고 회사한테 더 많이 매일 거다. 지금 책임이 되면 연봉제가 되는데 연봉제는 인사고과에 따라 연봉이 달라져요. 인사고과에 대한 공정성에 대한 시비와 연봉제가 가지고 있는 임금 불안정성에 대한 불만이 많아요. 그래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호봉제를 반대하지도 않아요. 지금 부각돼 있는 것은 회사가 정당하게 대가를 주지 않는다는 게 큰 거고. 이 얘기는 꼭 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질문하셨던 연공급, 직무급은 중요한 이야기 하지만 이 문제의 핵심은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면 연공급이냐 직무급이냐는 기본급에 대한 이야기이고 지금 부각돼 있는 건 성과급, 성과 배분이에요.. 그래서 성과 배분을 위주로 말씀드리면 노동에 대한 가치 평가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인건비라는 게 큰 거고 또 동기 부여하는 수단이잖아요. 노동자들에게 중요한 생계수단이기도 하고. 이걸 어떻게 적절하게 배분할 것이냐의 문제가 있는데, 하나는 이제 평가를 할 때 투입에 대한 평가와 결과에 대한 평가가 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과만 평가하면 열심히 했어도 결과가 안 나오면 보상이 안 되는 거잖아요. 근데 그 결과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작용하잖아요. 나의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고 상황도 작동하고 다른 사람도 작동하고, 그것을 결과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고 또 그렇게 됐을 때는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도 크게 만들기 때문에 투입에 대한 보상을 중심으로 하고 결과 중심 보상은 작은 비중으로 하는 게 맞지 않은가, 그리고 그게 동기부여 측면에서도 맞는 것 같습니다.

동기 부여와 관련해서도 아주 고전적인 이야기들이 있어요. 돈이 전부는 아니라는 거죠. 기업에서 연봉 많이 주면 해결될 것 같은데, 어느 정도 수준 연봉 올라가면 연봉이 아니라 다른 게 작동한다는 건데, 너무 쉽게 보상을 돈 문제로만 해결하려는 거 아니냐, 이건 좀 왜곡돼 있는 구도 같습니다.

연공급이냐 직무급이냐는 그 자체로 할 이야기가 많은 주제예요. 그래서 오늘 인터뷰에서는 안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리고 현대차의 연공급에 대해서 너무 오해가 많은데, 얘기하면 오히려 논제를 흐릴 것 같아서. 지금의 핵심은 그게 아닌 것 같다. 성과와 보상 관련된 거고 결국 노동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고 보상해줄 거냐, 그래서 노동자들에게, 아주 단순화시키면 노동자들이 스스로 소모품이라고 여기게 하는 게 최악인데, 소모품이라고 여기게 만드는 것 중 하나로 성과 배분 문제가 작동한 거예요. 너희들은 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잖아, 경영진인 나는 많이 받지만, 그렇다고 너희들이 어떻게 할 거냐, 이렇게 받아들인다는 거죠. 노동자들의 자존감 문제를 놓고 보면 성과 배분 크기뿐만 아니라 결정되는 방식과 다른 부분까지 다 고려해야 하는데, 그 결정 방식에 있어서 사실은 다 소외돼 있었고 납득하지 못하는 거예요. 왜 그렇게 결정됐는지 설명도 된 적이 없고, 결정돼서 통보됐을 뿐이고, 그것에 대해서 그게 이제 집약돼서 나타나지만, 핵심은 액수로 드러나지만 단지 액수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보거든요.

 

말씀 들어보니까 두 가지가 생각이 되는데, 한 가지는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까라는 문제에서 이 아젠다를 기업 내에서 풀 수 있는 건가요?

