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러운 이야기이지만, 김훈은 글을 참 잘 쓴다. 짧고 강한 문체, 인간의 심리와 이를 나타내는 배경에 대한 세밀한 묘사 … 이야기꾼의 글재주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본질을 꿰뚫는 힘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칼의 노래]를 읽으면서 느꼈던 또 하나의 기쁨은 이순신에 대한 재발견이다. [칼의 노래]에 등장하는 이순신은 임금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종속적인 인물이 아니다. 자신이 주체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나아갈 길과 자기 자리를 결정하는, 진정한 주인공이다. 임금 선조와 다른 신하들은 주변 인물일 뿐이다. 자기 입장에서 상황을 판단하고 스스로 행할 바를 결정하면서도 대의를 거스르지 않는 모습은 탁월한 정치인의 면모이다. 이런 면에서도 요새 보기 드문, 제발 나타났으면 싶은 인물이기도 하다. 흔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