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자 이근 교수가 기업, 산업, 국가라는 세 차원에서 추격을 다룬 저자의 책, 네 권을 종합한 것으로 이를 통해 저자는 경제추격론을 재창조했고, 세 가지 추격의 역설이 탄생했다.
재창조한 추격론의 핵심은
1. 기존 세계경제 및 국제분업 체계로 늦게 진입하게 되는 후발자는 시작 단계에서 어디로 진입할 것인가 하는 진입구 찾기부터 어려움에 처한다.
2. 외생적인 기회의 창과 이에 대한 후발자와 선발자의 다른 대응방식의 상호작용으로 추격 성과가 결정되며, 여기에는 규칙성이 있다.
3. 효과적인 추격 전략은 세 가지 역설로 정리할 수 있다.
추격의 역설은
1. 선발자와 같아지기 위해서는 달라져야 한다. 초기 단계에서는 선발자를 모방하고 배우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지만, 어떤 단계에서 비약적 추격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선발자와 다른 경로를 개척하거나 창출해야 한다. 경로추종형, 단계생략형, 경로창출형
2. 성공적인 추격은 종종 우회전략이 필요하다. 선진국들이 대부분 기술수명이 긴 산업에 특화해 있더라도, 추격자는 추격 단계에서는 기술수명이 짧아서 선진국의 지배력이 약한 부문에 집중하여 일정한 성공을 한 후에, 최종 단계에서 선진국형인 장수명기술 분야로 진입해야 한다.
3. 기술패러다임 변화 같은 ‘기회의 창’은 후발자의 비약적 추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나,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실패의 창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기술을 다시 배워야 해서 추격의 장애요인이 될 수도 있다.
주장이 명확하며, 설명도 간결하고 설득력이 있어 술술 잘 읽히고 잘 이해된다. 역시 대가의 작품답다.
이 책을 읽고 전환기에 있는 자동차산업에 대해 생각해 본다.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전환이 한국자동차산업에 새로운 기회의 창이 될 것인가, 아니면 실패의 창이 될 것인가? 결국 이 역시 변화와 이에 대응하는 행위자들의 경합에 달려 있을 것이다.
현대의 자동차산업도 본래 종합산업이었으나, 산업전환으로 이종결합(hybridization)이 더 심화되고 있으며, 기술 혁신이 복합적으로 폭발하고 있다. 이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연구 역량과 자원이 필요하지만, 한국자동차산업의 연구 역량과 자원 규모는 경쟁자들에 비해 매우 작다. 신흥 강자인 BYD만 해도 엔지니어가 10만에 육박하는데, 우리는 국가 수준에서도 자동차 엔지니어 ‘10만 양병’이 어렵다. 양적으로도 부족하고, 질적으로도 우위에 있지 않다.
특히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AI와 SW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의 선진 기업을 앞서긴 어렵다.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근접 추격하기도 벅차다. 상황이 어려우니 더 오래 일하게 하자고? 그렇게 갈아 넣을수록 우수 인재는 안 온다. 더 좋은 조건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데, 굳이 … .
기술 역량과 별개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고 운영하는 전략 역량’ 측면에서도 부족하다. 한국은 세계를 지배한 제국이었던 적이 없고 – 오랜 세월 중화의 영향력 아래 있었던 한국이 중국을 무시하는 것은 참 놀라운 일 아닌가? - , 한국자동차산업은 규칙 형성자(rule maker)인 적이 없었다. 탁월한 ‘빠른 추격자’였을 뿐이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은 한 기업이나 국가가 독식하기에는 너무 크고, 세계적이며 지역적인 – 글로컬한(glocal) 산업이며, 한국은 보기 드물게 자동차, 배터리, 전자, ICT 등 미래 자동차산업에 필요한 역량을 골고루 갖춘 국가이고, 한국자동차산업은 성공적인 추격의 경험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비관할 일은 아니다.
핵심영역에서 1등을 추월하긴 어렵지만, 선점자를 따라가면서 ‘1등급’을 유지하고, 다방면에서 상당한 역량을 키우는 ‘골고루 2등 전략’, 그리고 이를 실현할 전략 역량을 키우면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인구도 많지 않고, 내수 규모도 작은데, 거의 모든 종목의 스포츠를 육성하고, 연예 및 문화산업도 세계적 수준인, 무엇보다 산업 구성도 다양한 한국에 딱 맞는, 한국적 방식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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