 

저는 기업 내에서도 풀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보는데요, 왜냐면 기업 내에서 어쨌든 회사는 회사 방식대로 노동의 가치를 평가하고, 노조는 노조 방식대로 평가하고 있죠. 다만 그게 교점이 별로 없긴 한데, 저는 그렇게 하려면 노조가 노동의 가치에 대해서 예전에 가졌던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노조의 노동에 대한 태도는 일은 적게 하면 좋고 보상은 많이 받으면 좋고, 이건 좀 심하게 표현한 건가, 하하.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우리가 옛날에 노동 해방을 주장할 때는 노동을 통한 해방, 노동으로부터의 해방 둘 다였거든요. 일을 너무 많이 하는 건 안 되지만 그 일을 통한 자아실현도 이야기를 했었는데, 지금은 어느 순간엔가 일을 통한 자아실현 이야기는 사라졌고, 노조 내에서, 일을 적게 하고 싶다. 편하게 하고 싶다. 보상을 많이 달라 이런 이야기만.

그런데 그렇게 놓고 보면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운 거죠. 그냥 돈 많이 받으면 돼, 그리고 그 돈의 많은 부분이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고정급이 아니라 성과급의 형태로 따왔어요. 성과급은 내 노동의 가치에 따라 배분되는 게 아니라 회사의 경영성과에 따라 배분되는 거거든요. 물론 노조의 주장은 조합원들이 피땀 흘려 얻은 성과다. 맞는 이야기죠, 근데, 조합원들의 피땀도 있지만, 상황적 요인도 있고 조합원이 아닌 사람들도 기업에 있고, 종합적으로 여하튼 기업의 성과가 많이 났기 때문에 받았던 거라서 그거랑 노동의 가치를 직결시키지 쉽지 않은데, 점점 더 노동조합의 많은 부분이 그쪽으로 가면서 노동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들이 점점 더 사라졌다고 생각해요.

노동조합 내부에서도 노동의 가치에 대한 문제, 노동을 통한 자아실현 문제가 중심의제가 되지 못하고, 이것이 젊은 사람들, 연구일반직으로 오면 더 큰 문제가 돼요. 생산직 노동자들에게도 문제가 되지만 그분들은 정말 오랫동안 비슷한 일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정년을 맞잖아요. 그런데 사무일반직들은 그렇지 않아요. 관리자가 안 되더라도 자기가 일하는 수준이 올라가야 하고 전문성이 커져야 하고 하는 거라서, 그로부터 오는 만족이 있어야 해요.. 어떻게 그런 만족을 높여주느냐는 노조에게도 아주 중요한 문제인데, 노조는 그 문제를 해태하고 회사 입장에서는 그 문제를 노동강도 강화로 연결시키고, 노동자 입장에서는 회사 이야기를 그대로 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요. 내가 성장하고 이런 건 좋지만 더 많은 시간을 몰입하면서 내 삶의 균형이 깨지는 것까지 받아들여야 하는 거냐, 그럴 순 없는 거고, 균형 잡힌 노력을 해줘야 하는 노조는 너무 무심한 거고.

그런 측면에서 새로 등장한 노조가 생산직과 별개로 연구사무직의 직종 노조를 만들겠다고 하는 게 이해되는 측면이 있어요. 그런 직종 노조를 가지고 있는, 기존에 우리나라 말고 서구에서는 직종 노조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이 있거든요. 기존 노조에서 이런 식의 직종노조를 만드는 걸 비판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직종 노조가 가지고 있는 장점, 그리고 기존 노조가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 자꾸 단결을 저해하는 문제로 노조의 대표성을 약화시키는 문제로 보는데, 물론 결과적으로 그럴 수 있어요, 다른 나라도 그래 왔고. 그런데 자기가 가지고 있는 요구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단결한 노동자들을 비판해서 될 문제는 아니고 그 노동자들의 요구를 실현시켜주지 못하는 노조의 한계인 거죠.. 그걸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따로 만들려고 하는 노동자들도 포용할 수 있는 건데, 지금 구도는 그렇게 가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노동조합 본인들도 그런 것을 의제로 해야 기업 내에서도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부분이겠네요.

