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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서 배우기] 궁력거중(窮力擧重) 불능위용(不能爲用)

바람2010 2011. 8. 6. 22:15

*이 글은 [까말(놓고 해)] 창간준비5호(2011년 7월)에 실린 글입니다.



[고전에서 배우기]란 꼭지는 고전에 나오는 좋은 내용을 소개하고 현대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이야기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지난 행복길벗 사업으로 <논실인문학교>에서 만난 이남곡선생님의 공자와 노자의 말씀을 들으며, 사람과의 관계, 세상의 변화에 대해 들은 이후 아! 이거다 싶었다.

2천년이 넘게 세월이 흘렀지만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고전은 역시 해석과 사례가 중요하다. 한자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자기 멋대로 해석하다간 전혀 엉뚱한 해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내공과 풍부한 해석능력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편집팀에서는 필자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일단 시작해 보기로 했다. 독자여러분들이 알고 계신 좋은 문구가 있다면 적극 제안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얼마 전 인천대 김철홍 교수님의 노동강도 관련 강의를 들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로 궁력거중(窮力擧重) 불능위용(不能爲用)이란 말이다.

"온 힘을 다해 무거운 것을 드는 사람은 그 다음에 힘을 못 쓴다"는 말이다. 교수님 말씀으로는 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최초의 문구일 거라 하신다.

즉 100% 힘을 다 쓰지 말고 70%정도만 힘을 쓰라는 것이다. 매일매일 온 힘을 다 쓰면 건강을 해치게 되고, 몸이 약해져서 일을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유를 가지면 마음이 편해져 삶이 건강해진다. 여유가 없으면 오히려 더 실수를 하거나 조금만 상황이 바뀌어도 당황하게 되어 일을 그르칠 수가 있다.

 

냉장고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냉장고에 100% 채워두면 냉장기능을 발휘하지 않는다. 60-70% 정도 채워야 빈 공간에 차가운 공기들이 왔다 갔다 해야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음료수 등의 병을 꽉 채우지 않는 것도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풀무에 비유하기도 한다. 풀무질 안에는 바퀴가 있는데 바퀴가 풀무 안에 꽉 차있다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고, 50%만 안에서 돌기 때문에 바람이 나와 불을 더욱더 크게 부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포츠 하는 사람들도 말한다. 마라톤의 경우도 온 힘을 다 쓰고 나면 완주할 수 없다고, 축구도 마찬가지이다. 전력투구해서는 살아 날 수가 없다. 즐기면서 하는 축구, 팀원들끼리의 소통이 되는 축구여야 충분히 훌륭한 경기가 나올 수 있다고...

 

과학하는 사람들은 원자를 예로 든다. 즉 원자는 대부분이 빈공간인데 원자핵의 지름은 원자지름의 10만분의 1정도밖에 안되고 나머지 공간에 전자가 떠돌고 있다. 그 빈 공간이 있기 때문에 전자는 원자들과 결합해서 2천만 가지의 화합물을 만들어내고 신비로운 생명현상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조(목적)에 보면 '이 법은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여기에서 ‘안전과 보건을 유지. 증진한다’는 것은 맨 처음(입사당시) 상태와 같거나 더 좋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증진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자본가들은 이 법을 준수하고 있지 않고 더 많이, 더 빨리 일하라고 재촉한다. 결국 노동자의 건강은 건강 유지는커녕 더 나쁜 상태로 바뀐다.

 

사람의 정신과 육체는 충분히 쉬고, 충분히 여유를 가져야 다시 사용할 수 있다. 한계 이상으로 사용하게 되면 부러지거나 약해지게 되어있다. 자기의 모든 힘을 다해 일하는 것은 자신을 소모시키고 약화시킬 뿐이다. 이런 활동을 매일 반복한다면 그 사람의 정신과 육체는 점점 붕괴되어 갈 것이다. 통계를 보면 뇌심혈관계 질환이 과거에는 50대 이상이었는데 지금 30, 40대에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제 더 이상 노동의 노예, 돈의 노예가 되지 말고, 즐거운 노동, 여유로운 노동을 할 수 있도록 건강한 환경(현장)을 만들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