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허버트 A. 사이먼, [관리행동론-조직의 의사결정과정연구] H. A. Simon, [Administrative Behavior– A Study of Decision-Making Processes in Administrative Organizations]

바람2010 2011. 10. 22. 20:16

이 책이 처음 출판된 것은 1947, 그러니까 약 65년 전입니다. 그러나, 읽어 보면 진부하거나 오래 전에 쓰여진 책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역시 고전이라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57년에 개정2판이, 1976년에 개정3판이 나왔고, 1997년에 개정4판이 발행되었다고 합니다. 저자인 사이먼은 개정4판을 출판하고 4년 뒤인 2001년에 죽었으니, 4판이 마지막 판이지요.

우리 나라에서는 2005년에 개정4판이 번역되어 출판되었습니다. 1957년에 초판이, 97년에 마지막 판이 발행된 책이 우리 나라에서는 2005년에야 출판되었고, 저는 올해 가을에야 추천 받고 읽게 되었습니다. 상당한 시간적 지체지요.

 

이 책의 역자는 역자 서문에서 이 책을 번역하기까지 있었던 우여곡절을 이야기합니다. 역자가 겪은 것에 비할 바 아니지만, 저도 이 책을 구해 읽기가 어려웠습니다. 원래 책에 대한 소유욕(? 소장욕?)도 좀 있고, 줄 쳐가면서 읽는 게 습관이라 책을 사서 보는데 익숙합니다. 출판사와 저자도 먹고 살아야 한다는 명분까지 내세우면서. 그런데, 이 책은 새 책은 물론이고 중고책도 살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사는 금천구는 서울에서 가장 가난한 구라서 그런지, 구내 어느 도서관에도 이 책이 없더군요. ㅠㅠ 강북쪽에는 있다는데 … . 그래서결국 대학 도서관에서 빌렸습니다.

 

이제 변죽은 그만 울리고, 책 내용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조직의 의사결정과정연구]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의사결정이라는 관점에서 조직을 바라봅니다. 해부학처럼 조직에 대해, 조직의 의사결정과정에 대해 세밀하게 분석합니다.

조직 연구의 초점은 실무 종사자에 맞추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 구조의 성공여부는 실무종사자의 성과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라는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래서, 실무 종사자들이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올바르게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실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것이겠지요. 경영학 혹은 행정학에서 하는 이야기이지만, 노동조합을 포함해 모든 조직의 공통된 고민이 아닐까 합니다.

실무자가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경영진/지도부가 대신 의사결정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적합한/올바른 의사결정의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이야기도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의사소통의 기능은 그것을 전달하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어떤 것을 내보내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수용하는 사람의 마음이나 행동에 어떤 것을 들여보내느냐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 .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의 이야기 같지요.

 

다음과 같은 이야기들은 어떤가요?

-      (상사의) 권위는 부하의 수용영역 내에서만 성립한다.

-      권력지향적인 세계에서는 누가 통제하는가하는 문제가 무엇이 성취되는가하는 문제를 압도하는 중심적 이슈가 된다. … 권위가 권위 그 자체보다는 조직의 목표를 완수하기 위한 도구로서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조직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리적 과제이다.

-      관리이론이 필요한 것은 인간의 합리성에는 실제로 한계가 있으며 이 한계는 정태적인 것이 아니라 개인들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조직 환경에 달려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관리의 임무는 개인이 의사결정을 하는데 가능한 한 가까이 합리성(조직목표의 관점에서 판단된 합리성)에 실제로 근접할 수 있도록 조직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다.

 

또 조직에 대한 개인의 충성심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조직목적에 대한 애착에서 오는 충성심과, 조직 그 자체의 존속과 성장에 대한 애착에서 오는 충성심. 그래서, 전자의 충성심을 지닌 사람들은 조직 목적의 변질에 저항하게 되고, 후자의 충성심을 지닌 사람들은 조직의 보존과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한 속셈으로 이루어지는 조직목적의 기회주의적인 변경을 지지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후자의 최종적인 관심은 자신의 승진, 출세이겠지요. 지배집단은 그 개인적인 가치와 관계없이 기회주의적이고, 상당부분 보존목적에 의해 동기가 유발된다는 지적도 상당히 예리하지요.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이나 만족화(satisfying)”는 아주 유명한 이야기라는군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이고,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누가 이런 생각을 처음 제기했는지, 왜 그런지 명쾌하게 알게 해줍니다.

 

이 책에서는 조직을 이해하고, 설계하고, 운영하는데 도움이 될 많은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직접 읽어 보시는 게 가장 좋겠지만, 책을 구하기도 어렵고, 500쪽이 넘는 책이라 읽기도 쉽지 않으실 것 같아, 제 나름대로 요약한 자료를 첨부합니다. 인상적인 부분이나, 핵심주제는 아닐지라도 주목할 만한 부분도 같이 넣었습니다. 그래서, 요약문 치고는 좀 깁니다. 그러나, 원문에 비하여 30분의 1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부디 도움이 되시길 … .

 

허버트 A. 사이먼,[관리행동론-조직의 의사.docx

허버트 A. 사이먼,[관리행동론-조직의 의사결.pdf