 

, 그런데 그게 구조적으로 어려운 거죠. 어쨌든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특정 직군의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 이야기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거고,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입장에서 보면 그런 이야기보다 그냥 더 오래 다닐 수 있는 거, 정년 연장이나 그런 게 중요한, 그러니까 내부의 인적구조상 그냥 단순 다수결, 이런 구조로 보면 그 논리가 작동하기 쉽지 않은 거죠. 그래서 노동조합의 정체성, 비전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온 겁니다. 그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따라서 즉자적으로 반응하는 게 아니라 노동 공동체로서,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으로서 의사 결정하려고 하면 거기에 맞는 비전을 세우고 정체성을 획득해야 하는데 그게 너무 망가진 거죠. 꽤 오랫동안 실리 추구를 하면서 돈을 많이 따는 문제로 접근하다보니까, 그랬는데, 돈을 많이 못 받는 상황이 오니까 이게 여기저기서 파열음이 나온 거고. 기존 노동조합이 자기반성을 근본적으로 하지 않는 한 대단히 어려운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나 해요.

 

그것과 연관된 측면일 수 있는데, 보상이라는 게, 보상체계가 공정하게 잡혀도 임금으로 보상되는 게 한계성이 있지 않을까요.

 

그렇죠.

 

그럼 공정한 보상체계는 체계대로 해야지만 또 다른 자기의 노동생활에 있어서 적절한 보상은 무엇이 있을까요?

 

일단 자기 성장의 기회들을 많이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가 물론 나름대로 경력 개발이나 이런 것들을 만들고 있긴 한데, 노동자들 스스로가 저런 프로그램을 통해서 내가 성장할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있고, 제도로만 있는 게 아니라 실제로 작동해서 선배들이 그런 프로그램에 따라서 성장하는 걸 눈으로 볼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의 경우 연구소에 연구위원 제도를 둬서 이중 경로(dual ladder)라는 걸 도입했는데, 현재 시점에서 놓고 봤을 때 연구위원 제도가 성공한 것이냐를 놓고 봤을 때, 글쎄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아요. 기존에는 성장경로를 관리자가 되거나 연구위원 같은 연구 전문가로 그렸는데, 연구위원이 되는 사람도 많지 않지만, 그 제도의 성과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지 않고, 관리자 경로는 일부이고, 실무자로서 남는 건데, 실무자 입장에서 보면 연봉제가 주는 불안정성이 있어요, 인사고과에 따라서. 회사는 성과 관리를 위해서 인사고과를 당연히 하고 연봉과 연동시킨 건데, 당사자들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 일을 하더라도 강제적인 일이 되는 거죠, 같은 일을 하더라도. 그리고 자기 임금이 안정적이지 않고 그게 고년차가 될수록 불안함이 배가 되는 거죠,

그런 안정성 문제도 한편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고, 많이 나아지긴 했는데 한편으로 전문성을 획득하는 방식이 일하면서 획득하게 돼요. 그런 측면도 있어야 하지만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해야 하는데, 다양하게는 됐는데, 점점 오프라인 교육은 줄고, 직원들이 보기에는 줄어들고 있는 거예요. 온라인 강의, 프로그램은 늘었는데, 그걸 자기 업무하면서 하라든지 이런 식으론 느는데, 어디 일주일 정도 다른 교육기관에 가서 이런 프로그램은 줄고 있고 그런 면에서 직원들이 보기엔 투자가 줄어드는 거죠.

또 하나는 참 어려운 문제인, 일상에서 문제인데요. 자기가 일상에 소속하고 있는 팀, 파트에서의 노동생활에서 자존감과 만족감을 줄 필요가 있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초급 관리자들의 역할이 되게 중요한데, 그분들 입장에서 들어보면 어려운 게 있죠, 위에서 쪼는 것과 일하는 실무자들을 만족시켜줘야 하는. 현재 시점에서 보면 그런 것들이 많이 균열이 가 있는 거죠.

그리고 이제 노조 스스로가 지난 십 년, 십오 년 정도 경쟁적으로 성과급을 가장 중요한 의제로 부각시켜왔어요. 스스로 자기 발등을 찍어온 과정인데,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데, 당장 지지 표를 받는 문제 때문에 조합원들의 직접적인 단기적인 요구에 굴복해 왔기 때문에 현재까지 온 것이라 봅니다.

