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생각, 바람 이야기

시지프스 이야기

바람2010 2010. 3. 2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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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바위를 힘들여 정상에 올려 놓으면, 다시 밑으로 굴러 내려가,

처음부터 다시 커다란 바위를 정상에 올려 놓아야 하는 시지프스.

끝없이 반복되는 형벌과 고통.

어릴 적, 처음 시지프스의 신화를 접했을 때,

참 측은하고 가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이 너무 가혹하다고도 생각했지요.

어쩌면 우리네 삶이 이런 형벌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니 조금 다른 생각도 듭니다.

자신에게 부여된 형벌을 묵묵히 감내하고 있는 시지프스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커다란 바위를 굴려 올리면서,

또 정상에서 골짜기로 저절로 굴러 내려가는 바위을 보면서,

골짜기로 굴러 내려간 바위를 향해 정상에서부터 산을 내려가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시지프스는 자신에게 형벌을 가한 신에게 복종하고 있는걸까요?

아니면 신이 가한 끝없는 형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지키고 있는 걸까요?

신이 이긴 걸까요, 시지프스가 이긴걸까요?

시지프스는 신의 요구대로 영원히 바위를 굴리고 있을까요,

언젠가 바위를 정상에 올리는 일을 포기하게 될까요?

아니면 정상 너머 반대편 골짜기로 돌을 굴려버리게 될까요?

우리의 모습이 이러하지 않은가 생각해 봅니다.

노동/삶은 우리에게 끝없는 형벌일까요,

아니면 노동/삶을 통해 우리가 자신을 실현하고 있는 걸까요?

언젠가 우리는 반대편 골짜기로 바위를 굴려 버리고 해방될 수 있을까요?

다르게 보기, 뒤집어 보기,

그냥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적었습니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