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생각, 바람 이야기 12

시지프스 이야기

커다란 바위를 힘들여 정상에 올려 놓으면, 다시 밑으로 굴러 내려가, 처음부터 다시 커다란 바위를 정상에 올려 놓아야 하는 시지프스. 끝없이 반복되는 형벌과 고통. 어릴 적, 처음 시지프스의 신화를 접했을 때, 참 측은하고 가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이 너무 가혹하다고도 생각했지요. 어쩌면 우리네 삶이 이런 형벌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니 조금 다른 생각도 듭니다. 자신에게 부여된 형벌을 묵묵히 감내하고 있는 시지프스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커다란 바위를 굴려 올리면서, 또 정상에서 골짜기로 저절로 굴러 내려가는 바위을 보면서, 골짜기로 굴러 내려간 바위를 향해 정상에서부터 산을 내려가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시지프스는 자신에게 형벌을 가한 신에게 복종하고 있는걸..

바람 이야기

바람 이야기 지난 해 시월 잠시 쉬는 동안, 백담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했습니다. 절에 머무는 동안 사용할 이름을 정하라고 하기에 ‘바람’이라 지었습니다. 바람. 다른 사람이 정해준 게 아니라 제 스스로 지은 이름입니다. 바람처럼 거침없이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바람처럼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집착하지 않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짓고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느껴집니다. 바람은 계속 움직이지 않으면,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죽습니다. 가벼운 산들바람부터 거센 폭풍까지 바람도 가지가지이지만, 끊임없이 자기를 부정하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것은 같습니다. 그래서 바람은 물과 다릅니다. 물론 바람에는 다른 뜻도 있습니다.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