 

맨 앞에서도 원인을 말씀해주시고, 이런 흐름에 대해서 말씀해주시면서 사무직들이 상당히 많아졌고, 그 사무직들이 예전과 같지 않게 관리자로 갈 수 있는 부분들은 한정적이고 자기 직업 생애에 있어서 당장의 물질적 보상이 중요해진 자기의 커리어 경로에 진입하지 못한 이상, 그 확률이 떨어지니까, 그런 측면에서 방금 말씀해주신 관리자뿐 아니라 실무자뿐 아니라 다양한 세분화돼야 할 측면이 있네요, 자기 직업 경로에서.

 

그런데 현재 선택지들은 제한적인 거죠. 그래서 한편으로는 조합원 범위 안에 있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진급하지 않으려 하고, 개인적인 선택일 순 있는데 근본적으로 제도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노사가 특히 노조가 노동을 통한 자기실현이란 문제에 대해서 많이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다른 세부적인 질문인데, 제가 듣기로 현대차가 2016년 이후에 임금 수준이 떨어진 상황인가요?

 

성과급이 줄면서 총액 기준으로 연봉이 줄어온 거죠. 자조적으로 그때쯤 입사한 분들은 연차는 늘어가는데 연봉은 거꾸로 계속 줄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시죠.

 

2016년이라는 기점의 이유가 있나요?

 

회사의 수익이 줄면서, 회사가 지금까지 성과급 주는 논리는 아주 단순하죠. 성과가 많이 났으니 노사가 결정해서 배분한다 이건데, 거꾸로 성과가 적게 났으니 적게 줘야 하는 거 아니냐 이렇게 되는 거고, 실제로 그걸 관철시켜왔죠. 근데 그때 입사했던 분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가 취업하는 기업을 결정할 때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연봉이 많다는 거였고, 그때는 성과급 포함해서 그 정도 연봉이 된다고 해서 왔는데, 와서 보니까 결과적으론 줄고 있는 거고, 당연히 비판적으로 되죠. 기존에 그럼 성과급을 많이 줬던 식의 임금 결정이 좋은 거였냐, 저는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노사 모두 그 점에 있어서는 근시안적으로 봤다고 생각해요.

 

생산직 중심 노조 활동에 약간 소외된 사무직 노조들이 이런 등장의 이유에 대해서 그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구조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려고 했는데 앞선 이야기에서 이야기가 많이 된 것 같고, 청년세대도 노조 체계 속에서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이긴 했던가요.

 

, 일단 앞서 이야기했지만 보완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일단은 기존 노조 활동가 쪽 반응이 상당히 부정적인 반응들이 나오고 있어요. 새로운 노조를 추구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활발하게 발언하시는 분들이 기존 노조에 대해서 선을 긋기도 하고 일종의 적폐처럼 이야기하는 것도 있지만, 그분들이 그렇게 하더라도, 어쨌든 상당히 많은 노동자들로부터 기존 노조가 대표성을 의심받는 거잖아요, 우리 대표로 인정하기 어렵다. 노동자들로부터 대표성을 부인당한다는 건 사실은 노동조합의 존재 이유를 부정당하는 거예요. 이유야 어떻든 이런 상황이 왔다고 한다면 정말 왜 이런 상황이 왔는지 근본적으로 반성해볼 필요가 있어요. 다른 세력을 만들려는 사람들에게 정치적으로 어쩌고 저쩌고 하기 전에.

그리고 양쪽 이야기가 타당한 게 있어요. 사무직 노동자들 입장에서 보면 생산직 노동자들과 업무방식이 달라서 생기는 문제들. 아까 말씀드렸던 그런 문제들이 있지만 주류는 그런 문제를 배려했다고 생각하지만 비주류 입장에서는 미흡하다고 생각할 수 있거든요. 노조 기능 중 하나가 여러 가지 지향과 가치를 가진 노동자들이 내부 논의를 통해서 합의를 만들어내는 거잖아요. 요구안을 만들어내는 것도 그렇고 잠정 합의하는 것도 그렇고. 집단적으로 우선순위를 만들고 그런 건데 생산직 입장에서 보면 연구사무직에 대해 더 많이 배려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항상 과반의 입장에서 결정되면 연구일반직 입장에서는 항상 소외되었다고 느낄 수 있거든요. 거기에 따라서 다를 수 있는데, 그런 과정이 반복돼 온 게 사실이고.

노동해방에 대한 문제 말씀드렸고, 아주 중요하게 짚어야 할 게 조합원 범위에 대한 문제가 있어요. 현대차의 경우 연구직도 조합원으로 포괄하긴 하지만 사원 대리급까지만 그렇고 과장급 이상이 되면 조합 밖으로 벗어나게 돼요. 이게 오래전부터 제기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2008년에 지부 대의원대회에서 지부 규정을 바꾸면서 금속노조 현대차일반직지회 조합원을 현대차지부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아직도 받아들이지 않았고, 지회에서 조합원 지위를 인정해달라고 소송을 했는데, 현대차지부가 그걸 소송으로 맞서면서 버티고 있어요. 근데 이거는 정말 노조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해요. 2008년부터 2021, 벌써 13년이거든요. 그 과정에서 여러 집행부가 있었어요. 민주파도 있었고 실리파도 있었는데, 그런 문제들을 묻어두고서 전체적으로 다 대변하려고 노력했다고 하는 것은 안 맞는 이야기다. 더구나 이해관계에 경중이 있는 거예요. 예를 들어 임금을 십만 원 올리는 문제와 조합원으로 인정해주는 문제는 같은 문제가 아니거든요. 그걸 평면적으로 놓고 다수의 이해관계가 이거니까로 정당화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거든요. 그건 가치판단이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인데 그런 문제도 꼭 지적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청년 조합원의 조합 활동이 어려운 문제는 당연히 있어요. 기본적으로는 조합이나 기업이나 마찬가지인데 신참이 고참에 비해 영향력이 작잖아요. 조직에 대한 이해도 낮고 영향력도 낮고. 조직이 커지면 대의 기구를 통해서 참여하잖아요. 그런데 대의기구에서 간부가 될 확률도 적고, 그러니까 몇 단계를 거치면서 그 목소리들이 소수화되고 배제될 수 있죠. 더구나 현재처럼 노조가 과거에 비해서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지 않고 수준이 낮아져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하지 않는 구조에서는 청년들의 문제가 잘 반영 안 될 가능성이 큰 거죠. 그거는 노조 측면에서도 그렇고, 사실 회사는 수직적이고 위계적이고 하향적인 조직이라서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 한 이야기가 전달되지 않는 게 기본인 조직, 그게 기업 생리인데, 그런 점에서 노사가 비슷해진 거죠.

원래는 노조가 그런 조직이 아니었어요. 87년에 현대차노조가 만들어질 때 주역들은 고참이 30대 초반이었어요. 그러니까 생각해보면 청년세대들이 주도한 거죠. 그러니까 당연히 민주주의와 청년세대 문제가 분리되지 않고 왔던 거고, 당시 고참이던 조반장들은 노조와 거리를 두고 주류가 아니게 됐는데, 주류가 나이가 들면서 청년세대의 문제는 별개 문제로 등장했는데, 그것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거고. 다르게 생각해보면 기존의 대의기구를 보완할 수 있거든요. 지금은 국회의원 지역구를 짜는 것처럼 선거구를 짜고 단순 투표를 통해서 대의원을 뽑아서 한단 말이에요. 그걸 계층별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줄 수 있잖아요. 예를 들어서 조합원들 입사에 따라서 5년 내지 10년 이내로 해서 대표자들을 선출하게 하고 그 사람들이 의사결정구조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하고 그런 식으로 제도적으로 노력할 수 있었던 거죠. 근데 왜 그런 노력을 안 했냐, 그런 고민이 없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문제에 대해서 왜 기존 노동조합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발언하지 않았느냐, 왜 조합원으로서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느냐 이렇게 말할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왜 노조가 제도적으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반응하지 않았느냐 이런 문제인 거고, 기껏해야 임원이든 누가 가서 간담회 하는 것 그건 개인의 선의에 따른 활동인 거잖아요. 누가 좀 청년에 관심 있으면 열심히 이야기 듣고 그런 거고, 구조적으로 제도적으로 통로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많이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종합해서 해주신 말씀이나 사회적 흐름을 보면 그 세대들이 새로운 노조를 만든 사람들이, 현상적으로만 보면 자기 앞에 이익, 공정성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기업 안에서는 의사결정이나 여러 가지 것들을 결정하는 데 참여하지 못하는 구조와 같은 기업 내 민주주의 문제와 닿아있는 것 같고, 노조한테도 잣대를 대자면 노조 내 민주주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그런 근본하고 닿았다고 볼 수 있겠죠?

 

그래서 노사 모두 다 시스템의 문제가 드러난 거죠. 노사 모두 자기 구성원이잖아요. 노동조합 입장에서 보면 노동자고 자기 조합원이고, 회사 입장에서 보면 자기 직원들인데 그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대의 구조, 일종의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한 거죠. 기존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난 거라고 봅니다.

 

그런 시스템을 정비를 할 확률이 높다고 보세요, 안 할 확률이 높다고 보세요? 하하.

 

저는 하길 기대하는데요. 안 하면 별도의 세력이 나타나는 형태로 귀결이 되겠죠. 당연히 기존에 주도했던 입장에서 보면 넓혀서 포용하려는 노력을 해야죠. 근데 별도로 등장하는 게 꼭 나쁜 것이냐,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왜냐면 어쨌든 별도로 존재할 때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좋은 건 사실이니까, 반대로 그렇게 했을 때 겪어야 할 어려움도 있고 잃게 되는 부분도 있거든요. 그분들 입장에서는 별도로 가는 길을 나섰지만, 별도로 가는 것과 기존 노조 내부에서 새로운 세력을 형성하는 고민을 계속하셔야 할 것 같고. 별도로 가는 것에 대해서 백안시한다기보다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돌아보고 포용하고 더 넓은 정체성을 가지려는 게 맞고, 기존 노조 입장에서 보면. 회사는 당연히 다 품어야죠. 버릴 수는 없고. 이렇게 보면 시스템을 바꾸려는 자정 노력들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그걸 장담할 순 없는 거죠. 그렇게 반응하려는 노력들이 있었으면 지금까지 오지 않았을 수 있기 때문에 그건 예단할 수 없고요. 뭐랄까, 체감하기 전까지 잘 안 변하긴 하더라고요. 변해야 한다는 걸.

 

주변에 이거 관련해서 좀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성과급, 공정한 보상체계를 이슈로 들고 나온 노조가 얼마나 지속 가능하겠냐라고 오히려 반문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이슈에만 갇혀서 있다 보면 그게 해결되면 존재의 이유가 사라지는 거일 수도 있잖아요.

 

그렇죠. 진짜 그것만 붙잡고 가면 그렇게 되겠죠. 왜냐면 회사가 많이 주면 불만이 해소가 되니까 존재 이유가 없어지고, 회사가 버텨서 안 주면 효과가 없으니까 필요가 없고. 그런데 저는 꼭 거기에만 머무르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노동자들이 필요한 요구 내지는 이해관계가 꼭 돈만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자꾸 제가 노동과정의 문제나 직종의 문제를 부각시켜 말씀드린 이유가 지금까지 그게 중요하게 부각되지 않은 거고, 이제 새로운 노조를 만드시는 분들 중에 앞에서 많이 발언하시는 분들, 물론 익명이지만, 그분들은 성과급 위주로 발언하지만, 발언하지 않으시는 분들의 생각에는 그것만 있지는 않을 것 같다는 거고요. 어쨌든 노조에서 공식적으로 정리해서 발표한 위원장 개인 성명이긴 하지만 그렇게 생각이 단순하지 않다, 기존 노조에 대한 태도도 그렇고 여러 가지를 고민하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다 보면 시작하기 전에 몰랐던 걸 경험하다 보면 더 많은 걸 볼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이 노조가 생존 가능하고 의미가 있는 것이지 돈 문제만 가지고 가면 지속 가능하지 않죠.

기존의 노조도 그럼 처음부터 훌륭한 노조로 출발했던 거냐, 그렇지 않거든요. 그렇게 출발해서 가다듬어지고 성장하기도 하는 거라서 근데 그걸 그렇기 때문에 지속 가능하지 않다, 단정적으로 보는 것도 변화의 가능성을 무시하는 거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고. 어쨌든 어떤 식으로 세력화되면 그 세력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조력해주는 게, 기존 노조가 정체성을 확장해서 그 안에 포괄하는 형태든, 아니면 부득이하게 따로 가더라도 이기적인 집단이 하나 더 등장해서 우리 사회에 어려움을 더 만드는 게 아니라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냉소적으로 보시는 것은 좋은 건 아닌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런 현상들 흐름들이 단순하게 현상적으로만 볼 수 있는 것 같지고 않고 사회나 노동운동에 던지는 메시지가 뭔지 정리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정말 노동운동이 많이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노조의 지향과 모습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노조가 스스로 생각하기에 누구를 대표하는 집단인가를 자꾸 자문해봐야 하는데, 물론 조합원이 중심이긴 하지만 조합원만 대표할 수도 있고, 조합원을 중심으로 더 많은 노동자를 대표할 수도 있고, 어떤 측면에서는 조합원 중 일부만 대표할 수 있거든요. 근데 우리 노동조합이 자기가 대표하는 집단의 범위를 계속 축소해온 게 아닌가. 그 물론 축소된 게 노조의 잘못만은 아니지만, 자기 문제니까, 어쨌든 그런 점에서.

그리고 사회와 산업의 변화에 제대로 못 따라가고 기존에 했던 방식을 여전히 그걸 옳고 원칙이라고 주장하는, 그래서 노조의 논리가 조합원들로부터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 꽤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어요. 왜 국민들이 자기 이익이 걸리면 머리띠 매고 데모하는 걸 노동조합이 하듯이 하면서도, 자기도 직접 하고, 노조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도 기존 노조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을 갖는지 많은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고요. 근데 그게 저는 어떤 도덕적으로 우리가 선행을 하겠습니다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노조가 서있는 지반, 사회와 산업의 구조를 분석해서 지금에 맞는 노조에 대해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알기로 미국의 산별노조가 등장한 것도 기존 노조가 발전해서가 아니라 미숙련 반숙련 노동자 세력이 커지면서 그게 미국의 산별노조로 등장하고 기존 노조와 연합해서 AFL-CIO를 만들었다고 저는 그렇게 알고 있거든요. 그런 것처럼 그 시대에 맞는 노동조합의 모습이 다를 수 있는 거죠. 그 시대에 맞는, 그리고 단기적으로 많이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미래에 맞는 노조의 모습에 대해 고민하고 자기 정체성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는데, 그런 노력들이 게으르다, 그런 이야기를 우선 하고 싶습니다.

두 번째는 기업에 대해서도, 우리는 어렸을 때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게 이윤 추구라고 배웠어요. 근데 저는 그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윤 추구는 생존 요건이지, 기업에 가장 중요한 건 사회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 사회적 가치를 갖는 뭔가를 만들어내는 게 가장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이 먹어야만 살지만 먹는 게 존재의 이유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최근에 들어 기업들이 뭔가 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는 걸 부각시키는 게 광고이기도 하지만 그걸 부각시켜야 하는 사회적 흐름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면 그걸 진정으로 기업이 자기 가치로 내걸어야 한다. 그렇게 보면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그런 태도를 보여야 하고, 협력사에 대해서도 그런 태도를 보여야 하고, 그렇지 않고 소비자들한테만 그런 태도를 보이면서 선한 이미지로 비춰지고 싶어 하는 거는 실질적으로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 텐데, 그리고 산업과 사회가 그렇게 작동하지 않을 텐데, 그건 상당히 위선적인 상황인 거잖아요. 그런 상황에서는 결국 그런 주장들이 우리 사회에서 주류가 되면 이익집단화밖에 없는 거죠. 자기 이익을 중심으로 한 세력화를 스스로가 주도하면서 그것에 따라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들을 걱정하고 해결할 수는 없는 거고, 근본적으로 사회가 그런 점에서 특히 기업들이, 우리 사회가 재성찰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고 보고요.

그런 식의 고민들을 해보면 저는 능력이나 노력에 따른 보상의 차이가 필요하지만, 그 차이는 지금보다는 적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이런 식의 상황들이 해결되지 않을 것 같고, 결론적으로 성과급 문제와 관련해서는, 그런 일을 하는데 많은 분들이 힘을 모으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